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한국방송작가협회 방송작가 웹진 2024년 5월호]
불과 수년 전만 해도 TV PD가 유튜브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 매우 어색했다.
어색하기도 했고, 사실 창피하기도 했었다. TV PD가 유튜브 프로그램으로 한다는 건 그런 느낌이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판도가 확 바뀌었다.
너나 할 것 없이 기성 PD, 작가들이 유튜브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제작진의 이동은 스타들까지 유튜브로 유입되는 변화를 불러오게 된다.
김지욱 메리고라운드 컴퍼니 대표
대한민국 예술문화인 대상 한류 콘텐츠 부문 수상(2018)
전 MTV, Mnet 제작 프로듀서, Q채널 제작팀장, ONSTYLE 책임CP, SM C&C 제작 본부장
스타일 아이콘 어워즈, <겟잇뷰티>,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가이즈&걸스>,
<인생술집>, <제시카&크리스탈>,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채널 소녀시대>, <진리상점> 연출/총연출
현재 <슈퍼마켙 소라> 제작
‘브이로그형 유튜브’에서 ‘TV형 유튜브 예능’으로
이러한 흐름에는 몇 가지 이유가 분명히 있다.
첫 번째, IP 확보가 가능한 디지털의 장점이 극대화되면서 확실한 사업 모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도 익히 잘나간다는(?) <신동엽의 짠한형>, <탁재훈의 노빠꾸> 등의 PPL 규모를 들으며 놀랐었고, <슈퍼마켙 소라>를 직접 제작하며 몸소 그 수준을 느낄 수 있었다. 이미 TV 광고의 수준을 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수익모델도 다각화되고 있는데, 얼마 전 <한혜진> 유튜브에서 화장품을 선보이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내는 등 콘텐츠 커머스로의 확장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두 번째, ‘브이로그형 유튜브’에서 ‘TV형 유튜브 예능’으로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사실 엔터테인먼트에서 유튜브는 애물단지였다. 유튜브 초장기에 소속사들은 유튜브를 아티스트들의 브이로그 형태로 자체 운영하거나. 아예 아티스트에게 일임해서 관여하지 않는 소극적인 형태였다. 소속사가 관여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해서 방관할 수도 없는 그런 존재였다.
그러나 유튜브 예능이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접근성이 훨씬 수월해졌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나면 오히려 TV보다 좋은 수익원이 되기 때문에, 소속사들은 유튜브 예능의 성장이 매우 반가울 것이다. 이렇게 바뀐 패러다임은 자연스럽게 스타들을 유튜브로 불러 모으고 있다. 유튜브에 많은 토크쇼와 예능이 생겨나고, 또 출연자들은 기존 레거시 미디어에 출연하는 것보다 훨씬 유연하고 트렌디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TV형 유튜브 예능은 개인 크리에이터 중심에서 유명인과 방송 전문가들이 뛰어드는 최근 유튜브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세 번째, 유튜브의 성장과 더불어 최근의 유튜브는 TV에서는 볼 수 없는 콘텐츠를 만들면서 TV를 넘어서고 있다. <슈퍼마켙 소라>를 제작하면서 과연 이 섭외가 TV였다면 가능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소라와 신동엽의 만남은 그 당시 주요 뉴스에도 등장했다. 유튜브 예능을 뉴스에서 조명할 정도로 세상은 바뀌고 있다. 얼마 전 가수 브라이언의 유튜브 <청소광, 브라이언>은 MBC 편성을 확정 지으며 공중파에 진출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요정 재형>에는 TV에서 보기 힘든 고현정 씨가 나와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잠깐만 생각해 봐도 유튜브에서만 볼 수 있는 재밌는 콘텐츠들이 즐비하다.
<슈퍼마켙 소라 – 신동엽 편>
IP 콘텐츠 사업의 가능성과 수익화 모델
필자는 CJ E&M과 SM C&C에서 20년 이상 제작 PD로 일했다. 흔히들 온실이라고 표현하는 채널에 있으면서 제작사를 설립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은 IP(지적재산권) 사업이 가능하겠다는 확신에서였다. 콘텐츠 오리지널 IP를 기반으로 콘텐츠 제작과 커머스 확장까지 가능해졌다. 소위 방송국의 전유물이었던 IP를 제작사가 소유할 수 있게 된 환경의 변화가 가장 크다. 물론 그 중심에는 유튜브가 있다.
이렇게 확보된 IP로 가능한 가장 강력한 수익화 모델은 콘텐츠 커머스다.
이 글을 통해 처음 공개하는 메리고라운드의 신작 김종민의 <데면데면>은 콘텐츠 커머스의 전형적인 모델이다. 하루에 한 끼는 무조건 면을 먹는 면 애호가 ‘김.종.면’과 함께 면 요리를 먹으며 즐기는 어색한 ‘면 데이트’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핵심은 ‘김.종.면’ 라면 브랜드 론칭을 목표로 하면서 커머스로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종민의 <데면데면>
콘텐츠 커머스를 준비하면서 많은 셀러브리티(이하 셀럽)와 셀러(판매자)를 만나며 내린 결론은 ‘셀럽은 셀러가 되기를 바라고, 셀러는 셀럽이 되기를 바란다’는 점이었다. 변화를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하고, 명분은 바로 콘텐츠다. 콘텐츠에 답이 있다.
요즘의 콘텐츠 기획과 다른 미래
<슈퍼마켙 소라> 이후에, 많은 소속사에서 메리고라운드를 방문해 주셨다. 요즘의 기획의 특징은 아티스트에게 직접 듣고 소통하면서 시작점을 같이 한다는 점인 것 같다. 출연자와 연출자가 수평 구도에서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한다는 점은 콘텐츠의 강력한 무기일 것이다. <슈퍼마켙 소라> 또한 이소라 선배님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탄생했다.
이소라 선배님과는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를 진행하면서부터 인연이 시작되어 10년이 넘었다. 갑자기 섭외할 수 있었던 건 아니고 10여 년의 세월이 여기까지 오게 했다고 생각한다. 신동엽 선배님과의 만남을 세월의 섭외라고 표현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리고라운드 컴퍼니를 만들면서 뉴미디어에 이소라 누나와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었고 회사 설립 전부터 계속 의논을 했었다. 모델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해 그간의 여러 경험과 인프라를 토크로 만들어 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고, MC로서의 이소라 모습을 보고 싶어 기획하게 된 프로그램이 바로 <슈퍼마켙 소라>였다.
이렇듯, 콘텐츠의 소재 또한 사람에서 나온다. 밀접한 관계와 소통으로 이루어진 콘텐츠를 통해 셀럽과 제작진의 신뢰가 형성되고, 이는 콘텐츠의 힘을 통해 커머스로 발전할 수 있다.
콘텐츠로 형성된 스토리텔링을 통해 강력하게 생성된 진정성은 진짜이기에, 우리의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소비자로 둔갑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셀럽 커머스이고, IP 사업의 다른 미래일 것 같다.
뉴미디어가 호황이고, 대세임에는 분명하지만 모든 전제가 콘텐츠의 성공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도 제작PD들과 작가들의 밤은 짧기만 하다.
<슈퍼마켙 소라>
첫 제작은 너무 어려워
사실 모든 pd와 작가들에게 지금 꼭 유튜브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모두 각기 다른 이유와 환경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기 때문인데, 그 성공의 기준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유튜브가 대세임에는 분명하다.
물론 몇 년 뒤에 또 다른 플랫폼의 등장으로 지금 이 글이 무색할 정도로 변화 할 수도 있다.
그 만큼 변화가 빠른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 하나 있다. 어느 플랫폼이든 모든 전제가 콘텐츠의 성공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까닭에, 오늘도 제작 PD들과 작가들의 밤은 짧기만 하다.
* 기사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한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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