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kyung sung NEWS LETTER

벚꽃과 해군의 도시 창원 진해

[출처 : 방위사업청 청아람 웹진 3+4월호]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벚꽃 축제인 진해 군항제.
한편,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체험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기도 하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독특한 벚꽃 축제를 만나러 창원 진해로 떠나보자.

글. 정효정(여행작가)

 

예년보다 빨라진 진해 군항제

매년 벚꽃 피는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진해 군항제 역시 앞당겨져 역대 최고 이른 시기인 3월 23일부터 4월 1일까지 개최된다. 보통 4월 1일에 개최되던 과거와 비교하면 열흘 정도 빨라졌다. 진해 군항제는 36만 그루의 제주도 산 왕벚나무를 볼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벚꽃 축제다. 이 시기의 진해구는 어딜 가도 아름답지만, 그중에서도 제황산 공원과 여좌천, 경화역 등이 벚꽃 명소로 유명하다. 올해는 주요 행사가 중원 로터리를 중심으로 펼쳐지기에 관람객들이 예년보다 효율적인 동선으로 이동하면서 군항제를 즐길 수 있다.

 

몽글몽글한 감성이 피어나는 데이트 명소, 여좌천

진해 군항제 하루 여행의 시작은 중원 로터리를 기준으로 잡으면 좋다. 중원 로터리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여좌천에 도착한다. 여좌천은 장복산에서 진해역 사이에 있는 약 1.5km의 개울이다. 봄이 오면 이 하천을 사이에 두고 길 양쪽으로 들어선 왕벚나무가 만개한다. 이곳에는 걷기 좋도록 나무 데크가 설치되어 있는데,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듯한 환상적인 기분이 든다. 이 데크를 이어주는 다리가 바로 로망스다리다. 2002년 드라마 ‘로망스’의 촬영지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명소로 이 다리에서 사랑을 고백하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여좌천의 관리주체는 여좌동 주민들이다. 보수와 유지뿐 아니라 안내판도 여좌동 주민들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주민들이 직접 관리하기에 도심 속 하천인데도 물이 맑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걷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면 마치 애니메이션 속 한 장면에 들어온 것처럼 온통 분홍색이다. 밤에는 야경을 위한 조명등을 설치해 더욱 아름답다. 여좌천에서 조금 더 위로 걸어 올라가면 진해내수면환경생태공원이 나온다. 이 공원은 관광객보다 주민들의 명소다. 벚나무 외에 수선화, 꽃창포, 비비추 등 다양한 습지식물을 볼 수 있다. 벚꽃이 질 무렵이면 내수면 습지에 벚꽃이 떨어지는 모습이 환상적이다.

 

해군과 K-방산으로 더욱 의미 깊은 진해 군항제

진해 군항제는 단순한 벚꽃 축제가 아니다. 그 시작은 해군진해기지사령부가 1953년부터 거행한 충무공 이순신의 추모제였다. 그 후 1963년부터 민·관·군의 화합을 다지기 위한 의미로 진해 군항제가 열리기 시작해 올해 62회에 이르렀다. 지금도 북원 로터리에서 당시 세워진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이순신 동상이기도 하다. 6·25전쟁 직후 주민들이 성금을 모아 세운 것이어서 의미가 더 깊다. 그 때문에 진해 군항제는 이충무공 추모대제, 승전행차 퍼레이드 등 호국행사가 함께 펼쳐지는 것이 다른 벚꽃 축제와의 다른 점이다. 특히 군악의장페스티벌과 같은 군대 예술 공연은 진해 군항제에서만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진해구가 있는 창원시는 K-방산의 중심지기도 하다. 현재 창원 국가산업단지에는 국가 지정 방산업체 83개사 중 19%에 해당하는 16개사가 있으며, 5곳의 체계 기업과 수많은 협력업체가 지역 경제를 견인한다. 올해 5월 최초로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지사가 설립될 예정이기도 하다. 지난해 진해 군항제에는 K2 전차와 K9 자주포 2대가 전시되었다. 올해는 이를 확대해 진해역에서 중원 로터리 구간에는 방위산업 홍보를 위한 쇼케이스 거리가 조성된다.

진해 군항제는 평소에 출입할 수 없는 해군사관학교, 해군진해기지사령부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해군진해기지사령부는 부대 내 주도로 약 2km 구간을 개방하는데 수령 100년이 넘는 벚나무의 화려한 자태를 만끽할 수 있다. 단, 차량으로 이동 시 군부대 내에 주정차를 할 수 없기에 가급적 도보로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군항제 기간에는 주요 관광지를 순환하는 셔틀버스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관람객들은 평소에 볼 수 없었던 마라도함, 일출봉함, 해양대 실습선인 한바다호 등을 직접 타보고 체험할 수 있다. 해군사관학교 역시 거북선 견학, 군복 체험, 해사 마스코트 사진촬영 등 다양한 행사를 지원한다.

 

벚꽃 감성 가득한 경화역 철길

경화역은 과거 마산과 진해를 연결해 주는 간이역이었다. 일제강점기인 1926년에 만들어져 2006년에 폐쇄되었다. 이곳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경화역에서 세화여고까지 이어지는 약 800m의 철길이다. 철로를 따라 쭉 펼쳐진 벚꽃이 환상적인 터널을 이룬다. 과거에는 이 철로에 기차가 달리고 하얀 꽃비가 내리는 감성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당시 이 구간을 달리던 무궁화호는 지금은 철길 옆에 전시되어 있다. 벚꽃이 가득한 철길을 자유롭게 걸을 수 있어 인생샷 명소로 유명하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여좌천보다 조금 한가롭게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최근 경화역은 이색 포토존과 야간 경관조명, 소원 티켓 체험 거리 등으로 단장해 사계절 관광 명소로 거듭났다. 경화역 역사도 원래 출입이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내부에서 옛 경화역 모습과 기차표 등을 구경하고, 다양한 레트로 감성 테마도 느껴볼 수 있다.

 

진해해양공원에서 일몰을 바라보며

하루 종일 벚꽃 구경을 했다면 이번엔 탁 트인 바다를 보는 건 어떨까? 창원시 진해구 음지도에는 진해해양공원이 있다.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작은 섬이다. 진해해양공원은 해양생물테마파크, 창원솔라타워 전망대, 어류생태학습관, 해전사체험관 등 다양한 관람시설이 있다. 섬의 둘레에 산책로가 있어 산책을 하며 관람을 즐길 수 있는 형태다.

해양생물테마파크는 해양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곳으로 어린이 대상 잠수함 체험 시설, 체험형 미디어 게임 공간, 트릭아트 포토존 등이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어류생태학습관은 우리 바다와 민물에 사는 어류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며, 해전사체험관은 진해의 역사와 충무공 이순신에 대한 전시 공간이다, 돛단배를 본뜬 외관을 지닌 창원솔라타워에 올라서면 통유리창 너머로 파란 바다와 하늘을 볼 수 있다. 사실 이곳은 태양광 발전시설이지만, 전망대의 기능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전망대 1층 바닥에는 투명한 강화 유리가 설치되어 있어 120m 아래를 내려다 보는 아찔한 체험도 가능하다.

진해해양공원은 경남의 대표적인 일몰 명소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일몰을 바라보며 꿈처럼 아름다웠던 하루 여행을 마무리해 본다. 이 지역은 조선 시대부터 지리적· 군사적 요충지였다. 그 때문에 일제강점기에 이곳에 군항이 지어졌고, 아직도 진해구 곳곳에는 근대역사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광복 후 이 지역은 대한민국 해군 역사의 출발점인 해군진해기지사령부와 이순신 장군의 후예를 길러내는 해군사관학교가 있는 자주 국방의 중심점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K-방산의 미래가 함께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진해 군항제의 아름다운 벚꽃 속에는 이 모든 이야기가 녹아 새로운 미래를 만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모든 풍경이 더욱 소중하고 의미 있지 않을까. 봄에 피어나는 꽃에는 희망이 있다. 진해의 벚꽃과 함께 봄이 주는 희망을 만끽해 보자.

ⓒ한국관광공사 사진갤러리-한국관광공사 송재근
ⓒ한국관광공사 사진갤러리-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여행 중 쉼표, 먹기

ⓒ한국관광공사 사진갤러리-살롱드베이커

봄을 입으로 느낀다, 도다리쑥국

눈으로 봄을 만끽했다면 이번에는 음식으로 즐길 차례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란 말이 있다. 도다리는 봄에 즐겨야 제맛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진해에서는 3월부터 도다리가 잡힌다. 그래서 진해 군항제가 열리는 시기는 도다리쑥국이 가장 맛있을 때기도 하다. 제철 맞은 탱글탱글한 도다리에 봄의 향기를 머금은 쑥이 들어가니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마치 봄을 한입 가득히 맛보는 듯하다.

 

벚꽃 야경 보고 라면 한 그릇

경화역에는 뜻밖에 일본식 라면 가게가 많다. 진해구의 일본식 라면 가게 중 절반이 경화역에 있을 정도다. 원래 이곳에 포장마차 라면집이 먼저 자리를 잡았다. 새벽 2시까지 영업하는데 밤에도 대기 줄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벚꽃 야경을 보고 라면 한 그릇을 하는 것이 20~30대에게 새로운 유행이 되었을 정도다. 일본에서 20년간 라면가게를 운영했던 대표의 라면 가게, 일본 도쿄라멘학교를 졸업한 대표의 라면집이 생기면서 점점 특색 있는 가게가 늘어나고 있다.

 

[출처 : 방위사업청 청아람 웹진 3+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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