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FEBUARY

kyung sung NEWS LETTER

2024 트렌드와 방송의 대응

[출처: 한국방송작가협회 방송작가 웹진 2월호]

 

유건식 언론학 박사 / KBS 시청자서비스부
<성균관 스캔들>, <The Good Doctor> 프로듀서 등
저서 《미드와 한드 무엇이 다른가》, 《넷플릭소노믹스》,
《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공저), 《남한산성을 걷다》 등

 

매년 연말 연초가 되면 ‘트렌드’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책이 쏟아진다. 한 해를 돌아보고 신년을 준비하면서 여러 책을 보게 된다. 대표적인 책이 《트렌드 코리아 2024》, 《2024 트렌드 모니터》, 《라이프 트렌드 2024》, 《디지털 미디어인사이트 2024》, 《2024 콘텐츠가 전부다》, 《OTT 트렌드 2024》 등이다. 2024년은 알 듯 모를 듯한 미소 같은 ‘모나리자 경제’라는데, 2024년 트렌드를 보면서 방송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내용을 찾아봤다. 방송작가도 이러한 트렌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DRAGON EYES’

여러 트렌드 책 중에서도 서울대 김난도 교수 등의 《트렌드 코리아 2024》는 최애 도서이다. 올해 갑진년 ‘청룡의 해’를 활용하여 10개의 트렌드를 발표했다. 지난해는 Chat GPT 열풍으로 인공지능이 엄청나게 주목받았다. 인공지능이 따라올 수 없는 사람만의 영역이 여전히 존재하고, 화룡점정(畵龍點睛)이란 말처럼 사람의 마무리인 휴먼 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책의 부제를 ‘DRAGON EYES’로 정했다.

▲분초사회(Don’t Waste a Single Second: Time-Efficient Society). 줌 미팅을 5시 17분에 할 정도로 분초까지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사회를 뜻한다. ▲호모 프롬프트(Rise of ‘Homo Promptus’). AI와 ‘티키타카’하면서 인간 고유의 창의성을 더욱 고양하는 방향으로 AI 서비스를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육각형인간(Aspiring to Be a Hexagonal Human). 외모, 학력, 자산, 직업, 집안, 성격 등등 모든 것에서 하나도 빠짐이 없는 사람을 뜻한다.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Getting the Price Right: Variable Pricing). 영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제번스가 말한 ‘일물일가’의 법칙(완전경쟁이 이루어질 때 동일한 시기, 동일한 시장에서는 품질이 동일한 상품의 가격이 2개 이상 형성될 수 없다는 법칙)이 사라지고 시간, 장소, 유통 채널에 따라 가격이 다른 ‘일물N가’가 적용된다는 뜻이다. ▲도파밍(On Dopamine Farming). 행복감을 느끼게 하지만 새로운 자극에만 분비되는 도파민이 분출되는 행동이라면 무엇이든 시도하고 모아보려는 노력을 뜻한다. ▲요즘 남편, 없던 아빠(Not Like Old Daddies, Millennial Hubbies). 요즘 결혼하는 남성들의 신랑·남편·아빠로서 갖는 새로운 모습으로 눈치력은 필수이고 가사 노동을 분담하고 정시 퇴근하는 ‘6시 신데렐라’ 현상을 뜻한다. ▲스핀오프 프로젝트(Expanding Your Horizons: Spin-off Projects). <스타 골든벨>이 <도전 골든벨>에서 출발한 것처럼 스핀오프가 브랜드, 기술, 조직 관리 등으로 확대되는 현상을 뜻한다. ▲디토소비(You Choose, I’ll Follow: Ditto Consumption). 특정 사람·콘텐츠·커머스가 제안하는 선택을 그냥 ‘나도(ditto)’ 추종하는 소비를 뜻한다. ▲리퀴드폴리탄(ElastiCity. Liquidpolitan). 지역만의 콘텐츠가 화제가 되고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사람들이 이동하며 교류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추구하는 유연한 변화를 뜻한다. ▲돌봄경제(Supporting One Another: ‘Care-based Economy’). 단순히 장애나 가족이 아니라 누구나 해당하는 돌봄을 둘러싼 새로운 사회적·기술적 움직임을 뜻한다.

출처 : 이데일리(2023.10.6.)
“2024년은 ‘분초사회’... 시간이 돈, ‘가치있는 시간’ 팔린다”
https://m.edaily.co.kr/news/read?newsId=01226726635770296&mediaCodeNo=257

 

우선 트렌드 코리아 첫 번째이자 10개의 트렌드를 관통하고 있는 ‘분초사회’ 트렌드는 방송에서 숏폼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보여준다. 드라마도 요즘에는 유튜브에서 요약 보기 소비가 대세다. 일단 내용을 확인하고 볼지 말지를 결정한다. 한편으론 너무 많은 영상 콘텐츠가 생산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기도 하다. 문화 환경이 변하면 방송 미디어도 이에 맞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HBO 드라마 <유포리아>가 MZ 세대의 스타일링을 참고서로 삼는 사례처럼 방송 콘텐츠 제작과 마케팅도 소비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제작해야 한다.

‘리퀴드폴리탄’ 키워드는 인구에 대한 관심이 달라져야 함을 상기시킨다. 2020년에는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지면서 인구가 자연감소하는 현상인 ‘인구 데드크로스’가[각주:1] 이루어진 시점에서 하나의 선택지(콘텐츠, 직장, 거주지)에 정착하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선택지를 탐색해 이동하는 플로팅(floating) 세대가 더욱 확장될 것이다. 향후에는 지역방송국이 지역의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기능을 확대했으면 한다. 실제로 전 세계 66%의 소비자가 영화·드라마 촬영지를 여행 목적지로 고려한다. 단순 정주 인구보다 여가 시간의 증가로 발생하는 ‘생활인구’ 또는 ‘관계인구’를 활성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MBC 최별 PD가 김제시 죽산면의 농촌 생활을 소개하는 유튜브 <오느른>이다. 유키 구라모토가 직접 찾아와 아름다운 피아노 콘서트도 열었다.

‘도파밍’을 보면서는 방송만의 차별화된 콘텐츠 제작이 필요함을 느낀다. OTT 콘텐츠는 ‘청소년 관람불가’를 포함하여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다. 방송 기준의 심의를 받지 않고, 자율심의를 하기 때문이다. OTT 오리지널은 방송과 차별화한 콘텐츠로 이용자를 유치하기 위해 이런 전략을 영리하게 채택했다고 본다. 방송에서도 이를 따라 하려는 경향을 보이지만, 이미 확정된 규정과 룰이 있으므로 그럴 수는 없다. 지속 가능한 행복을 위해서 도파민과 자극적이지 않게 행복을 주는 세로토닌이 균형을 이루는 내용을 프로그램에서 더 자주 다루었으면 한다. 방송만의 휴머니즘과 유머가 많은 담겨있는 콘텐츠가 2024년 방송가에서 화제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피드백 부재가 낳은 고립된 개인

《트렌드 모니터 2024》는 리서치 전문 회사 마크로밀 엠브레인에서 매년 발간하는 도서로 회사의 특성을 살려 서베이를 통한 트렌드를 뽑아내고 있다. ‘빨리 감기’, ‘시성비’, ‘MZ 세대 거지방’ 등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선정한 키워드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꽤 있다. 이 책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피드백의 부재’에 따른 개인의 고립이다.

마크로밀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가 분석한 2023년의 가장 큰 결핍은 ‘피드백 부재’다. 그중에서도 조직 내에서 가장 뚜렷하게 관찰되는 ‘MZ 세대’라는 표현이 하나의 증거이며, 이 편견을 해소하지 못한 이유가 피드백의 부재라고 한다. 이와 더불어 일상생활에서 피드백을 보여줄 수 있는 ‘어른’이 부재하고, 행동을 말려줄 수 있는 ‘친구’가 부재하며, 일의 의미를 부여해 줄 ‘직장 동료’ 등이 없는 것이 3無 사회다.

2023년 소비자들이 가장 자주 경험한 감정은 1위 ‘근심, 걱정’, 2위 ‘귀찮음’, 3위 ‘답답함’으로 나타났다.

여기서는 8개의 트렌드를 선정했다. ▲어덜티즘. 경기 불황 등 삶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시대에 ‘진짜 어른’의 조언을 갈구하는 20~40대의 니즈가 크다는 뜻이다. ▲평균 회귀. 경기 침체가 계속되며 개성을 쫓기보다 경제적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고 삶의 기준을 낮춰 ‘보통’의 삶으로 회귀하는 현상을 뜻한다. ▲세대 레이블링. ‘MZ 세대’ 등 노동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와 소통 부재로 인하여 세대 간 편견이 심화한다는 뜻이다. ▲자본 소득 필수 사회. 경제적 부를 중시하는 ‘한국식 능력주의’가 부상하여 자본 소득이 필수인 사회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선택적 경험. 우울한 사회에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누리기 위해 ‘나’를 중심으로 최상의 만족도를 제공하는 경험을 취사선택한다는 뜻이다. ▲폐쇄형 관계. 경제력 중심 인간관계에 대한 피로 때문에 소수의 인간관계에 집중하는 폐쇄형 관계를 선호한다는 뜻이다. ▲빨리 감기. 최소 시간에 최대 영상을 소비할 수 있는 ‘빨리 감기’와 ‘숏클립’에 중독되는 소비자와 자극적인 콘텐츠가 범람하는 트렌드를 뜻한다. ▲영트로. 몇 년간 레트로 트렌드가 지속되며 복고 문화 향유 계층이 저연령화하고, 복고 세계관이 다변화하는 트렌드를 뜻한다.

개개인은 무엇보다 자신의 결핍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돈’과 ‘시간’이라는 자원을 우선적으로 투자하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에 맞게 방송은 준비해야 한다. MBC 경남이 2022년 12월 31일과 2023년 1월 1일 방송한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출처 : 하나금융경영연구소(2024.1.6.)
<주요 트렌드 서적별 핵심 내용 요약>
www.hanaif.re.kr

 

 

‘올드 머니’

《라이프 트렌드 2024》는 2013년부터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이 발간하는 책이다. 2024년 트렌드로 13개를 선정하였다. ▲욕망이 된 ‘올드 머니’, ▲반려자를 반려하다, ▲각집살이, ▲넥스트 핫플레이스의 필수 조건, ▲수산물 불신 시대와 연어, 그리고 푸드 테크, ▲가스레인지 사용을 금지하다, ▲글로벌 보일링 2024, ▲격투기 하는 리더, 강한 리더십과 노동생산성, ▲펀임플로이먼트와 자발적 프리터, ▲취하기 싫다면서 취하려는 사람들, ▲얼리 안티에이징과 안티에이징 테크, ▲스마트 그레이와 에이지리스 유스, ▲AI의 역습과 일자리 위기의 서막.

《트렌드 코리아 2024》나 《2024 트렌드 모니터》에서도 나온 ‘올드 머니’, ‘AI 인공지능’이 논의된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AI 역습에 초점을 두었으면 한다. 올해 CES에서 AI가 전면에 부각되어 로보틱스, 디지털 헬스, 지속 가능성, Web 3.0을 비롯해 미래 항공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기술을 선보였다. 구글은 생성형 AI가 자동으로 적절한 이미지 편집 방식을 제안하여 자동으로 변화해 주는 ‘Magic Editor’를 공개했고, 삼성SDS는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를 생성형 AI 기반으로 효율성을 개선하는 ‘Brity Copilot’를 공개했다. LG전자는 AI 기술을 활용하여 타깃 맞춤형 광고를 제공할 수 있는 리테일 설루션을 공개했고, 국내 스타트업 오노마에이아이는 생성형 AI의 멀티모달 기술을 기반으로 웹툰 제작 서비스를, 툰스퀘어는 웹툰 창작을 지원하는 웹 브라우저 기반의 AI 서비스 ‘투닝’을 공개했다.[각주:2]

방송 현장에서도 각종 AI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을 활성화하고, AI의 활용과 역기능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었으면 한다.

여기서 소개한 세 권의 책 외에도 방송작가가 눈여겨볼 만한 트렌드 책으로는 《디지털 미디어인사이트 2024》, 《2024 콘텐츠가 전부다》, 《OTT 트렌드 2024》, 《2024 트렌드 노트》, 《Z세대 트렌드 2024》, 《머니 트렌드 2024》, 《2024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등이 있다. 2024년도 다양한 트렌드를 방송 프로그램에 반영하여 시청자의 관심을 끌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 한국방송작가협회 방송작가 웹진 2월호]

 

  1. https://eiec.kdi.re.kr/publish/naraView.do?fcode=00002000040000100012&cidx=13771&sel_year=2022&sel_month=04 [본문으로]
  2. 삼정KPMG 경제연구원(2024). ‘CES 2024로 본 미래 산업 트렌드’. 3쪽.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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