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아름다운 전라도 사찰 여행 : 전라도 단풍 여행
- 여행
- 2021. 11. 16.
단풍이 아름다운 전라도 사찰 여행
전라도 단풍 여행
9월 28일 설악산 대청봉에 첫 단풍이 들었다. 산 정상에서부터 20% 정도 단풍이 들었을 때를 ‘첫 단풍’, 약 2주 후 산 전체의 80%가 물들 때를 ‘절정기’라고 부른다. 올해는 지구 온난화 때문에 평년보다 첫 단풍이 3일 정도 늦었다고 한다. 가을이 점점 짧아지는 게 아쉬워서일까. 올해 단풍은 왠지 불꽃처럼 피었다가 금세 사라질 것 같다. 이 화려한 찰나를 보려면 10월 말부터 11월 초중순쯤 전라도 단풍 명산으로 떠나야 할 일이다.
글 | 사진. 김혜영 여행작가
명불허전 정읍 내장산 내장사 단풍
전국 단풍 명소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내장산국립공원. 그만큼 많은 단풍 나들이객이 이곳을 찾는다. 단풍잎 수만큼 많은 인파에 질릴 만도 한데, 매년 가을이면 이곳이 그립다. 그도 그럴 것이 내장산 단풍잎이 유난히 붉고 화려하기 때문. 다른 단풍나무에 비해 잎이 얇아 붉은색이 잘 들어서다.
단풍철이 되면 매표소에서부터 내장사 일주문 안까지 이어지는 단풍 터널은 울긋불긋해진다. 붉은 꽃, 노란 꽃이 흐드러지게 핀 것처럼 화려하다. 단풍 터널을 통과하며 단풍을 즐기고, 내장산에 올라 단풍숲 전경을 한 번 더 감상한다. 내장산에 오르는 방법은 산행하거나 케이블카를 타거나 둘 중 하나다.
연자봉 전망대에서 내려와 가야 할 곳은 내장사다. 내장사는 백제 무왕 37년(636년) 때 도승 영은조사가 ‘영은사’란 이름으로 창건한 사찰로 전해온다. 창건 시기는 오래되었으나 전각 대부분이 근대에 복원되어 고풍스러운 멋은 없다.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의 단풍나무길이 내장사의 백미다. 천왕문을 통과해 정혜루와 연못을 지나면 대웅전과 삼층석탑이 보인다. 아담한 절 마당에 서면 전각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웅전 뒤로 내장산의 첩첩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이곳에서 단풍놀이를 끝내기 아쉽다면 원적암 자연관찰로 숲길을 이어 걸으면 된다.
고창 도솔산 선운사의 도솔천 오색단풍
선운사는 백제 위덕왕 24년(577년) 검단선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한창 번성하던 시절에는 89개의 암자를 거느리고 3천여 명의 승려가 머물렀다고 한다. 지금은 도솔암, 참당암, 석상암, 동운암 등 암자 4개와 경내에 천왕문, 만세루, 대웅전, 영산전, 관음전, 팔상전, 명부전, 산신각 등 10여 동의 전각 건물을 지니고 있다.
선운사 옆으로 도솔천이 흐르는데,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단풍나무가 계곡 양옆을 호위하듯 늘어서 있다. 이 나무들이 가을에 오색단풍으로 물들면 절경이 따로 없다. 낮에는 관광객이 많으므로 이른 아침이나 해질녘 선운사에 간다. 한적한 도솔천 숲길을 걷노라면 사람들이 왜 선운사 단풍을 칭송하는지 알 수 있다. 호수처럼 잔잔한 도솔천 물빛은 유난히 검은 듯하다. 이는 참나뭇과의 낙엽에 함유된 타닌 성분 때문이라고 한다. 물빛이 검어 계곡에 가지를 드리운 나무들의 반영과 수면에 떨어진 단풍잎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숲길은 천왕문 앞 승선교를 지나면서부터 s자로 굽는다. 계곡 한가운데에 돌무더기와 바위가 툭 불거져 드러나고, 숲이 점점 깊어진다. 도솔암이 가까워질수록 가을도 깊어간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창 문수산 문수사 단풍
문수사는 전북 고창과 전남 장성 사이에 있는 문수산 중턱에 위치해 있다. 조산저수지를 지나, 왼쪽 골짜기를 타고 6km 정도 비포장길을 오르면 문수사 일주문이 보인다. 골 깊은 곳에 자리해 단풍철이 아니면 인적이 드물다.
문수사 단풍나무는 문수사 입구에서 문수산 중턱 부도밭까지, 약 80m 길이의 진입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 숲에 자생한다. 지름 30~80cm, 평균 높이 10~15m, 가슴 높이 둘레가 2~2.96m, 수령 100~400년 정도 되는 500여 그루의 노거수다. 우리나라에서 흔치 않은 단풍나무 숲이므로 보호 가치가 있어, 2005년 9월 9일 천연기념물 제463호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이 숲에 단풍나무 외에도 고로쇠나무, 졸참나무, 개서어나무, 상수리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등도 어울려 산다.
문수사 단풍은 같은 지역인 고창 선운사보다 늦게 물든다. 선운사 단풍이 끝물일 무렵 비로소 붉게 타오르는 것. 아니 은은하게 물들어간다. 단풍이 한창 절정일 때도 울긋불긋 요란하지 않다. 백양사, 내장사, 선운사 단풍을 놓쳤다고 아쉬워 말고, 문수사로 달려가 보자. 문수사 단풍이 예쁠 때는 평년 기준 11월 10일 전후다.
장성 백암산 백양사의 애기단풍
백양사는 내장사와 함께 내장산국립공원에 속한다. 백양사의 단풍나무는 아기 손을 닮은 애기단풍이다. 백양관광호텔에서 매표소까지 약 1.5km의 붉은 단풍길이 환상적이다. 뭐니 뭐니 해도 백양사 단풍의 진수는 쌍계루가 세워져 있는 계곡가다. 쌍계루와 쌍계루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는 백학봉이 계곡에 거울처럼 비친다. 계곡에 떨어진 단풍잎이 푸른 비단에 곱게 놓은 수 같다. 수면이 잔잔할 때는 사진을 뒤집어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쌍계루 반영이 선명하다. 데칼코마니 같은 이 모습을 찍으려고 수많은 사진가가 쌍계루 앞에 진을 친다.
체력이 된다면 조금 더 발품을 팔아 백학봉 중턱에 있는 약사암까지 올라가 백양사를 굽어보길 추천한다. 그런데 약사암으로 오르는 등산로의 경사가 만만찮다. 길이 얼마나 가파른지 경사도를 줄이기 위해 산허리를 굽이굽이 깎아 길을 냈다. 걷다 쉬다를 몇 번 반복한 뒤에야 약사암 전망대에 도착한다. 비로소 전망대에 서면 헉헉대던 숨소리가 감탄사로 바뀐다. 단풍 골짜기에 폭 안긴 백양사의 모습이 매우 근사하다. 단풍 핫플레이스라는 말을 실감한다.
약사암 뒤 백학봉은 학이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바위가 흰색이어서 산 이름이 백암산이 되었다고 한다. 삼국시대부터 국가에 위기 상황이 있으면 왕이 관리를 보내어 제사를 지냈던 명산이라고 하는데, 과연 생김새가 범상치 않다.
벼르던 숙제를 해치우듯 약사암에서 다녀온 뒤, 백양사를 느긋하게 둘러본다. 백양사는 1,400여 년 전 백제 무왕 33년(622년) 때 세워진 고찰이다. 창건 당시 이름은 백암사였으나, 흰 양이 환생한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하여 백양사로 바뀌었다. 백양사는 최근 천진암 정관스님의 사찰음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관스님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찰음식 대가로서 2017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에 출연했다. 이를 계기로 같은 해 베를린 국제 영화제 컬리너리 시네마 부문에 초청됐고, 에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전라도 단풍 여행 팁
맛집 : 고창 청림정금자할매집 (063-564-1406) 장어구이의 특징은 복분자로 양념한 장어와 대파를 함께 굽는 것. 대파를 곁들이지 않아도 장어 비린내가 나지 않지만, 대파와 싸 먹으면 맛이 더 좋다. 삼등분한 대파를 불판 위에 먼저 깔고, 숯불에 초벌구이한 장어를 올린다. 그리고 장어 위에 다시 대파를 얹는다. 대파가 익으면서 부피가 쪼그라들고 흐물흐물해져서 싸 먹기 좋은 상태가 된다. 구수하고 진한 육수가 일품인 장어탕 수제비도 별미다.
주변 명소 : 장성군 서삼면 모암리와 북일면 문암리 일대의 축령산에는 고 임종국 선생이 1956~1989년까지 땀 흘려 가꾼 삼나무·편백숲이 조성돼 있다. 수백, 수천 그루의 편백이 하늘을 찌를 듯이 쭉쭉 뻗어 있다. 피톤치드 향을 맡으며 숲을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축령산 편백숲을 관통하는 임도가 시작되는 문암리 금곡마을은 영화 <태백산맥>과 <내 마음의 풍금>이 촬영된 영화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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