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FEB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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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만나는 건축과 공간의 재발견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만나는 건축과 공간의 재발견

글. 김은성 자유기고가 사진. 덴마크관광청

우리나라에서 집과 건물은 재테크의 수단이자 가장 큰 재산에 속한다. 특히 아파트를 떠올리면 편안하고 포근한 집의 느낌이 아닌 현재와 미래의 값어치가 얼마나 되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그렇다면 유엔에서 조사한 행복지수 1위의 덴마크에서 집은 어떤 의미일까.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함께 가보자.

 


휘게(hygge) 스타일

덴마크 ‘휘게 스타일’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이나 즐거움을 의미한다.

휘게는 덴마크어로 ‘편안함’, ‘따뜻함’, ‘안락함’을 뜻한다. 좀 더 나아가면 가족, 친구와 같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이나 즐거움을 의미한다.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 덴마크 사람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휘게 스타일의 집 안 분위기 덕분일 것이다. 집에서 모이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덴마크 사람들은 오래 머물고 싶은 편안한 집을 위해 많은 공을 들인다.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창문가에 차를 세팅해 놓고, 벽난로에 나무장작 불을 피우며 안락한 불빛이 집 안에 가득하도록 분위기를 조성 한다. 그리고 일상의 대화를 나누며 서로 충분히 공감한다. 이러한 안락한 분위기는 긴장감을 낮추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 행복감을 준다. 매일의 삶이 편안하고 안락하면 그 자체로 행복지수는 높아 지지 않겠는가. ‘사는(living)’ 사람이 중심이 되어 함께 누리는 공간. 진정한 휘게 스타일이다.

 

아파트의 새로운 가능성더 웨이브(The Wave)

덴마크의 국토 대부분은 평지로 이루어져 있어 자전거 타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졌고, 높고 험준한 산이 없는 대신 경사가 완만한 언덕을 만날 수 있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바일레((Vejle)라는 작은 항구도시에 눈에 띄는 건축물이 있다. 언뜻보면 하나의 예술작품 같은 ‘더 웨이브’라는 이름의 이 아파트는 이름처럼 물결치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독특한 실루엣의 다섯 개 봉우리는 좁고 완만한 협곡인 덴마크의 피오르((fjord)에서 영감을 받았다.

덴마크는 독일과 접해 있는 곳을 제외하면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나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지형이 평지와 완만한 구릉지로 이루어져 있고 마을은 해안가를 주변으로 형성되었다. 피오르는 원래 노르웨이어로 '내륙으로 깊게 뻗은 만(灣)'이라는 의미로 노르웨이에서 많이 보이는 지형으로 유명하지만, 덴마크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더 웨이브는 이러한 피오르 골짜기와 건물 앞 바일레 피오르 물결을 건축학적으로 풀어냈다. 멀리 바일레 피오르 다리 위나 마을을 관통하는 철도 안에서 보이는 더 웨이브는 주변 자연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건물 하나에 9층 높이, 20개 가구를 포함한 더 웨이브는 총 백 가구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면이 통유리로 지어졌다. 동쪽으로는 바일레 피오르 바닷가와 맞닿은 산책로가 있고 그 앞으로 펼쳐진 바다에서는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서쪽으로는 바일레 도심으로 이어져 있어 편의시설 이용도 용이하여 도심과 자연을 모두 담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은 시시각각 변하는 더 웨이브의 모습이다. 건물 자체가 자연을 그대로 모방해 날씨와 시간에 따라 다른 모양을 내는 것이다. 낮에는 바다의 하얀 파도가 건물에 반사되어 빛나고 밤에는 다채로운 조명을 받아 마치 색을 입힌 산처럼 보인다.

더 웨이브는 덴마크적인 특성을 살리면서도 세계적인 트렌드를 살린 좋은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으며, 단순한 거주지가 아닌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공존하는 아파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자연을 담은 티에트겐(Tietgen) 학생 기숙사

미래형 건축의 표본인 티에트겐 기숙사 / 덴마크 왕립도서관 ‘블랙 다이아몬드’ 내부는 엄숙한 겉모습과는 대조적인 시민 친화적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코펜하겐에 위치한 티에트겐 학생 기숙사는 관광객이 꾸준히 찾는 명소중 하나다. 하나의 커다란 통나무 같이 보이는 독특한 건물 외관이 눈길을 끌고, 견고한 건물의 구조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되는 티에트겐 기숙사는 미래형 건축의 표본이다.

 

2층에서 7층까지는 학생들의 방이 있는 주거층이고 다섯 개의 분리된 건물은 둥근 모습으로 그 안에 안뜰을 공유한다. 원형의 건물에서 주변 도시 풍경의 바깥쪽 외부 창문은 학생들이 거주하는 방들이고 안뜰 쪽을 바라보는 공간은 공용 공간이다. 울퉁불퉁한 각각의 구역은 크기와 구조가 전부 다른데 젊은 대학생들의 역동적인 생활을 연상시킨다. 건물의 원형 형태는 평등과 공동체를 상징하며 프로젝트의 주요 영감은 기숙사의 주요 특징인 개인과 집단 간의 만남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기숙사 전체에 공통으로 사용하는 시설은 1층에 모두 모여 있다. 1층은 개방형 통로를 통해 다섯개의 구역에서 접근할 수 있으며 카페와 강당, 컴퓨터실, 독서실 등이 있다. 공용 공간은 바깥에서 볼 때는 나무를 많이 사용해 자연과 어우러지고, 안에는 콘크리트를 노출하여 자연스러운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내부 인테리어 또한 다양한 조명과 아이템으로 세련된 느낌을 강조하고 화분색 하나 방의 분위기에 맞춰 디테일이 돋보인다.

1층과 마찬가지로 공용으로 활용되는 건물 안쪽은 부엌과 휴식 공간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더욱 자아낸다. 곳곳에 나무가 심어져 있고 안락한 의자와 따뜻한 조명으로 마치 집과 같은 느낌이다. 바깥과 이어지는 틈새 공간에는 자전거 거치대를 마련해 비를 맞지 않고 보관할 수 있다.

개인 공간의 창은 바깥을 향해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반면 모든 공용실에는 원형 건물 내부를 향한 대형 유리창이 있어 기숙사 내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을 모두 공유한다. 개인의 휴식과 공동체 활동을 모두 지향하는 이상적인 기숙사의 형태인 것이다. 공간이 주는 다양한 경험이 티에트겐 기숙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코펜하겐의 새로운 랜드마크 악셀 타워(Axel Towers)

악셀타워 전경

코펜하겐 도심 중심부 티볼리 공원 맞은편 악셀토르프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지어졌다. 악셀도르프라는 지역이름에서 딴 ‘악셀 타워’는 둥근 원형탑 다섯개가 연결된 독특한 모습이다. 타워는 주변 건축물에 맞게 다른 크기로 지어져 현대 스럽기도 중세 스럽기도한 자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악셀 타워는 세계 최고의 기숙사로 선정된 티에트겐 학생 기숙사를 설계한 건축회사인 룬드고르드앤트랜버그(Lundgård & Tranberg)가 디자인해 더 유명하다. 구리와 아연으로 마감된 황금색의 건물이 주변 도시 지역을 채우고 역동적인 구조가 재미있다.

악셀 타워는 도시 생활을 통합하기 위한 건축물로 마치 건물 자체가 도시 정원과 같은 역할을 한다. 타워 중간에 위치한 공용 야외 공간은 계단을 통해 연결되어 있고 내부로 들어오는 채광은 파사드의 대부분의 창문으로 스며든다. 1층에 위치한 ‘시티가든’은 공용 공간으로 24시간 개방되어 건물에 머무는 사람들은 물론 모두의 쉼터가 되어 준다.

덴마크의 건축물은 대부분 공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우뚝 솟아 주변의 조망권을 해치거나 화려하게 홀로 돋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용하는 사람의 특성에 맞게 디자인 되어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을 제공한다. 덴마크의 건축 곳곳엔 휘게가 묻어 난다.

 

[출처 : 한국전력공사 KEPCO 웹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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