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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문화유산의 숨결이 흐르는 : 군산

 

근대문화유산의 숨결이 흐르는

군산

대한민국 서해의 허리쯤에 위치한 군산은 바다로는 60여 개 유·무인도가 아름답게 펼쳐진 고군산도, 내륙으로는 근대문화유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아름다운 섬과 근대문화유산의 군락지, 군산으로 떠난다.

글. 이지연사진 제공. 군산시청

기억해야 할 이야기

북쪽으로는 금강을 사이에 두고 충남 서천과, 남쪽으로는 만경강을 경계로 전북 김제와 접한 군산은 예로부터 호남평야에서 나는 세곡을 모아두던 군산창이 있던 곳이다.

1899년 5월 군산항 개항과 함께 해안 일대에 조계지(租界地)가 형성됐다. 조계지란 개항장에서 외국인이 자유롭게 통상하고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설정한 곳이다. 지금의 해망로를 중심으로 관공서, 은행, 상업·업무지구가, 군산역 부근으로는 정미업을 중심으로 한 공업지구가 형성됐다. 그러나 도로를 내고 건물을 짓고 군산항에 운반된 곡식 하역작업을 했던 조선인들의 거주지는 조계지 밖 둔율동, 개복동 일대 산기슭이었다. 일제강점기인 1920~1930년대에는 일제가 조선을 식량공급지로 만들기 위해 산미증식계획을 실시함에 따라 미곡 수탈량이 급증했다. 조선인들은 토지를 빼앗기고 소작농이 되거나 허름한 토막집에 살며 노동을 통해 생계를 잇는 빈민으로 전락했다. 당시 군산은 전국에서도 도시 면적 대비 토막민이 가장 많았다. 개항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수탈의 통로가 됐던 군산의 옛이야기를 안고 도시 곳곳을 둘러보니 무엇 하나 새롭지 않은 것이 없다.

 

어제와 오늘이 교차하는 시간여행지

군산 내항에 위치한 진포해양공원 부근으로 근대미술관, 근대건축관, 호남관세박물관 등 근대문화유산들이 손에 닿을 듯 자리한다. 진포는 군산의 옛 이름. 1380년(우왕 6년) 고려 최무선 장군이 이끄는 수군이 화포를 이용해 왜구를 물리쳤다는 진포대첩을 기리기 위해 2010년 준공한 해양테마공원이다. 일제강점기 역사를 증명할 부잔교(浮棧橋, 뜬다리)도 아직 남아 있다. 수위에 따라 상하로 움직이게끔 만든 부잔교는 3,000톤급 기선 3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구조물로 수탈한 곡식을 일본으로 신속히 보내기 위해 일제가 설치했다. 총 6기가 있었으나 현재는 3기만 남아 있다.

짭조름한 바다 내음을 뒤로 하고 지척에 자리한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으로 향한다. 2011년 개관한 근대역사박물관 본관에는 ‘국제무역항 군산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주제로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다양한 유물과 자료가 전시돼 있다. 볼거리 풍성한 박물관을 나오면 오른쪽으로 하늘색 출입문이 인상적인 호남관세박물관이 보인다. 옛 군산세관 본관으로 1908년(순종 2년)에 건립됐으며 한국은행 본점, 서울역사와 함께 국내 현존하는 서양고전주의 3대 건축물로 꼽힌다.

근대문화유산의 도시답게 군산에는 100년이 넘거나 100년 가까이 된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1907년 일본으로 미곡을 반출하고 토지를 강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은 (구)일본18은행도 보수·복원을 거쳐 2013년 근대미술관으로 변모했다. 이중 금고동은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 기념전시관으로, 관리동은 근대기 군산의 다양한 건축 부재 전시관으로 운영 중이다.

1923년 4층 높이의 2층 건물로 지어진 조선은행 군산지점 역시 1953년 한일은행에서 인수, 1981년 개인소유로 변경, 1990년 화재 후 방치 됐던 지난한 여정을 거쳐 2008년 군산시에서 매입, 보수·복원을 거쳐 2013년 군산근대건축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옛 조선은행의 모습을 갖춘 근대건축관은 일제 침략 역사를 증언하는 공간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더 나은 내일을 향한 오늘의 다짐

신흥동 일대로 발을 옮긴다. 신흥동은 1930~1940년대 일본인들이 집을 짓고 살면서 주거지가 형성됐고, 6·25전쟁 때는 피란민들이 산비탈에 판잣집을 다닥다닥 지어 전라도 방언으로 산비탈을 뜻하는 ‘말랭이마을’로 불렸다. 말랭이마을은 2014년 전라북도 대표관광지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예술인 레지던스 9동과 전시관 8동이 조성돼 지붕 없는 미술관 역할을 하고 있다.

<장군의 아들>, <바람의 파이터> 등 영화촬영지로도 알려진 신흥동 일본식가옥(구 히로쓰 가옥)은 포목점을 운영하던 히로쓰 게이사브로가 지은 2층 목조주택으로 2005년 등록문화재 제183호로 지정됐다. 본채 옆에 단층 객실이 비스듬히 붙어 있는 구조와 일본식 정원 등이 이채롭다. 1998년 개봉한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인 초원사진관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이 인다. 본래 차고였던 곳을 주인 허락을 받고 사진관으로 개조한 것인데 실제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944년 군산역과 페이퍼코리아 공장을 연결하기 위해 준공한 총 연장 2.5km 철로 주변에 형성된 경암동 철길마을도 퍽퍽한 삶 가운데 자기 몫의 생을 열심히 살아낸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2022년이 저무는 길목에서 군대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군산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존재 자체로 설명한다. 비응항 앞에서 붉게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과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출처 : 국민건강보험 평생건강지킴이 12월호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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