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kyung sung NEWS LETTER

강원특별자치도 평창 푸른 숲이 내게 말하길

[출처: 한국중부발전 중부가족 웹진 Vol. 128]

숲에 들면 오감이 싱싱하게 되살아난다. 짙은 녹음이 눈을 쉬게 하고, 무구한 새소리가 귀를 열어주며, 알싸한 나무 향이 폐부의 찌꺼기를 씻어내니 온몸이 청량해진다. 잎사귀마다 초록을 더해가는 5월, 평온한 시간이 흐르는 숲에 들었다. 눈 깜짝할 새에 피고 지는 꽃잔치가 아니니 서두를 필요 없다. 세상 시름 놓고 유유히 흐르는 바람 따라, 자연은 그저 묵묵히 흐르며 여행자를 기다린다.

글. 윤진아 사진. 정우철

 

사박사박, 맨발로 걸어요!

그야말로 숲속의 숲이다.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은 일주문부터 금강교까지 이어지는 약 1km의 길이다. 전나무 1,700여 그루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천년의 숲을 이루고 있는데, 초록의 농담(濃淡)으로 경계를 그려낸 수채화 같다. 걷다 보면 나무에 매달아 놓은 글귀들이 눈에 들어온다. ‘걸음마다 지금 이 순간에 도착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하는 모든 것이 우주 전체에 울려 퍼진다’, ‘그저 걸음을 즐기라. 그저 걷는 것이다.’ 깊은 사색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이곳에선 누구나 홀로 설 수 있을 듯하다. 고요하고 질서정연한 보폭 안에 온 우주가 들어 있으니, 백문이 불여일보(不如一步)다.
월정사 전나무숲길은 고운 모래가 섞인 흙길이라서 맨발로 걷는 사람이 많다. 전나무가 만든 녹색 터널 속엔 자연에 순응하여 쓰러진 고목도 있다. 2006년 10월 23일 생명을 다할 당시 수령 600년이었다는 ‘할아버지 전나무’다. 속이 텅 빈 나무의 일부는 서 있고, 나머지 몸체는 편히 누웠다. 묵묵히 세월을 견디다 자연의 일부가 된 고목의 생애를 엿보고 나면 절로 마음이 숙연해진다.

느릿느릿 걸으며 삶에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숲은 사시사철 색다른 즐거움을 안긴다. 봄에는 연초록 새싹이 움트는 기운이 좋고, 여름엔 그늘이 드리워져 땀을 식혀주며, 가을엔 푹신한 낙엽이 친구가 되어주고, 겨울엔 나무마다 내려앉은 눈꽃이 환한 빛을 더한다. 전나무숲길 옆으로는 오대천이 흐른다. 국내에 몇 안 되는 1급수 물고기들이 사는 곳이다. 노랑무늬붓꽃, 수달 등 340여 종의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오대산은 숲 곳곳에서 다람쥐도 만날 수 있다.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땐 자연 그대로의 바위에 앉아 잠시 머물러도 좋다. 짙은 녹음이 한줄기 바람을 실어다주고 길섶마다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어, 발도 눈도 쉬어가기 그만이다.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로 350-7

 

깊이 들이쉬고 내쉬고, 오롯이 쉬기를

숲길 끝에 자리한 월정사는 643년(신라 선덕여왕 12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64개의 말사와 8개의 암자, 22개의 전각을 둔 월정사는 이 땅에서 가장 넓은 절로도 유명하다. 전나무숲을 헤치고 금강교를 건너면 가장 먼저 천왕문(天王門)이 객을 맞이한다. 인간의 선악을 관찰하는 신장을 모신 전각이다. 월정사의 본당인 적광전 앞뜰 중앙으로 가면 팔각구층석탑이 서있다. 높이 15.2m의 고려시대 대표 석탑으로, 국보 48호로 지정됐다. 탑 앞에 서서 저마다의 소망을 비는 여행객들 사이로, 추녀 끝에 달린 풍탁이 바람에 산들거리며 무어라 말을 건네는 듯하다.
오대산국립공원 초입에는 성보박물관과 왕조실록·의궤박물관, 한강 시원지 체험관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어, 여행 길잡이라 생각하고 미리 둘러보면 좋다. 박물관마을 왼편에는 자연명상마을이 들어서 있는데,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9km 선재길 걷기’와 주지 정념스님이 주최하는 ‘선명상요가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도로가 나기 전 고승들이 오갔던 옛길에서 청정 자연을 오롯이 느끼며 마음을 다스리기에 좋다.

 

월정사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로 374-8

 

이토록 싱그러운 위안

대자연과 어우러진 천혜의 비경이 그저 일상인 곳, 평창에서 빠른 걸음은 반칙이다. 대관령면에 있는 하늘목장은 구름을 얹고 초록 능선을 드넓게 펼쳐놓았다. 해발 1,256m 청옥산 정상에 있는 육백마지기는 ‘볍씨 육백 말을 뿌릴 수 있을 정도로 넓은 평원’을 뜻한다. 자그마치 축구장 6개를 합친 크기로, 18만여 평에 이르는 육백마지기는 5~6월이면 샤스테이지가 지천으로 피어나며 천상의 화원으로 변한다.
청옥산 일대는 안개가 자주 걸리는 지역이다. 안개가 걷히면서 드러나는 긴 능선의 초록빛이 얼마나 몽환적인지는 직접 가봐야만 한다.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올라가다 보면 점점 하늘에 닿는 기분이 드는데, 오르는 길에 자작나무 군락도 만날 수 있다. 초록 이파리와 하얀 나무껍질이 어우러진 숲에서 잠시 여유를 부리고 있노라면 자작~ 자작~ 숲의 나긋한 속삭임이 들리는 듯하다.

 

대관령 하늘목장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470-5

 

육백마지기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길 583-76

 
 
깊고 아린 강원도의 맛

평창은 메밀국수, 수수부꾸미, 올챙이국수 등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진부역 인근에 위치한 진부국밥은 소머리국밥 맛집이다. 국밥 맛도 일품이지만 들기름이 듬뿍 밴 배추볶음, 오징어젓갈 등등 정갈한 밑반찬 덕에 저절로 숟가락이 바빠진다. 가마솥에서 하루 동안 끓여낸 뽀얗고 진한 소머리국밥은 이 집의 대표메뉴. 잡내 없이 깔끔한 국물에 고깃덩어리가 많이 들어 있어 여행길에 든든하게 속을 채우기 제격이다. 오징어 숙회와 더덕구이를 곁들여내는 ‘오숙이와 덕구’는 술안주로도 손색없다. ‘편의점에서 오징어회를 파는 클라쓰’라더니, 바다가 가까운 평창에선 오징어 요리를 쉬이 만날 수 있다. 오징어 숙회에 얹어 먹는 더덕구이는 아삭한 식감에 입안 가득 향긋한 산내음이 퍼져 밥도둑이 따로 없다.

 

진부국밥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진부면 청송로 90-14

 

[출처: 한국중부발전 중부가족 웹진 Vol.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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