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Octo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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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앞 지키는 ‘중·장년층’ 잡아라?··· 놓칠 수 없는 ‘2049’의 지지

[출처: 한국방송작가협회 방송작가 웹진 VOL. 219 2024년 6월호]

 

“방송국은 정신 차려야 한다. 시청률 조사할 때 2049를 조사하더라. 천만의 말씀이다. 돈은 50, 60, 70대가 가지고 있다.”
지난해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방송인 이경규가 ‘다매체 시대’ TV를 보는 시청층에 대해 토론하며 언급한 말이다. 뒤이어 “2049도 안고 가야 한다. 그들이 입소문을 낸다”라며 젊은 시청층의 역할도 함께 짚기는 했지만, TV 프로그램들이 어떤 시청층을 겨냥해야 하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하며 공감을 끌어냈다.

젊은 층이 TV 앞을 떠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23년 6월부터 8월까지 전국 4,633가구에 거주하는 만 13세 이상 남녀 7,055명을 방문 면접하는 방식으로 조사한 ‘2023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OTT 이용률은 77.0%로, 이 중 10~30대 이용률은 95%가 넘는다. 같은 조사에서 20대의 TV 이용률은 41.4%에서 29.8%로, 30대는 67.8%에서 55.2%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TV 보다 OTT’를 이용하는 젊은 시청자들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높은 시청률’을 위해 중·장년층을 ‘잘’ 겨냥하는 것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장수정 데일리안 문화스포츠부 기자


‘사극’으로 ‘금토 드라마’ 승기 잡은 MBC

실제로 지상파는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장르인 사극을 통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도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의빈 성씨 덕임의 인생과 조선 제22대 임금인 정조와의 사랑을 다룬 <옷소매 붉은 끝동>이 15%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깜짝 흥행’에 성공한 바 있는데, 당시 KBS에서는 <달이 뜨는 강>이 8~9%대를 오가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었다. <암행어사: 조선 비밀 수사단>, <연모> 또한 10%의 시청률을 넘기며 그해 지상파 자존심은 사극들이 살렸다는 평을 받았었다.

이후 지상파-케이블 가릴 것 없이 여러 채널에서 사극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금혼령>, <꽃선비 열애사>, <슈룹>, <청춘월담> 등 주로 ‘퓨전 사극’을 통해 부담감을 덜어내기는 했지만, 중·장년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유연한 변주를 통해 젊은 층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효율적인’ 장르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MBC는 <옷소매 붉은 끝동> 이후 <연인>, <밤에 피는 꽃> 등 중·장년층의 선호 장르인 사극으로 10%가 넘는 시청률을 확보했다. 물론 <옷소매 붉은 끝동>과 <연인>은 로맨스로, <밤에 피는 꽃>은 액션으로 젊은 층을 함께 사로잡은 것이 인기 요인으로 분석이 되기도 하지만, 중·장년층의 지지가 바탕이 되지 않았다면 높은 시청률이라는 성과까지 내기는 힘들었을 것이란 전망이 이어진다.

MBC <옷소매 붉은 끝동>, KBS <달이 뜨는 강>, tvN <슈룹>, MBC <연인> 포스터
 결국 한때는 장르 특성상 투입되는 제작비 규모가 작지 않으면서, 동시에 PPL(간접광고)은 쉽지 않아 기피 장르로 꼽히던 사극이, 시청 환경이 달라지면서 안방극장의 인기 장르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특히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들은 갖추지 못한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는 장르로, TV 플랫폼에 비교적 특화된 소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지난 2021년 주 시청층인 중·장년층 맞춤형 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로 9%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MBN도 다시금 ‘사극 카드’를 꺼내 들며 오랜만에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세자가 사라졌다>가 현재 3%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 중인데, 시청률 자체만 봤을 땐 그리 높지 않지만 최근 회차에서 3.8%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가 되고 있다. 전작인 <완벽한 결혼의 정석>이 1~2%대의 시청률을 오간 것과 비교하면 더욱 반가운 성과다.

‘막장’부터 ‘홈 드라마’까지···‘익숙함’으로 이끄는 중·장년 시청자들

막장 드라마도 ‘꾸준한’ 장르가 됐다. 주로 아침 드라마 또는 일일 드라마의 소재로 활용되던 출생의 비밀과 불륜이 지금은 평일-주말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등장 중이다. ‘막장의 대가’로 꼽히던 김순옥 작가가 지난 2020년, 주인공들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들춘 <펜트하우스> 시리즈로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뒤 출생의 비밀 또는 불륜, 복수는 이제 TV 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된 것이다.

올해 초 방송돼 10% 시청률을 돌파한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남편과 내 친구의 불륜을 목격한 날 살해당한 주인공이 ‘2회 차 인생’을 살며 시원하게 복수하는 내용으로 ‘사이다’를 선사했다. 자극적인 이야기를 빠르게 전개하는, ‘막장 드라마’의 전형적인 전개를 따라가며 ‘마치 아침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는 평을 받았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인생 2회 차’ 판타지를 통해 젊은 층을 함께 겨냥한 작품이었지만, <마에스트라>, <나의 해피엔드>, <원더풀 라이프> 등 남편의 불륜을 동력 삼아 극을 전개하며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삼는 흐름도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MBC <수사반장 1958> 포스터

사극으로 금토극 ‘승기’를 잡은 MBC는 1970년대 방송되며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은 <수사반장>의 프리퀄 드라마 <수사반장 1958>을 선보이며 추억을 자극했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과거 최불암이 연기한 박영한 반장의 젊은 시절 활약을 그려낸 <수사반장 1958>은 본 방송에 ‘자막’까지 도입하며 타깃 시청층을 영리하게 공략했다. 그 결과 첫 회부터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확인했다.

이 외에도 20%가 넘는 시청률로 tvN 역대 드라마 시청률 순위 1위를 경신한 <눈물의 여왕>은 재벌 3세 홍해인(김지원 분)과 용두리 이장의 아들 백현우(김수현 분)의 로맨스를 그리는 한편, 퀸즈 그룹과 용두리 가족들의 서사에도 비중을 실어 익숙한 ‘가족 드라마’의 재미를 담은 것이 흥행의 비결로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젊어지고’ 싶은 TV 콘텐츠들

‘높은 시청률’을 위해선 중·장년층을 잡는 것이 ‘필수’가 된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방송사들은 2049 시청률을 함께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2049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OTT에서는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며 사랑을 받았으나 1%대의 시청률 한계를 이겨내지 못하고 폐지된 예능 <홍김동전>의 사례에도 불구, 2024년 예능 라인업 설명에 나선 KBS는 ‘중·장년 시청층 벗어나기’를 하나의 중요 과제로 꼽았다.

1020 세대를 겨냥한 보이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MA1>부터 AI(인공지능)를 소재로 한 음악 프로그램 <싱크로유>까지. 새 콘텐츠들을 소개하며 KBS의 한경선 예능센터장은 “<MA1> 같은 프로그램이 잘 될 수 있을까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있었다. 그런데, 시청층을 넓히기 위한 새 시도라고 생각했다. 시청률에 대해선 인내심을 가지고 시도를 해보자고 합의했다”라며 낮은 시청률의 한계를 감수하면서까지 시청층을 넓히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KBS <MA1> 포스터

신드롬급 인기에도 4%대의 시청률을 기록 중인 tvN <선재 업고 튀어>처럼, 젊은 층을 날카롭게 겨냥하며 화제성에 ‘올인’하는 사례도 있다. 열성팬 임솔(김혜윤 분)이 자신의 ‘최애’ 류선재(변우석 분)를 살리기 위해 2008년으로 돌아가 고군분투하는 내용으로, 애초부터 2030 젊은 층의 공감대를 파고든 작품이었다. 대신 최애를 살리고 싶은 팬 임솔의 마음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서서히 풀어내며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그들의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했다. 결국 ‘선재 업고 튀어’는 방송 내내 화제성을 ‘올킬’하며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하게 됐다.

광고 시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는 2049 시청률을 놓칠 수 없는 방송가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TV 콘텐츠들의 ‘젊어지고 싶은’ 목표는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여기에 최근에는 해외 시장 또는 OTT 플랫폼에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것이 하나의 중요한 수익 통로가 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도 젊은 층을 사로잡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중·장년층도, 2049 시청자도 놓칠 수 없다는 당연한 결론처럼 여겨질 수 있으나, 지금의 시청 환경을 고려했을 때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가장 좋은 것은 여러 시청층을 아우르는 것이지만, 스타를 캐스팅하고 스케일을 키우는 등의 적극적인 시도가 어려워진 방송가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규모는 줄이되 신선한 시도로 파급력이 큰 젊은 층을 겨냥하는 꾸준한 시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출처: 한국방송작가협회 방송작가 웹진 VOL. 219 2024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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