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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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

화양연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

영화 <화양연화>는 2000년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양조위)과 기술공헌상을 받았으며, 2012년 영국의 영화잡지 『사이트 앤 사운드』의 설문조사에서 ‘시대를 초월한 명작 24위’에 선정된 영화이다. 데뷔작 <열혈남아>(1988) 이후 10여 년 동안,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감각적인 편집과 미장센을 통해 세계영화계의 스타로 각광받았던 왕가위의 걸작 <화양연화>를 소개한다.

글. 김경욱 영화평론가 사진 제공. 더홀릭컴퍼니


색 다른 관점에서 불륜을 다룬 멜로드라마

불륜을 다룬 멜로드라마는 대부분 주인공 남녀가 불륜의 당사자가 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나 <화양연화>는 그러한 도식을 뒤집어 불륜에 빠진 당사자들의 배우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했다. 이웃에 살게 된 수리첸(장만옥)과 차우(양조위)는 남편과 아내에게 선물 받은 핸드백과 넥타이 등을 단서로 배우자들의 불륜을 알아낸다. 두 사람은 그들의 불륜이 어떻게 시작되었을지 궁금해하며 자주 만나게 된다. 수리첸은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며, 자신에게 불륜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다짐하지만, 어느새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때는 1962년 홍콩, 불륜이 금기시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수리첸과 차우는 결국 사랑을 포기하는 쪽을 선택한다.

수리첸은 언제나 목 전체를 꽉 죄는 칼라에 몸에 딱 맞는 치파오를 차려입고, 흐트러짐 없는 올림머리(여기에 화장까지 마치려면 촬영할 때마다 몇 시간 이상 걸렸다고 한다)를 하고 있다. 이것은 수리첸의 우아한 아름다움을 빛내주면서 한편으로는 그녀가 관습과 타인의 시선 속에 갇혀있는 상태를 나타낸다. 수리첸과 차우가 만나는 장면에서 자주 보이는 창살은 그들이 사회 통념의 감옥에 갇혀있는 느낌을 준다. 수리첸은 장면이 바뀔 때마다 거의 매번 다른 옷을 입고 나오는데, 치파오의 다양한 색상과 무늬는 그녀의 감정을 드러내는 기호이다. 그녀가 무채색의 치파오 위에 붉은색 코트를 입은 장면을 보면, 차우를 향한 마음을 억제하는 동시에 갈망하는 감정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지나간 일들을 기억한다.
먼지 낀 창틀을 통해 모든 것을 볼 수는 있겠지만, 이제는 희미하기만 하다.

 

사랑에 빠진 분위기를 즐기는 영화

멜로 영화에서 관객의 관심은 주인공의 사랑의 결말에 쏠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홀린 듯한 이미지와 사운드 트랙이 어우러지면서 만들어내는 분위기(Mood)가 더 중요하다. 그 분위기와 함께 수리첸과 차우의 외로움과 애틋한 감정에 푹 빠져서 즐긴다면 길게 여운이 남는 영화가 될 것이다.

그런데 만일 이 영화가 수리첸과 차우가 헤어지는 장면에서 끝났다면, 이루지 못한 사랑을 뛰어난 감각으로 연출한 작품에 머물렀을 것이다. 이 영화의 에필로그는 화룡점정이다. 차우는 앙코르와트에 찾아가 그곳의 벽에 난 구멍에 대고 수리첸과의 비밀을 털어놓는 다. 천 년의 시간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연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모든 이들에게 각자의 사연은 아플 수밖에 없다. 그들의 이야기는 결국 기억 속에 사라지겠지만, 천 년을 버틴 사원은 그것을 오랫동안 간직할 것이다.

화양연화 In the Mood for Love

감독 왕가위
출연 장만옥, 양조위
개봉 2020년 12월 24일 재개봉

수리첸과 차우가 같은 날 같은 아파트에 이사를 온다. 그리고 얼마 뒤, 두 사람은 자신의 남편과 아내가 불륜 관계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동병상련을 나누며 자주 만나던 그들은 어느새 사랑에 빠지게 된다.

 

 

[ 출처 : 사학연금 2월호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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