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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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산과 바다, 사천바다 케이블카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산과 바다,
사천바다 케이블카

글·사진 : 정호윤 작가

낯선 곳을 여행하면 높은 곳부터 찾는다.산이나 전망대에서 도시의 전경을 둘러보며 어떤 풍경들이 있는지 파악하고 어디를 가야할지 결정한다.오랜 시간 사진을 찍고 여행을 하면서 생긴 습관이다. 이번에 한달음에 향한 곳은 경남 사천이다.바다 위 크고 작은 섬들로 이어주는 특별한 케이블카가 있기에 망설일 필요도 없었다.


산~바다~섬을 잇는 국내 최초의 케이블카

경남 사천시와 남해군을 잇는 삼천포대교는 초양도(草養島)-늑도-모개섬 이렇게 세 섬을 잇는, 우리나라의 최초의 섬과 섬을 잇는 다리이다. 삼천포대교 앞에는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는 곳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사천바다 케이블카이다. 산과 바다, 그리고 섬까지 잇는 케이블카라는 점이 특별하다. 육지에서 섬으로 바다를 건너는 여수 케이블카, 육지에서 산으로 올라가는 통영 케이블카의 장점을 한 데 모은 새로운 형태의 케이블카다. 오랫동안 국내외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이런 형태의 케이블카는 처음이었다. 이는 경남 여행의 시작을 사천으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각산에서 초양도까지 잇는 총 길이 2.43km의 케이블카는 세 개의 정류장(각산, 대방, 초양 순)을 운영하고 있다. 필자는 삼천포대교공원 앞 대방정류장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매표소에서 티켓을 발권했다. 왕복 탑승권은 온라인 예매 및 현장 구매가 모두 가능하나, 온라인 예매 시에도 현장에서 티켓으로 교환해야 한다. 아쿠아리움 관람까지 계획하고 있다면 케이블카+아쿠아리움 통합권을 구매하는 것도 방법인데, 이는 대방정류장 매표소에서만 구매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탑승장까지 올라가는 사이 들어오는 관광버스만 3대가 보였다.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사천시의 랜드마크라는 직원분의 설명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빨간색으로 칠해진 일반 캐빈과 파란색으로 칠해진 크리스탈 캐빈이 있는데 크리스탈 캐빈은 바닥이 투명 유리로 되어 있어 최고 높이 74m, 거의 아파트 30층 높이에서 남해안 바다의 해수면을 바라볼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멀리 경남 사천까지 여행 왔는데 크리스탈 캐빈을 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케이블카는 대방정류장에서 출발해 바다를 천천히 건너 초양도에 자리잡은 초양정류장에 닿는다.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풍경은 황홀함 그 자체였다. 사천시와 남해군을 연결하는 삼천포대교와 초양대교도 한눈에 들어왔다. 투명 유리로 되어있는 바닥을 통해 에메랄드빛 바다가 생생하게 보인다. 바닥이 뚫려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 스릴마저 느껴졌다. 운이 좋다면 삼천포 앞바다에서 우리나라 토종 돌고래 상괭이를 볼 수도 있다고.

케이블카를 타다보면 보통은 철탑을 지날 때 덜컹거리는 진동이 느껴지곤 하는데, 이 구간을 새들(Saddle) 구간이라고 한다. 사천바다 케이블카는 전혀 진동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자동순환 2선식(Bi-Cable)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이러한 설계 방식은 한겨울의 매서운 바닷바람에도 흔들림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덕분에 탑승자들은 진동으로 인한 공포를 느끼지 않고 마음 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 외관은 비슷해 보이지만 케이블카의 종류와 설계도 정말 다양한 것이다. 약 10분간 하늘 위 관람을 마치고 초양정류장에 하차했다.

 

다양한 동물을 만날 수 있는 초양도

초양정류장을 빠져나오면 섬을 둘러볼 수 있는 둘레길로 이어진다. 해변을 따라 1.2km 정도로 조성된 길에는 돛단배 형상의 전망대와 푸릇한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그 곁을 거닐며 바다를 가만히 조망하고 있자면 이따금 삼천포 유람선을 비롯해 여러 배들이 지난다. 사천시는 초양도를 해양 관광지의 거점으로 조성하고 있다. 그 사업의 결과물이 사천바다 케이블카와 아라마루 아쿠아리움. 내년 3월에는 이와 연계한 대관람차도 건립 예정이라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아라마루 아쿠아리움은 경남 최초이자 전국 다섯 번째 규모의 수조로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관광지인데 지난 1월부터 동물원도 운영하고 있다. 귀여운 외모의 미어캣, 사막여우는 아이는 물론 어른의 시선마저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그 외 일상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동물들도 가득했다. 아라마루는 동물들의 건강관리를 최우선으로, 인간과 동물이 교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예시가 바로 서벌캣이다. 처음 발견되었을 당시 사냥꾼의 덫에 걸려 오른쪽 다리를 잃었는지, 사람에 대한 공포심으로 하악질이 매우 심했다고. 아라마루 동물원 사육사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로 지금은 밝은 성격을 되찾아가고 있다.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평화롭게 낮잠을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일견 안정되어 보였다.

아쿠아리움은 내부 설계도 특별한데, 모든 동물들이 자연광을 받을 수 있도록 건축됐다. 자연광은 동물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영양분의 합성에 관여하며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는 데도 도움을 준다. 또한 각 동물의 특징을 반영해 자연과 가깝게, 그리고 국제 규정 이상으로 넓은 공간으로 설계됐다. 더불어 해양동물구조센터를 마련해 멸종위기 동물의 보호와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니 한결 마음 편히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관람하는 내내 이곳에 있는 동물들이 사육사들의 사랑을 담뿍 받고 있음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아쿠아리움에서 꼭 만나봐야 할 동물은 공룡의 후예라고 불리는 조류 슈빌. 미국 필라델피아 이후 세계 두 번째로 아쿠아리움에 자리 잡은 하마이다. 지난 6월에 태어나서 이제 막 눈을 뜨고 엄마아빠를 따라다니기 시작하는 아기 수달도 깜찍함을 뽐내고 있었다.

 

섬에서와는 다른 풍광이 펼쳐지는 각산 전망대

이제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각산으로 올라갈 차례다. 초양정류장에서 출발한 케이블카는 대방정류장을 거쳐 곧장 각산정류장으로 올라간다. 정류장이 총 세 군데인데다 왕복 탑승권 하나로 총 세 번까지 탑승이 가능해 구석구석 살펴보기 용이하다.

케이블카가 각산을 오르는 동안 높고 푸른 하늘과 아직까지 무성한 숲이 눈앞에 펼쳐진다. 저 멀리 사천시 전경도 한눈에 들어온다. 그야말로 사천시의 면면을 편리하게 둘러볼 수 있는 이동식 전망대인 셈이다. 해발 408m의 각산 정상에 자리 잡고 있는 각산정류장에 하차하면 산책하기 좋은 등산로와 나무데크가 여행자를 반긴다.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삼천포 앞바다와 삼천포대교, 그리고 아름다운 남해안의 섬들이 연이어 펼쳐지는 각산전망대에 도착한다. 각산 정상에서는 고려 원종 때 설치된 봉화대가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어 있고, 봉화를 관리하던 일꾼의 막사인 봉수군 막사도 복원되어 있다. 이와 같은 볼거리와 멋진 전망이 자리한 전망대에서 너도나도 사진을 찍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담기 바쁜 모습이다. 한참동안 풍경을 감상하다가 해가 서서히 저물 때쯤 발걸음을 옮겼다.

각산정류장에서 대방정류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마지막으로 탑승하는 케이블카이다. 뒤돌아 앉아 서서히 멀어지는 각산의 풍경을 만끽했다. 고개를 돌리면 에메랄드빛 남해안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사천바다 케이블카에서 꼬박 하루를 보냈지만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산과 바다, 그리고 섬을 모두 만나며 마음이 한 뼘쯤 넓어진 기분이 들었다.

케이블카가 각산을 오르는 동안 높고
푸른 하늘과 아직까지 무성한 숲이 눈앞에 펼쳐진다.
저 멀리 사천시 전경도 한눈에 들어온다.

 

[출처 : TS한국교통안전공단 TS매거진 11+12월호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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