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심장 속으로, 일본 후쿠오카
- 컬럼
- 2021. 12. 29.
적의 심장 속으로
일본 후쿠오카
일본 후쿠오카 가라쓰 앞바다 가카라시마(加唐島)는 백제 무령왕 탄생지다. 이렇듯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은 가깝고도 가까웠던 나라였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뒤에는 조선 도공들이 대거 넘어가 일본 자기의 꽃을 피우기도 한다. 이때 일본으로 끌려간 이삼평은 도신 반열에 올라 일본 자기의 뿌리라 칭송받는 인물이 된다. 아리타 도자기가 바로 그것이다.
글|사진. 김동우 다큐멘터리 사진가
일본서 울려 퍼진 청년들의 함성
근현대로 오면 일본은 우리가 배워야 할 나라가 된다. 많은 수의 학생이 선진 문물을 배우러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하지만 그들의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일본에 있던 한인들은 식민지 백성으로 엄혹한 시간을 침묵으로 견뎌야만 했다. 그러던 중 침략국의 심장 도쿄에서 유학생 600여 명이 모여 2·8독립선언문을 낭독하는 역사를 쓴다. 차별과 멸시 그리고 모진 핍박에 대한 평화적 항거였다. 2·8독립선언은 3·1운동을 점화시키는 도화선이 됐고 이는 임시정부 수립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렇듯 용기 있는 청년들의 행동은 적의 심장 한가운데서 우리 민족의 기개가 살아 있음을 각인시킨다.
이봉창은 일찍이 일본인이 경영하는 상점 점원으로 일하며 갖은 수모와 설움을 겪는다. 그가 떨쳐낼 수 없었던 모진 홀대와 모욕은 나라 없는 슬픔이 무엇인지 뼈 속 깊이 각인시킨다. 결국 이봉창은 김구를 찾아가 한인애국단에 가입한다. 그는 “인생의 목적이 쾌락이라면, 31년 동안 인생의 쾌락은 대강 맛보았습니다. 그런 까닭에 이제는 영원한 쾌락을 얻기 위하여 우리 독립사업에 헌신하고자 상해에 왔습니다”라고 했다.
이봉창은 자신의 말대로 영원한 쾌락을 얻기 위해 1932년 1월 8일 적의 심장 도쿄에서 일왕이 탄 마차에 수류탄을 투척, 일제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그의 나이 32살 때 일이다.
윤봉길 의사의 최후를 찾아
비록 거사는 실패했지만 이봉창 의거는 윤봉길 의거의 밑거름이 된다. 한 명의 의로운 죽음이 많은 걸 바꾸어 놓았다. 침체돼 있던 독립운동은 윤봉길 의거로 인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임시정부는 상해를 떠나 고난의 행군길에 나서야 했지만, 그들은 더 큰 희망을 품을 수 있었고 더 큰 열망을 불태우게 됐다.
윤봉길 의사가 의거를 성공시킨 공간은 상해 훙커우 공원 안이다. 그럼 순국지는 어디일까. 그의 죽음은 얼마나 기억되고 있을까. 윤봉길 의사는 상해에서 6개월간 고초를 겪은 뒤 고베항을 거쳐 오사카로 압송된다. 당시 일제는 상해에서 윤봉길 의사의 사형이 집행될 경우 외신에 대서특필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반일 감정을 크게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일제 입장에서 오사카도 윤봉길의 의사의 사형지로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당시 이곳에는 많은 조선인들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자칫하다간 제2, 제3의 윤봉길을 만들 수 있다고 봤다. 결국 윤봉길 의사는 오사카에서 극도의 보안 속에 9사단 본부가 있는 가나자와로 보내진다. 이는 상해에서 다치거나 죽은 육군 9사단 관계자들의 복수를 위한 기획이었다.
윤봉길 의사는 1932년 12월 18일 가나자와 모리모토 역에 내려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올라 9사단 본부가 있던 가나자와 성에 도착해 위수구금소에 구금된다. 현재 그 터에는 공중화장실이 들어서 있다.
다음날 이른 아침 윤봉길 의사는 미쓰코우지 산 육군 제9사단의 공병 작업장(현 자위대 미쓰코우지 산 연습장)으로 끌려갔다. 당시 가나자와에는 별도로 사형장이 없었기에 야산 한쪽에서 총살형이 집행됐다. 윤봉길 의사는 10m 근접거리에서 ‘엎드려 쏴’ 사격 자세로 미간에 총알을 맞고 순국한다. 그는 1932년 12월 19일 오전 7시 27분 그렇게 전설이 된다. 그의 나이 25세 때 일이다.
하지만 그를 욕보이려는 계획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일제는 윤봉길의 시신을 화장했다고 둘러댔지만 실은 사람들이 다니는 계단 길 한가운데 암매장한다. 묘비나 묘표는 물론이고 봉분도 없는 무덤이었다. 그의 죽음은 철저하게 위장되고 은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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