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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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가을, 그 속에서 노래하다 : 가수 이소라

영원한 가을, 그 속에서 노래하다

가수 이소라

목소리만으로 사람을 홀리는 이들이 있다. 그중 단연은 가수 이소라가 아닐까. 게다가 그녀가 부르는 곡들은 그녀가 아니면 안 될 정도로 대체 불가능하다.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노래를 부르는 이소라는 노래 그 자체다. 그리고 어딘가 가을을 닮았다. 깊고, 쓸쓸한 음색이 그렇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MBC 라디오<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사진 제공. 에르타알레 엔터테인먼트


가을 그 자체인 음악인, 이소라

가을이다. 가을이면 자동반사적으로 떠오르는 몇몇 이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만약 당신이 나이 지긋한 독자라면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일착으로 떠올릴 확률이 높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이 가사로 ‘잊혀진 계절’은 1980년대를 넘어 매년 가을마다 회자되는 명곡이 됐다.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도 빼놓을 수 없다. ‘잊혀진 계절’이 올드 팬 한정이라면 ‘가을이 오면’은 확실히 포괄하는 세대가 넓다. 서영은을 필두로 많은 후배 가수가 이 곡을 앞 다투어 커버했다는 점이 증명한다.

그러나 여기, 가을 그 자체인 음악인이 있다. 이 가수가 “바람이 분다”라고 노래할 때 우리는 모두 직감할 수 있었다. 이 곡이 영원한 가을의 베스트셀러가 될 것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그렇다. 그 주인공의 이름, 바로 이소라다.

 

외로움을 노래하는 연가

비단 ‘바람이 분다’만은 아니다. 이소라의 수많은 곡에서 우리는 가을바람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이소라의 목소리가 봄이나 여름, 겨울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사지선다로 설문조사 한다면 1위는 가을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내 예측에 2위는 겨울, 3위는 봄, 꼴찌가 여름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가을과 겨울이 1, 2위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곱씹어본다. 아무래도 키워드는 ‘외로움’일 확률이 높다. 과연 그렇다. 이소라 음악 속 주인공은 거의 대부분이 외롭다. 혼자다. 따라서 누군가가 떠나갔거나 떠난 지 오래였음에도 도저히 잊히지 않는 그 사람을 향한 연가가 이소라 음악의 중심을 이룬다.

어느 날, 이소라의 음악을 듣다가 소셜 미디어에 썼던 글로 이 글을 마친다.

“강렬한 자기 극화를 이소라보다 더 인상적으로 성취하는 뮤지션은 없다. 거기에는 그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조차 없다. 그는 과정 따위 밟지 않고 곧장 비극의 마차 위에 우뚝 올라선다.”

 

추천! 이소라의 바로 이 곡!

바람이 분다(2004) - 눈썹달
이 곡에서 이소라는 “곧 누군가 좋은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고 거짓 위로하지 않는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라며 내면의 격랑을, 그 엇갈림과 사무침을, 자신에게 남겨진 단 하나의 진실만을 고통스럽게 토해낸다. 그러니까, ‘바람이 분다’의 이별 속에 장밋빛 미래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괴로운 현재만이 도돌이표처럼 중첩되어 쌓여갈 뿐이다. 그야말로 진짜배기 이별인 것이다.

 

 

금지된 분노(1998) - 슬픔과 분노에 관한
이소라 노래 속 화자는 고통스러운 현재를 호소할 때에도 그것이 치유되기를 바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 더 나아가 그들은 적극적으로 그 증상을 ‘향유’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실상 우리 모두가 그렇지 않은가. 사랑과 이별이라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다. 그리하여 이소라의 음악 속 화자는 자전하는 슬픔 속에서 감히 이별과의 전면전(全面戰)을 불사한다. 많은 팬이 그의 노랫말에 공감하는 감정적인 바탕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2002) - SoRa's 5 Diary

그 정점,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에 있다고 믿는다. 앨범 수록곡으로 들어도 좋지만 유튜브에 있는 라이브 버전으로 감상해야 그 진가를 더 진하게 체험할 수 있다. 유튜브에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이소라 정승환’이라고 치면 맨 위에 나오는 영상이다. 다들 알다시피 정승환은 탁월한 재능을 지닌 가수다. 한데 이소라가 첫 발화를 하는 순간, 게임은 끝나고 만다. 순간 멍해질 것이다.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싶을 것이다.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저 사람은 그냥 노래 그 자체구나 싶어질 것이다.

 

[출처 : 사학연금 11월호 웹진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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