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kyung sung NEWS LETTER

전남 여수 오동도 동백꽃 필 무렵, 힐링 오동도

[출처 : 한국중부발전 중부가족 웹진 2024 Vol.127 March]

봄을 재촉하는 단비가 내린 날, 동백숲엔 꽃비가 내렸다. 달큰한 봄바람에 실려 남도 여기저기서 이른 개화 소식이 전해오지만 동백꽃의 원조는 여수 오동도다. 섬이 붉게 물들면 겨울이 닫히고 봄이 열렸다는 신호다. 지금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지나고 있는 섬에 동백까지 환히 꽃등을 밝히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글. 윤진아 사진. 정우철

봄이 오는 길목

겨우내 움츠렸던 자연이 기지개를 켜는 시간, 봄을 마중하러 간 길 끝에서 한 폭의 그림을 만났다. 쪽빛 바닷길을 따라 빨간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핀 길을 거닐다 보면 왜 여수를 ‘봄이 오는 길목’이라고 하는지 절로 알게 된다. 여수(麗水)는 이름 그대로 물이 아름다운 고장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항구도시 여수는 남도를 대표하는 관광지다. 다도해국립공원과 한려해상국립공원이 맞닿아 있는 지형답게 곳곳에 절경을 품고 있다. 세상 시름 놓고 유유히 흐르는 물 따라,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 따라, 여수는 한순간도 머무름 없이 묵묵히 흐르며 여행자를 기다린다. 지금 봄의 색이 가장 짙은 곳은 오동도다.

오동도는 섬이지만 섬이 아니다. 육지와 방파제로 연결돼 있어서다. 1935년 만들어진 방파제는 육지와 오동도를 768m의 길로 잇고 있다. 성인 걸음으로 15분 남짓 거리인데, 바다와 벽화를 벗삼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동도는 차 없이 여행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여행지다. 육지와 섬을 오가는 동백열차가 15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무인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라이딩할 수도 있다. 섬 모양이 오동잎을 닮아 오동도라는 이름이 붙은 이곳은 3,0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섬 전체를 붉은 꽃으로 덮어 ‘바다의 꽃섬’이란 별칭을 갖게 됐다. 동백나무뿐만 아니라 참식나무, 후박나무 등 193종의 희귀 수목이 울창한 숲을 이룬다.


해안길에서는 더욱 선명한 쪽빛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소라바위, 병풍바위, 코끼리바위 등 기암절벽도 많은데, 오랜 세월 거친 파도에 맞섰던 흔적이 웅장한 해안 절벽으로 남았다. 절벽 틈에서 길게 이어진 바닷가 동굴은 용이 드나들던 통로라는 전설이 있다. 용굴에 가만히 서서 바람 소리, 파도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세상과 떨어져 오직 나의 내면과 마주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용굴에서 둘레길 사이로 난 내리막길로 내려가면 바람골이다. 기암절벽 사이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는 골짜기로, 암석 해안의 절경을 볼 수 있어 인증사진 성지로 불린다.

 

달콤한 꽃비가 내리면

남도에서 불어온 달큰한 바람결에 나뭇가지마다 꽃을 툭툭 틔워낸다. 쪽빛 바다를 배경으로 붉게 타오르는 동백꽃은 역동하는 봄 그 자체다. 산책로 곳곳에 누군가 동백꽃 낙화를 모아 하트 모양을 만들어놓았다. 동백은 떨어진 꽃송이도 참 곱다. 동백꽃은 통째로 떨어질지언정 꽃잎이 바람에 날리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동백나무 밑에는 통으로 떨어진 꽃송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바람에 쉬이 날리지 않는 동백꽃은 떨어진 상태에서도 오랫동안 아름다움을 유지한 채 자리를 지킨다. 마치 땅 위에서 또 다른 생명력으로 피어난 듯하다. 모진 해풍을 견디며 피고 지기를 반복해서일까. 오동도 동백꽃은 더 정열적이고 더 강렬한 느낌이다.


하늘을 가릴 만큼 울창한 숲길을 걷다 보면 동백꽃전망대가 나타난다. 햇살이 좋아서인지 다른 곳보다 동백꽃이 유독 많이 피어있다. 오동도 가장 높은 곳엔 등대가 서서 오가는 객들을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다. 1952년 처음 불을 밝힌 25m 높이의 오동도등대는 여수항을 오가는 선박의 뱃길을 안내해왔다. 등대 앞에는 꽃그늘 아래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찻집이 있다. 달콤하게 퍼지는 향과 꽃에서 우러난 빛깔이 일품인 동백꽃차를 마시면서 피로를 풀기에 제격이다.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다

땅거미가 내려앉으면 여수는 숨겨둔 오색 보석을 천천히 꺼내 보인다. 오동도 입구 자산공원에서 돌산공원을 잇는 1.5km의 해상케이블카는 야경 명소로 유명하다. 돌산대교, 하멜등대 등등 형형색색으로 물든 여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를 왜 그 많은 사람들이 목놓아 부르며 칭송하는지 알만한 풍경이다. 밤하늘과 눈높이를 맞추고 바다를 내려다보면 마치 야간 비행에 나선 비행사가 된 기분이 든다. 봄기운을 알토란같이 머금은 강건한 밤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생동하는 기운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를 왜 그 많은 사람들이

목놓아 부르며 칭송하는지 알만한 풍경이다.”

 

 

[출처 : 한국중부발전 중부가족 웹진 2024 Vol.127 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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