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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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에너지의 조화로 빛나는 유리공예 : 유리공예가 안나리사 알라스탈로

항아리 시리즈(Hangari series) ©Glass Studio Annaliisa

감성과 에너지의 조화로 빛나는 유리공예

유리공예가 안나리사 알라스탈로

글.송지유 사진.Glass Studio Annaliisa(유리스튜디오 안나리사), 고인순

차가운 유리는 뜨거운 불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핀란드에서 온 유리공예가 안나리사 알라스탈로는 극과극의 만남 속에서 태어난 유리공예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적 에너지와 핀란드 감성이 조화롭게 담긴 작품 뿐 아니라 체험공방을 통해 유리공예의 뜨거운 매력을 알리고 있는 안나리사 작가를 만나본다.


 

도자기와 유리의 어우러짐, 동양과 서양의 조화로움

경기도 남양주 축령산 자락, 온통 하얀 눈밭길을 따라 굽이굽이 들어간 곳에 고즈넉하게 자리한 정원이 아름다운 집. 안으로 들어서니 샹들리에처럼 드리워진 유리공예 작품들이 창으로 들어온 햇살에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유리스튜디오 안나리사’다. “한국의 겨울은 핀란드만큼 추운 것 같아요. 그런데 한국은 핀란드에서 느끼지 못하는 에너지가 있는 것 같아 재미있어요. 한국은 뭔가 앞으로 가는 에너지가 느껴지는데 핀란드는 조용하고 정적이죠. 덕분에 제가 핀란드의 감성과 한국의 에너지가 어우러진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핀란드 출신 유리공예가 안나리사 알라스탈로(Annaliisa Alastalo)는 핀란드 알토대학교에 재학 중 한국의 전통도자기를 공부하면서 유리공예도 함께 접했다. 2005년 한국의 유리 예술가 홍성환을 만나 결혼하고, 2006년 잠시 다니러 왔던 한국에 매료되어 그대로 머물며 남편과 함께 ‘유리스튜디오 안나리사’를 운영하고 있다. 안나리사 작가의 유리공예 작품에서는 독특하게도 한국의 도자기가 연상된다. 특히 청자가 떠오르는 은은한 푸른빛의 항아리와 백자를 닮은 유백색 항아리, 그리고 신비로운 파스텔톤의 항아리 등 다양한 항아리 시리즈의 유리공예 작품들로 국내외 다양한 갤러리와 미술관, 공예비엔날레 등에서 주목받아왔다.

“제가 한국에 살면서 느꼈던 걸 담아낸 거예요. 이곳 산속에서 살면서 느끼는 정적인 분위기와 남양주에서 조금만 가면 바로 마주치는 서울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둘 다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인지 제 작품을 보고 ‘East’와 ‘West’의 중간인 것 같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세요.”

항아리 시리즈(Hangari series) ©Glass Studio Annaliisa

 

깨질 수 있다는 각오, 마음 비워야 하는 몇 초의 승부

불의 미학을 거쳐 탄생하는 유리공예. 다양한 방법 중에서도 안나리사 작가는 블로잉(blowing) 기법을 사용한다. 1200℃의 뜨거운 온도로 용암처럼 융해된 유리를 쇠파이프 끝에 돌돌돌 말아 들고 입으로 불면서 공기를 주입해 생기는 버블(공기방울)을 원하는 형태로 만드는 기법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색상이나 패턴, 텍스처를 입힐 수도 있다.

“블로잉 작업은 길면 몇 시간, 짧으면 몇 분 안에 원하는 형태를 완성해야 해요. 불과 몇초 만에도 유리가 너무 식거나 너무 뜨겁거나 변하기 때문에 그 온도를 잘 계산해서 맞춰야 하고 그 포인트를 놓치지 말아야 하죠. 몇 초의 싸움이에요. 물론 유리가 가장 뜨거울 때 얼마나 움직이는지 색깔이 어떻게 되는지는 경험으로 알지만, 극도로 집중해서 논리적인 계산, 이성적인 판단과 축적된 경험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원하는 작품을 완성할 수 없어요.”

열이 달궈져 있는 동안 초집중해 작업해야 하는 고된 과정이지만 그만큼 성취감이 높고, 짧은 시간 고도의 집중력으로 숨을 불어넣어 감각적 예술을 일궈내는 매력이 자신과 잘 맞는 것 같다고 한다.

“완성된 작품은 파이프에서 떼어 내서 서냉 가마에 넣어서 서서히 식혀요. 파이프에서 떼어낼 때 가장 조심해야 해요. 대부분 작품이 실패하는 때가 바로 이 순간이죠. 물론 경험이 쌓이면서 실패 확률은 낮지만, 유리는 깨질 수 있다는 걸 각오하고 항상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뜨거운 유리의 매력, 일상에서 완성되는 예술

안나리사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일상생활에 ‘필요하다’는 점도 작품의 스타팅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안나리사 작가의 실용성을 살린 작품들도 대중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제가 그릇, 와인잔 등 테이블 웨어를 많이 만들어요. 그 이유는 사용자들이 잔을 손으로 잡았을 때의 느낌, 햇살에 비추었을 때의 영롱함 그리고 요리가 담겨서 어우러지는 분위기 등 일상에서 매일 유리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고요. 또 제가 만든 작품을 사람들이 사용했을 때 일상 속에서 만나는 예술로 비로소 완성되는 것 같아요. 작가가 만드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사용자가 생활 속에서 저마다의 예술로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연과 일상이 주는 영감이 유리공예 작품이 되고, 다시 또 사용하고 접하는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예술로 꽃피우기를 바라는 안나리사 작가. 유리공예가 그렇게 사람들과 더욱 친근하고 친숙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원데이 클래스를 열어 일반인들도 유리공예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유리가 뜨거웠을 때는 꿀처럼 노란 액체 상태인데, 그 꿀이 어떻게 머릿속에 있는 모양대로 형상화 되어 나올 수 있는지 그 과정을 사람들이 경험하면 좋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사람들한테 알리고 싶은 것, 다른 사람들이 유리의 뜨거운 매력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실 문을 열고 있어요.”

말썽쟁이처럼 말 안 듣는 유리를 마치 마법사처럼 컨트롤하며 건강하게 오래 작업하고 싶다는 안나리사 작가. 그런 그가 얻은 영감이 작품을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공유되고 다시금 일상 속 예술로 완성되는 작업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자연과 일상이 주는 영감이 유리공예 작품이 되고,
다시 또 사용하고 접하는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예술로 꽃피우기를 바라는 안나리사 작가.

 

[출처 : 신협 NEWSROOM 1+2월호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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