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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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이젠 시작부터 글로벌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N콘텐츠 매거진> Vol.30 웹진]

 

과거 K-팝은 국내에서 성공한 뒤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이제 다르다.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그룹을 조직하거나, 그룹 멤버를 모두 외국인으로 구성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선제적인 해외 진출은 중소 K-팝 기획사에도 성공 기회를 주고 있다.

글. 김헌식(문화평론가)

©Shutterstock

‘2세대 아이돌’이라 불리는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 원더걸스, 2NE1은 국내 인기를 기반으로 해외에 진출했다. 특히 원더걸스는 국내의 인기에 힘입어 미국 진출까지 시도했고,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이런 움직임이 바탕이 되어 방탄소년단의 세계적 성공이 가능했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애초부터 국내보다 해외를 겨냥해 아이돌 그룹을 기획한다. 4세대 아이돌 그룹은 그 정도가 강하고 다양화되었다. ‘K-팝의 확산’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다국적 K-팝 그룹의 등장

이러한 확산은 K-팝이 세계적인 팬덤을 형성하는 문화 심리적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의 음악에 세계 팬들이 참여하고 향유하는 데 동의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유형은 여러 나라의 외국인 출신으로 구성하는 방식이다. 다국적 아이돌 그룹이라고도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구성이 있다. 하나는 기획사가 자체적으로 오디션을 통해 연습생을 선발하는 것이다. 중화권에서 활동하는 6인조 다국적 보이그룹 웨이션 브이(WayV)가 여기에 해당한다. 멤버 모두가 SM 루키(Rookies) 출신으로 SM이 국내에서 직접 프로듀싱했지만 국내보다는 주로 해외 시장을 겨냥했다. 국적을 보면 쿤(중국), 텐(태국), 윈윈(중국), 샤오쥔(중국), 헨드리(마카오), 양양(대만) 등이었다. 걸그룹 블랙스완(Blackswan)도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파투(벨기에), 스리야(인도), 가비(독일·브라질), 앤비(미국) 등 전원 외국인이다. 온라인으로 지원서를 받아 1·2차 온라인 예심 합격자에게 항공권과 체류비를 제공한 뒤, 한국에서 6개월 동안 훈련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뽑았다.

외국인으로만 구성된 걸그룹 ‘블랙스완’ ⓒDR뮤직

 

기획사 선발 혹은 해외 오디션으로 다국적 K-팝 그룹 조직

다른 하나는 해외에서 오디션을 통해 구성하는 방식인데 여기에도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각 나라 음악 기획사나 제작사와 협업하는 경우다.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된 걸그룹 엑스지(XG)는 한국의 아이돌처럼 5년 동안 연습생 신분으로 트레이닝도 받았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연습했고, 여러 제작 과정에 한국인 스태프가 참여해 한국에서 데뷔했다. 다른 하나는 각국의 방송국과 연계하여 오디션을 통해 연습생을 발굴하는 것이다.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의 첫 보이그룹 앤팀(&TEAM)이 이에 속한다. 니혼TV, 일본 동영상 플랫폼 ‘홀루 인 재팬(Hulu in Japan)’ 파이널 라운드에서 케이, 후우마, 니콜라스, 의주, 유우마, 조, 하루아, 타키, 마키 등 멤버 9명과 함께 그룹명을 발표했다.

이런 선발을 통해 그 활동이 국내에 기반하는가와 해외에 기반하는가에 따라 중심 활동과 팬의 형성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앞서 걸그룹 니쥬(NiziU)는 JYP엔터테인먼트와 소니뮤직 재팬이 공동 기획해 오디션 프로그램 ‘니지 프로젝트’를 통해 선발했는데, 일본을 거점으로 하면서 미국 진출도 모색했다. 양상은 다르지만, 모두 K-팝의 트레이닝과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수출하는 것과 같다. 활동하는 나라가 달라도 K-팝 스타일 음악과 댄스를 취하게 된다.

보이그룹 ‘앤팀(&TEAM)’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

 

‘선 국내 후 국외’는 옛말

두 번째 유형은 아예 기획 단계부터 국내에서 해외로 진출하는 경향이다. 이런 유형의 아이돌 그룹은 오히려 국내 팬들에게는 낯설다. 그만큼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인기가 많다. 국내 인기와 관계없이 해외 팬덤이 형성되기 때문에 해외 공연을 먼저 한다. 더구나 각국의 현지 요청에 따른 콘서트가 열리곤 한다. 보이그룹 에이티즈(ATEEZ)는 ‘선 국내 후 국외’라는 가요계의 오랜 공식을 깼다. 더욱이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가 아닌 북미와 중남미, 유럽 등에서 주로 공연을 했다.

팬덤연구소 블립의 분석 결과, 보이그룹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는 관련 유튜브 조회 수에서 중미(4,290만 회)가 한국(557만 회)의 7.7배에 달했다. 혼성그룹 카드(KARD)와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한국 조회 수는 4.3%와 4.7%에 지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정식 데뷔 전 해외에서 활동하고 국내 시장에 진입한 카드는 정식 데뷔를 앞두고 북미와 남미 4개국 11개 도시를 돌며 공연했다. 데뷔 전 공개한 프로젝트 곡 ‘루머’는 빌보드 월드 디지털송 차트에서 3위를 기록했다. 그룹 엔티비는 일본에서 먼저 데뷔해 활동 2년을 바탕으로 국내 데뷔를 이어갔다. 그룹 스누퍼는 일본, 영국, 베트남, 러시아 등에서 활동했다.

해외에서 더 인기가 높은 혼성그룹 ‘카드’ ⓒDSP미디어

 

선제적 해외 진출은 중소 기획사에도 성공 기회 제공

이런 유형에서는 홍보 마케팅 방식을 달리 구사한다. 즉 요즘 젊은 세대는 음원 차트나 음악 사이트보다는 SNS를 기반으로 취향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런 유형은 흙수저 기획사로 불리는 중소기업에서 취할 수 있는 모델이다. 기존의 음악 유통망을 거치지 않으므로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지 않기 때문이다.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는 아예 북미와 유럽을 겨냥해 기획해 운영했다. 중소 소속사에 해당하기에 틱톡을 중심으로 Z세대 챌린지 마케팅을 구사한 것이 주효했다. 물론 콘텐츠가 중요하기에 Y2K 트렌드 차원의 곡을 통해 어필한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

다음으로는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가상공간을 매개로 글로벌 팬덤을 형성하는 유형이 있다. 이들 멤버는 현실에 존재하기보다 가상으로 설정된 캐릭터들이다. 따라서 애써 물리적 거리감이나 현존감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메타버스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이를 겨냥하는 사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사생활 리스크나 소속사 분쟁 등이 있을 수 없다. 군대 리스크는 물론 각 나라로 돌아갈 리도 없다. 다국적 가상 아이돌을 표방한 메이브는 실제 인간 모델이 없는 가상 인간을 표방하며 새 물결을 일으킨다는 뜻의 ‘Make New Wave’를 이름에 담았다. 각 멤버는 세계 각지에 불시착한 미지의 소녀라고 설정되어 있다. 마티는 자카르타, 시우는 한국, 제나는 파리, 타이라는 캘리포니아에 상륙했다는 설정으로 각 지역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게 된다.

가상 아이돌 ‘메이브’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이러한 해외 확산 전략은 K-팝의 브랜드 구축에 따른 현상이다. 음악의 유통과 향유가 디지털 모바일로 바뀌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중소 기획사가 해외 진출을 통해 경제적 효과를 꾀할 수 있는 장점을 만든다. 국내와 비교할 수 없는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글로벌 네크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해외 인기는 쉽게 잦아질 수 있기에 국내 팬덤 구축에도 집중해야 하는 과제를 던진다.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N콘텐츠 매거진> Vol.30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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