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FEBUARY

kyung sung NEWS LETTER

금융거래 생명은 ‘신뢰’ 깨지긴 쉬워도보강은 어려워,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돈맥경화

금융거래 생명은 ‘신뢰’
깨지긴 쉬워도 보강은 어려워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돈맥경화

글. 정철진(경제칼럼니스트, 진투자컨설팅 대표)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크게 4가지 정도다. 하나는 자기자본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채권(회사채)이나 어음을 발행해 돈을 끌어온다. 해당 기업이 사업성도 좋고 성장성도 뛰어나다면 저렴한 금리(이자율)로 자금을 구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시중금리보다 더 높은 대가를 제시해야 한다. 세 번째는 주식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이때는 ‘투자’라는 명목이기에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없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지막은 은행을 찾아가 대출을 받아야 한다. 현재 레고랜드 발(發) 사태로 대한민국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시장이 쑥대밭이 됐다. 최악의 경우 멀쩡한 기업이 단기자금을 구하지 못해 흔들릴 수 있고, 불똥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으로 튀면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권에 충격이 가해진다.


지방정부가 보증한 채권도 돈을 받지 못한다고?

레고랜드는 완공을 위해 돈이 필요했다. 레고랜드의 사업 주체는 강원도였는데 춘천시에 레고랜드 조성 사업을 위해 2012년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라는 부동산 개발·시행·분양 회사를 설립했다(강원도는 GJC의 지분 44%를 보유했다). 이 밖에 레고랜드 운영사인 멀린엔터테인먼트그룹(멀린)과 증권사 등이 이 프로젝트에 들어왔다. 그러나 완공 과정까지 힘든 시절이었다. 2015년에는 선사시대 유물이 발견되면서 공사 기간은 하염없이 늘어졌고 공사비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우여곡절 끝에 막바지에 도달했는데 GJC는 공사비 충당을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인 아이원제일차를 세운다(SPC는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세우는 법인이다). 구조를 보면, GJC는 아이원제일차에 ‘돈을 갚을 의무(대출 채권)’를 담보로 2,050억 원을 빌렸고 아이원제일차는 이 대출 채권을 담보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해 다수의 증권사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형태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시큰둥했고, 결국 강원도가 나섰다. ABCP에 지급 보증을 선 것인데, 만약 GJC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강원도가 책임지겠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지난 9월 29일 만기일이 도래했다. 하지만 강원도는 돈을 내주는 대신, “법원에 GJC를 기업 회생 절차에 넣어 달라”라고 했다. 법정 관리를 신청한 것이다. 사건은 이때부터 일파만파로 커졌다. 채권 시장의 근간인 ‘신뢰’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행된 ABCP의 신용 등급은 ‘A1’이었다. 국가에 준하는 지방 자치 단체인 강원도의 신용도가 반영됐기 때문인데 시장은 “정부가 지급 보증한 채권이 부도났다”라고 받아들였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렸다... 시중자금이 바짝 말랐다

10월 초부터는 채권시장에 난리가 났다. “지방 정부도 돈을 갚지 않겠다는데 일반기업은 어떻게 믿나, 아니 부동산 시공사나 증권사는 어떻게 믿나?”라는 의심이었다. 이런 불안감은 자금조달 시장 전체를 얼어붙게 했다. 지금은 추세적인 금리인상 시기로 시장금리가 치솟고 있어 이미 돈 구하기가 어려워졌는데 레고랜드 사태는 울고 싶은 아이의 뺨을 때린 격이었다. 한화솔루션, LG유플러스 같은 우량기업 회사채 발행이 미달이 나더니 최상위 신용인 ‘AAA’급 채권마저 유찰됐다. ‘AAA’급인 한국전력공사는 3년 만기 2,000억 원에 대한 입찰에서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 6%에 육박하는 고금리를 제시했는데도 말이다. ‘AAA’급인 한국가스공사도 2년 만기 물량 일부가 유찰됐다. 이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더 최악이었다.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10월 14∼20일 우량/비우량 경계인 ‘A’등급인 회사채의 유통 금액은 고작 705억 원이었다. 한 달 전(약 3,600억 원)에 비해 80%나 폭감했다.

 

‘50조 원+알파’ 한국은행까지 나서

시장이 붕괴될 모습을 보이자 강원도는 “12월 15일까지 보증채무 2,050억 원 전액을 상환하겠다”라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신뢰는 이미 깨졌다. 이에 정부가 나서 ‘50조 원+알파’ 규모의 유동성 지원책을 내놓았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을 기관이나 투자자 대신 사들여 ‘돈맥경화’를 풀겠다는 의도이다. 하지만 불씨는 부동산 PF로 번져갔다. 가령 단군 이후 최대 재건축 사업장이었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PF가 차환에 실패했다. 현재 부동산 개발 관련 국내 PF 대출 규모는 150조 원에 달한다. 자칫 만기에 연장이나 차환발행을 못한다면, 미분양까지 확산된다면 중소형 건설사나 증권사들은 그대로 타격을 맞는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PF부실사태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결국 한국은행이 등판했다. 한국은행은 6조 원 규모의 RP 매입을 3개월 간 한시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최악의 경우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재가동을 고려할 수도 있겠다.

이번 레고랜드 발 사태는 한국은행 등판으로 1차적으로 안정될 조짐이 보인다. 그러나 지금은 시중 유동성을 줄이고 금리를 높이는 긴축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일시적으로 ‘모순적 행동’을 통해 나섰지만 시장의 돈은 말라가고 있다. 특히, 물가가 잡히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신뢰 회복을 위해선 과도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출처 : 사학연금 12월호 웹진]

 

댓글

웹진

뉴스레터

서울특별시청 경기연구원 세종학당재단 서울대학교 한국콘텐츠진흥원 도로교통공단 한전KPS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한국벤처투자 방위사업청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한국중부발전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지역난방공사 국방기술진흥연구소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지방공기업평가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Designed by 경성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