2024. November

kyung sung NEWS LETTER

“조금 더!”라는 문화 속 ‘잠’과 ‘쉼’

[출처 : KEPCO 한국전력공사 11월호 웹진 바로가기]

 

우리 사회는 잠을 줄여서 생활하는 것을 근면함과 동일시하는 데 익숙하다. 그러다 보니 한국은 ‘잠 부족 국가’다. 하지만 수면 부족은 성공의 대가가 아니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이야 말로 꼭 필요한 신체 활동이다.

근면, 성실의 나라여서일까. 우리 주변에는 잠을 줄여가며 일하고, 자기 개발에 매진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인이 유독 적게 자는 편이라는 것은 통계가 뒷받침해준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수면시간(2016년 기준)은 평균 7시간 41분으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직장인의 하루 수면시간은 평균 6시간 6분으로 더 처참하다. 수면은 중추신경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질병, 과로, 스트레스 등의 경우 평소보다 더 많이 필요하게 된다. 즉 오래 일하는 직장인이야 말로 피로 회복을 위해 잘 자야 하지만, 정작 직장인들은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일하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다.

글. 안주연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마인드맨션의원 원장)

 


우리는 왜 이렇게 치열하고
피곤하게 사는 걸까?

우리 사회는 성과와 효율 압박이 강하고, 모두가 열심히 비슷하게 살아야 한다는 압력도 강하다. 피곤하다거나 쉼이 필요하다고 하는 사람들을 ‘나약하다’, ‘유난하다’고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힘들어도 쉽사리 고통을 토로하거나 지침을 구할 수 없다. 결국 많은 이들이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좀 더 해야만 해”, “이대로는 쉬면 안 돼”라고 되뇌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사회인으로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잠을 줄여가며 일하면 정말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물론, 많은 연구 결과는 ‘NO’라고 말한다.


숙면은
곧 생산성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는 아무리 바빠도 8시간 숙면을 고수해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잠을 충분히 잘 잤을 때 생각을 더 잘 할 수 있고, 기분이 더 좋으며 활력이 넘치기 때문. 이처럼 잠은 그저 쉬는 시간이 아니라 재충전과 회복, 그리고 창조의 시간이다. 자는 동안 뇌를 비롯한 신체의 많은 기관들은 휴식 상태에 돌입하고, 낮 시간에 축적된 각종 피로물질을 처리한다. 이때 근골격계의 긴장도 풀리고 뇌기능의 유지와 회복도 이루어진다. 심장 박동과 혈압도 낮아져 심혈관계도 보호된다. 또 수면 시 성장 호르몬을 비롯한 다양한 호르몬이 분비되어 노화를 늦추는 것은 물론, 과체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 면역 체계가 활성화되어 감염병과 암 등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준다. 특히 자는 동안 그날의 생활 사건들을 소화시키고 처리함으로써 집중력, 주의력, 의욕 등을 회복시키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어느 정도 해소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날 배운 것이나 경험들을 장기기억으로 고정해 자신의 노하우가 되도록 하는 일도 잘 때 일어난다. 최근에는 숙면을 취할 때 뇌척수액이 뇌 속의 독성 단백질을 씻어냄으로써 치매를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다.

객관적으로 측정한 수면부족의 생산성 저하 여파는 예상보다 크다. 우선 각성 상태로 업무에 임하기 힘들다. 평소보다 4시간을 못 자면 반응 속도가 45%가량 느려지고, 하룻밤을 꼬박 새우면 반응 시간이 평소의 두 배 가까이 길어진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또 주의력이 떨어지고 작업기억력이 저하되어 크고 작은 오류도 증가하고, 새롭고 복잡한 문제나 창의력, 재치, 순발력 두뇌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일을 회피하게 되어 생산성이 저하하기도 한다. 특히 수면부족은 직장 내 소통과 대인관계, 리더십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크리스토퍼 반스 워싱턴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수면 부족이 비윤리적 행동, 업무 관여도 저하, 동료들에 대해 비협조적인 행동, 공격적·가학적인 리더십 경향 등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하며 “일을 위해 수면시간을 줄이면 건강을 해칠 수 있으며 업무 성과도 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건강한 일의
리듬을 찾아서

잠과 수면의 중요성은 알지만 열일하는 사회와 조직의 분위기를 무시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두 달만 일하고 말 것이 아니기에 본인의 컨디션을 적절히 유지하면서 생산성을 조절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우선 자신의 특성과 리듬을 파악해야 한다. 나는 몇 시간 정도 잘 때 가장 활력 있는지, 아침형 인간인지 저녁형 인간인지, 어떻게 생활할 때 가장 덜 피로한지 알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제대로 잘 자기 위해서는 매일 최소한 6시간 30분~8시간의 수면을 유지해야 한다. 업무나 생활시간을 뺏기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건강하고 효율적인 생활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잠이 잘 오지 않거나 수면의 질이 좋지 않다면 오전에 햇볕 쬐기, 니코틴과 카페인 줄이기, 가벼운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기, 잠자리에 들고 기상하는 시간을 일정하게 관리하기 등을 꾸준히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특히 불면이 지속된다면 주변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수면과 정신건강을 점검해보는 것도 권장한다.

나를 잘 돌보며 주변 환경과 조화시키는 것은 번아웃을 막고 건강과 업무 성과를 동시에 잡는 일이다. 외부의 압력만큼 내면의 리듬과 필요 또한 존중하고 조화를 이루려는 태도가 우리를 행복하게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한다. 일도, 회사생활도, 모두 건강한 우리가 모여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 KEPCO 한국전력공사 11월호 웹진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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