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속에 담긴 질병과 가난의 역사 말은 그 자체로 생명력을 지닌다. 세월에 따라 그 의미가 조금 흐려졌을지 몰라도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말에는 숨겨진 뜻이 담겨있다. 가난과 질병이 만들어낸 말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글. 박건호 『컬렉터, 역사를 수집하다』 저자 / 사진제공.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말에 흔적을 남긴 전염병 우리 역사는 오랫동안 전쟁, 가난, 전염병 등으로 점철된 고난의 역사였다. 이런 가혹한 역사가 우리 말에 그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 리 없다. 일상적인 삶이 멈춰버린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전염병이나 가난이 우리 말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그리고 이후 시대가 변화와 함께 지금은 어떻게 다르게 쓰이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로 불린 콜레라가 우리 말에 남긴 ..
수백 번의 도전이 일군 성공 레전드로 길이길이 기억되다 KFC 창립자 커넬 샌더스 ‘늦었다고 시작할 때가 가장 빠르다.’ 때론 진부한 말처럼 들릴 때도 있지만, 용기와 응원이 필요할 때 이보다 더 좋은 격언이 없다. KFC를 창립한 커넬 샌더스가 좋은 예다. 40세에 육군 전역 후 숱한 실패를 뛰어넘으며 마침내 성공에 이른 그의 열정과 도전 스토리에 귀 기울여보자. 글. 김주희 일러스트. 비올라 육군 전역 후 제2의 인생을 일구다 KFC 매장 앞에 가면 하얀색 정장 차림의 인상 좋은 ‘켄터키 할아버지’를 볼 수 있다. 그가 상상 속 인물이 아닌 실존 인물이라는 사실을 아는지. 결코 적잖은 나이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해 세계적인 성공을 이룬 사람, 바로 KFC의 창업자 커넬 샌더스다. 1890년에 미국 인디..
전사의 항아리 Writer_ 이미혜 예술사 저술가 암포라는 고대 그리스에서 포도주나 올리브유를 담는 데 썼던 길쭉한 항아리다. 양쪽에 손잡이가 있으며 식탁이나 부엌에서 주전자처럼 사용되었다. 토기가 대부분이고 드물게 금속이나 유리로 된 것도 있다. 식탁용 암포라는 솜씨 좋은 장인이 그림이나 문양을 그려 넣어 아름답게 장식했다. 다양한 그림이 그려진 암포라는 그리스의 생활상을 연구하는 데 유용한 자료다. 이 암포라에는 두 전사가 싸우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바닥에는 다른 한 사람이 쓰러져 있다. 이것은 「일리아스」의 한 장면으로 그리스 장군 아이아스가 바닥에 쓰러진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을 빼앗기 위해 트로이 왕자 헥토르와 싸우는 중이다.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은 이 서사시의 분기점이 된다. 「일리아스」의 시작 ..
유령과 천문학자의 우연한 만남 새내기 유령 모든 만남에는 이유가 있는 것일까? 늦은 밤, 새내기 유령이 하늘을 날다 나무에 걸린 것을 천문학자가 우연히 발견해 둘이 만난 것처럼. 서로의 꿈을 공유하고 열정을 나누며 그들이 서로 원하는 것을 얻게 되기까지, 이 연결의 순환은 어쩌면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유령으로서 임무를 맡게 된 첫날이에요.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동료들이 하는 걸 보고 배우라고 하네요. 동료들을 따라잡으려면 나무를 돌면서 내려갈 게 아니라 기둥 사이를 곧장 가로질러야 할 거 같아요. 하지만 내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었어요. 밑동에 걸리고 말았지 뭐예요. 아등바등 겨우 몸을 빼냈지만, 이런! 그 사람 앞에 뚝 떨어지고 말았네요. 그는 나를 일으키더니 자기 천문대로 가서 좀 쉬라고 권..
정당방위 성립의 경우 불가피한 폭력이 인정받을 때 A 씨는 추석날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버지에게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폭언을 내뱉으며 심지어 주먹질까지 하려는 삼촌을 말리려다 그만 삼촌을 때리고 말았다. 삼촌은 A 씨를 피하다 그만 뒤로 넘어져 손목이 부러지고 말았는데, A 씨를 상해죄로 고소까지 해버렸다. 이런 경우 A 씨는 처벌을 받게 될까? 글. 제본승 변호사 억울한 처벌을 면해주는 정당방위 법에도 눈물이 있다는 말이 있다. 원리, 원칙에 충실한 법률도 상황에 따라 예외를 인정해준다는 것인데, 형사법에도 이런 예외들이 있다. 우리 형법에도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부득이한 상황에 처한 피해..
1초에 최대 90번의 날갯짓을 하는 공중의 헬리콥터, 벌새 비행 기술을 두고 말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단연코 최고 반열에 있는 생물체가 있다. 위용을 자랑하며 날아다니는 독수리도 아니고, 밤의 전령인 부엉이도 아니다. 손가락에 올려놓아도 무게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고 작은 새, 바로 ‘벌새’다. 현존하는 가장 작은 조류, 벌새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라고 하면 무엇을 떠올릴까? 쉬이 떠오르진 않겠지만 벌과 같이 작고 꽃의 꿀을 먹고 산다는 ‘벌새’가 그 주인공이다. 벌새는 몸이 대체로 작은 편이며, 가장 작은 것은 길이가 약 5cm, 체중이 2g 정도, 이들 중 가장 큰 것도 21cm, 24g에 달할 뿐이다. 500원짜리 동전보다도 작다고 하니 언뜻 보면 곤충이라 착각할 수 있다. 이..
사람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그대로 두면 불치병의 환자가 된다. 우리 주변에는 다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가 많다. 누군가의 상처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 따뜻한 사람, 당신이 되어주기를. 나는 모든 것에, 모두에게 화가 나 있었어! 나는 세상이 다 싫었어. 가난한 부모님이 원망스러웠고, 낡고 지저분한 동네에 사는 것도 싫었어. “조심해. 선수는 절대 방심해선 안 돼!” 그리고 곧장 내 왼쪽 귀 2cm 지점에 스트레이트를 날렸어. 난 반사적으로 그 주먹을 피했어. “아주 잘했어!” 교장 선생님이 날 칭찬했어. “너도 봤지? 절대 방심하면 안 돼. 좋아! 내일 4시에 운동장에서 보자.” 그새 교장 선생님이 도착한 날 아침, 또 싸움이 벌어졌어. 교장 선생님은 내게 이상한 질문을 했어..
이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혼하게 될 경우 협의 이혼을 하거나 조정을 통해 이혼하는 방법이 가장 원만하다. 하지만 재산 분할은 어떻게 할지,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양육은 누가 하고 양육비 금액과 면접교섭은 어떻게 할지 정해야 한다. 만약 소송으로 이혼을 하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원고는 상대방에 이혼 사유가 있다는 것을 법원에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 제본승 변호사 소송을 앞둔 부부는 이혼 사유나 문제점으로 상대방의 약점을 치밀하게 파고든다. 대부분 소송에선 부부의 친족이나 매우 가까운 지인들의 진술서가 증거로 제출된다. 부부관계는 사생활이어서 부부 문제를 증명할 자료가 별로 없다 보니 생기는 불가피한 문제점이다. 결국 지인들도 이혼의 스트레스를 함께 겪게 된다. 재산 분할..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은어 ‘꼰대’. 요즘은 옛날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 혹은 나잇값을 못하는 사람을 비꼴 때 쓰인다. 특히 직장생활을 할 때면 “라떼는 말이야~!” “하라는 대로 해!”처럼 꼰대어를 시전하는 참 꼰대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혹시 그 사람이 바로 나는 아닐까? 글. 편집실 [[출처 중부발전 웹진 중부가족 vol105호 바로가기]
이열치열(以熱治熱). 우리 선조들은 무더운 여름을 잘 나기 위해 삼계탕 등 다양한 보양식을 챙겨 먹으며 열을 열로써 다스렸다. 음식이 아닌 더위를 이겨낼 음료는 없었을까? 우리 역사 속에서 찾은 그 옛날 청량음료. 글. 박건호 『컬렉터,역사를 수집하다』 저자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갈증이 풀리고 정신이 맑아지는 ‘제호탕’ 먼저 제호탕(醍瑚湯)이라는 왕실 전용 여름 청량음료가 있는데, 이는 매실로 만든 것이다. 매실은 흔히 음식물의 독, 피 속의 독, 물의 독 등 3가지 독을 없앨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식중독이나 배탈과 같은 병은 다 이런 독 때문에 생기는 것인데 매실에 들어있는 피크린산이라는 성분이 이 독성물질을 분해하여 없앤다는 것이다. 또한 술을 마신 다음 날 매실액을 물에 타서..
모든 생명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한 걸음 더 진화한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타고난 민첩함을 통해 적으로부터 대피하는 것이지만, 모든 동물의 행동이 재빠르진 않기에 다른 방법도 필요하다. 피하기 이전에, 자신의 몸이 아예 적의 눈에 띄지 않게 한다면 어떨까? 바다에 사는 생명체, ‘문어’는 몸 색깔이나 무늬를 주위와 비슷하게 바꾸어가며 다른 바다생물의 공격을 피해왔다. 문어의 변화무쌍한 위장술의 세계를 함께 살펴보자. 진정한 카멜레온은 바다에 있다 위장술의 대명사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카멜레온을 제일 먼저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사실, 카멜레온의 세포는 자율신경계에 속해 우리가 심장의 움직임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카멜레온도 자기 마음대로 색깔..
초등학교 앞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던 김 씨, 우회전 직후 횡단보도가 있지만 보행자 신호는 마침 붉은색이었고, 보행신호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안전하게 통과하고자 속도를 줄여 천천히 횡단보도를 지나던 중에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났다. 알고 보니 차가 횡단보도에 들어선 이후 보행신호가 들어왔고 초록불만 보고 달려나간 어린이가 그만 차 뒤편에 부딪히고 만 것이다. 글. 제본승 변호사 이 경우 김 씨는 민식이법으로 가중처벌을 받게 될까? 보행자 정지신호를 보고 진입한 운전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차 옆으로 달려드는 보행자까지 대비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법령과 판례에 따르면 김 씨는 무과실을 자신할 수 없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운전자는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횡단하는 보행자가 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