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kyung sung NEWS LETTER

지구와의 공존, 실천과 성찰이 필요합니다

[출처 : 서울대 사람들 vol.73 웹진]

 

 

 

인간이 만든 환경오염은 지구 환경의 이상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 7월 세계기상기구는 지구 평균 온도가 관측 사상 최고 온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구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는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20년 넘게 쓰레기를 연구하고 순환경제의 중요성을 알려온 ‘쓰레기 박사’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과 디자인을 통한 환경문제 해결을 고민하고 적용하는 이장섭 디자인학부 교수가 만나 인간과 지구의 평화로운 공존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홍수열 소장(동양사학과 93학번) ·
이장섭 디자인학부 교수

 

 

 

홍수열 소장

현,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석사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학사

이장섭 교수
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교수
스페인 엘리사바 대학원 Design & Public Space 석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디자인과 학사

 


오늘 저희가 지구와의 공존을 이야기하기 위해 모였는데요. 마침 이상기후를 실감하게 되는 무척 더운 날입니다.
두 분 모두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고 계시지만 각자의 분야에 따라 환경문제를 보는 관점도 다를 듯합니다.

 

 

홍수열 소장
‘쓰레기’를 주제로 우리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저의 일입니다. 쓰레기 문제라는 렌즈로 세상의 모든 환경문제를 다 볼 수가 있거든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면서 생물 다양성 문제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고, 또 미세 플라스틱 문제나 수질오염 등 다양한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니까요.


이장섭 교수
저는 공공디자인을 가르치면서 학생들과 소셜디자인 프로젝트, 사회혁신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제품 생산부터 폐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어떻게 해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디자인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만드는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어디까지 줄여볼 수 있는지 연구하고, 이 모든 과정을 ‘순환 디자인 가이드’로 구축하면서 데이터를 쌓고 있는 거죠. 특히 자원 순환은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이 어려운 이해관계를 쉬운 언어로 전환하고 선명하게 시각화하는 것이야말로 창의적 중재자로써 순환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쓰레기 박사’로 불리는 홍 소장님은 순환경제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계십니다. 

순환경제 구축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홍수열 소장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하는 사후 대응만으로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그래서 단순히 쓰레기를 잘 처리하자는 게 아니라 ‘생산과 소비 시스템의 패러다임 자체를 새롭게 바꾸는’ 순환경제가 주목받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와 생산을 줄이면 이로 인해 경제가 침체되고 실업률이 높아지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물건을 오래 쓰면 쓰레기 배출이 줄고 환경문제도 나아지죠. 그런데 기업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물건을 오래 쓰면 제품이 덜 팔리고 이윤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래서 엇갈리는 목소리들이 나오는 겁니다.

 


이 교수님은 환경 관련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디자인적 관점을 접목하고 계십니다.
작년에는 관악구의 사회적기업과 서울대 디자인학부생들이 함께 디자인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도 이끄셨고요.
최근 서울대 28동 재건축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도 함께 하셨는데, 어떤 내용이었나요?

 

 

이장섭 교수
서울대 28동은 자연대에서 제일 오래된 대형 강의동이어서 상징적인 의미가 컸습니다. 그래서 건물을 허무는 과정에서 옛 건물 안팎의 다양한 소재를 재활용하는 ‘업사이클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한 거죠. 버려지기 직전의 라디에이터, 부서져가는 벽돌과 문손잡이 등을 다시 가공해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기존의 것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혁신과는 전혀 다른 혁신, 제가 쓰는 표현으로 ‘정성스러운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존의 가치에 기반하여 더 고유한 창의성을 보여준 예술 작품을 통해 상징적인 메시지를 만들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홍수열 소장
사실 이런 부분도 좀 아쉬워요. 해외에서는 건물의 재사용·재활용에 관심이 많아서 건물을 지을 때부터 소재를 나눠서 더 쉽게 해체할 수 있도록 설계하거든요. 이제 우리나라에도 제품뿐만 아니라 건물이나 도시도 재사용·재활용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해요.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면 환경을 보호하는 ‘문화’의 확산도 중요한 듯합니다. 두 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이장섭 교수
환경문제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약간 ‘발칙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아무리 교육적이라고 해도 재미가 없으면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잖아요. 저는 환경을 위한 ‘즐거운 각성’이 없을까 생각하다 ‘노인과 바다 플라스틱’이라는 게임을 만들었어요. 투명 페트병을 분리 배출하는 게임인데, 진행 속도가 너무 빨라서 보통 10초 안에 쓰레기에 뒤덮이고 말아요. 그리고 마지막에 ‘당신이 5개의 페트병을 분리 배출한 10초 동안 기업에서는 25만 개의 새로운 페트병을 생산했다’라는 메시지가 나오죠. ‘환경을 지키기 위해 개인도 노력해야 하지만 기업이야말로 진짜 책임이 큰 존재가 아닌가’라는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어요.


홍수열 소장
이건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환경문제는 1~2년 안에 뚝딱 해결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라 평생을 가야 될 장기적인 싸움이거든요. 그걸 지나치게 진지하게 끌고 가면 지칠 수 있어요. 실제로 기후위기를 포함한 환경문제에 관심 많은 젊은이들은 ‘기후 우울증’에 빠지고, 무력감까지 느끼곤 해요. 개인적 차원의 노력으로 변화가 바로 체감되지 않으니까요. 우리가 짧게 싸우고 말 게 아니라면 즐겁고 유쾌하게 싸우는 게 중요합니다.


이장섭 교수
최근에 환경부 과제로 전문가들과 함께 서울대에서 다회용 컵 사용을 실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8월 19일에는 ‘다회용 컵, 어떻게 하면 쓸래?’라는 주제로 참석자 100여 명과 ‘밤샘 아이디어 파티’를 열었죠. 에어컨 없이, 불도 켜지 않고, 노트북도 방전이 되면 재충전하지 않고요. 그저 함께 모여 다회용 컵 사용을 포함한 환경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디제잉도 즐기며 어우러지는 시간을 만들었어요. 이 파티에서 학생들이 직접 생각한 유쾌한 아이디어들을 10월에는 캠퍼스에서 실제로 적용해보게 됩니다.


홍수열 소장
교수님 말씀처럼 ‘서포터 문화’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결국은 그 다회용 컵을 들고 다니면서 소비하는 모습을 사람들 눈에 계속 노출시켜야 하거든요. 저는 대학 도서관에서 다회용 컵을 빌려주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학생증을 들고 도서관에 책을 빌리듯 학생증으로 다회용 컵을 빌리고 반납하면서 하나의 문화를 만드는 거죠.
지구온난화, 기후위기 등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환경보전에 대한 공감대가 두텁게 형성된 것 같습니다. 현장분위기는 어떤가요?


이장섭 교수
환경문제 인식의 총량은 크게 올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환경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어요. 하지만 우려되는 것은 이런 태도가 극단적으로 나뉜다는 점입니다.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와 반대로 도덕적 부채 의식 때문에 환경문제를 피하거나 철저히 방관하거든요. 이렇게 양분화된 입장 사이에서 다양한 솔루션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홍수열 소장
환경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은 매우 높아졌지만 그 대부분은 관념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은 알고 있지만, 진짜 ‘나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지 않으니까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화력발전소를 폐쇄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나에게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기꺼이 그 부담을 짊어지겠다는 실질적인 환경 의식은 아직 높지 않다고 봅니다. 게다가 한국은 여름과 겨울의 온도가 50℃ 이상 차이 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기후 교란을 체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구와 건강하게 공존하기 위해 우리 인류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홍수열 소장
결국 소비를 줄여야죠. 자꾸 친환경 소비를 이야기하는데, 저는 친환경 소비라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모든 소비는 필연적으로 환경문제를 일으키니까요. 쓰레기 문제에서도 저는 ‘재활용 만능주의’가 제일 위험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순환경제니까 재활용만 잘하면 된다? 순환경제의 ‘순환’은 소비를 줄이는 것을 전제로 하는 거예요. 페트병 라벨을 잘 벗기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논하기 전에 우리는 왜 계속 페트병을 소비하는 문화로 가고 있느냐에 대해 생각할 때인 거죠. 우리가 앞으로 환경문제를 헤쳐 나가는 데 있어서 실천도 중요하지만 좀 더 많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환경문제 해결 노력이 오래 지속되려면 우리 내면이 더 단단해져야 되고, 그러려면 이것을 나의 문제로 느끼는 책임의 윤리가 강화되어야 합니다.


이장섭 교수
질문을 듣고 ‘우리’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우리’의 범주를 인류만이 아닌 ‘지구’ 전체로 생각한다면 인류가 당면한 환경문제를 새롭게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라는 공동체의 범위를 지구 전체로 넓히면서 인간중심적인 사고를 확장해가는 것에서부터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럽게 변화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출처 : 서울대 사람들 vol.73 웹진]

댓글

웹진

뉴스레터

서울특별시청 경기연구원 세종학당재단 서울대학교 한국콘텐츠진흥원 도로교통공단 한전KPS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한국벤처투자 방위사업청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한국중부발전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지역난방공사 국방기술진흥연구소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지방공기업평가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Designed by 경성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