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麟蹄), 왜 인제왔니?
- 여행
- 2021. 1. 12.
인제(麟蹄), 왜 인제왔니?
전국 군부대 주변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12사단, 을지신병교육대를 비롯한 수많은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인제는 다른 지역 여행길에 지나치기만 했지 여행지로 찾았던 적은 없다.
그러다가 문득 어디선가 봤던 겨울의 자작나무숲에 매료되어 꼭 가보겠노라고 다짐 아닌 다짐을 했다. 자작나무숲이 시작이었지만, 조용하고 한적한 이 마을을 둘러보며 깨달았다.
‘좀 더 빨리 왔더라면 좋았을 걸. 인제라도 와서 다행이다.’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인제군청 문화관광과
인제의 겨울왕국
원대리 자작나무숲
자작나무는 추운 곳에서 잘 자라는 특성 때문에 대부분 북한의 산간지역에 군락지가 많다. 인제 원대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자작나무 군락지로 꼽히는 곳. 그래서인지 인제를 검색했을 때 가장 먼저, 많이 나오는 게 원대리 자작나무숲이었다. 인제 응봉산 자락의 수산리에도 자작나무숲이 있지만, 일반인들이 길을 찾기에는 원대리가 더욱 수월해 원대리 자작나무숲이 유명해졌다고 한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을 보려면 약간의 발품을 파는 수고로움은 감수해야한다. 차에서 내리면 곧바로 자작나무가 펼쳐지지 않고, 산림청이 운영하는 초소에서 숲까지 3.5km 정도 걸어야 자작나무숲을 만날 수 있다. 고생하지 않으려면 운동화나 등산화를 신고, 간식이나 물을 챙기는 것도 팁이다.
숲을 다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2시간 정도. 자작나무숲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쉽게 발길을 돌리기가 어렵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겨울의 모습이 장관이라 많은 사람이 그 모습을 담으려고 찾는다. 하지만, 찾기 전 입산 시기를 잘 알아보고 와야 한다. 여러 가지 이슈와 날씨 탓에 계절마다 입산할 수 있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님은 갔지만, 그 영혼은 이곳에
만해마을
한국인이라면 만해 한용운 선생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인제에 있는 만해마을은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한용운 선생을 기리고자 만들어진 곳이다.
한용운 선생이 수행하고 <님의 침묵>을 집필했던 백담사를 배경으로 2003년에 만해마을이 조성되었다고 한다. 자연과 넓게 어우러진 만해마을은 한적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경절문을 지나면 평화의 시벽, 만해학교, 문인의집, 님의 침묵 광장, 서원보전, 만해평화지종, 만해문학박물관, 설악관을 순서대로 만나게 된다. 만해의 모교인 동국대학교가 만해의 염원이었던 인류 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하기 위해 인문교육을 바탕으로 다양한 행사를 연다. 만해문학박물관에서는 “자유는 만유의 생명이요, 평화는 인류의 행복이다”라는 만해의 법문처럼, 만해 선사의 인종, 종교, 국경을 초월한 실천과 개혁정신, 문학과 철학사상을 엿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진행 예정이었던 행사는 잠정 연기가 되었고, 만해문학박물관 또한 개관하지 않고 있다.
황태가 무르익는
용대리 황태마을
용대리 황태마을도 인제를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다. 용대리는 백담사 오르는 길 즈음부터 진부령과 미시령이 갈라지는 삼거리 바로 뒤쪽까지의 동네. 깊은 산골이라 겨울이면 혹한에 휩싸이는 곳이다. 이 조용한 마을을 명소로 만들어준 것은 다름 아닌 황태다. 황태는 살이 노란 명태를 말한다. 그리고 말린 명태를 북어라고 부른다.
원래 황태는 함경도 원산의 특산물로 다른 지역의 황태에 비해 몸이 두툼하게 유지되면서 살이 노랗게 변하는 게 특징. 밤이면 섭씨 영하 20도 아래의 추운 날씨에 꽁꽁 얼었다가 낮에는 햇볕을 받으니 살짝 녹으면서 물기를 증발시켜 독특한 북어가 만들어 졌다. 한국전쟁 이후, 원산 출신들이 이 황태를 재현하였는데 원산 황태와 가장 가까운 맛을 내는 지역이 인제군 북면의 용대리다. 그때부터 황태를 말리기 시작한 게 지금까지 이어져 용대리를 황태로 유명하게 했다.
12월 중순이면 덕에 명태를 걸어 말리는 작업이 시작된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갔지만, 덕장에 걸린 명태를 볼 수 없었다. 알고 보니 영하 15도쯤 내려가야 하는데 기온이 맞지 않으면 그 시기를 뒤로 미룬다고 한다. 알맞게 마르려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날씨인 삼한사온이 반복되는 게 가장 좋다는데, 요즘 우리나라는 이 날씨를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용대리 사람들은 황태 말리는 일을 하늘과 사람이 ‘7대 3제로 하는 동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하얗게 눈 내린 황태덕장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한 겨울에 찾아오는 것을 추천한다.
다양한 볼거리의 향연
인제스피디움
인제스피디움은 속도와 모험을 사랑하는 모든 레이서들의 꿈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레이싱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유명하다고. 서킷이라고 해서 전문가들만 이용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제스피디움은 일반인 관객들을 위해서 카트 체험, 서킷 사파리 등 다양한 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인제를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다양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클래식카박물관과 타임갤러리도 인제스피디움의 다양한 시도 중 하나다.
인제스피디움 맞은편에 자리한 클래식카박물관은 국내 최초 ‘네오클래식’ 콘셉트의 박물관이다. 영화 속 장면들로 구성된 7개의 공간 안에 전시된 클래식카를 만나볼 수 있는 게 매력이다. 큰 공간은 아니지만, 모형이 아닌 실제 클래식카가 전시되어 있어 자동차 마니아들은 여기서 몇 시간을 구경하다 간다고 한다. 박물관 한 쪽에 진열된 여러 종류의 장난감 자동차들은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자동차에 관심 있는 사람이나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클래식카박물관 말고 재미있는 곳은 바로 타임갤러리. 타임갤러리는 인류가 살아온 시간을 통해 창조된 문화의 흔적들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만든 곳이라고 한다.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생활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실제로 타임갤러리에 전시된 물건들은 태영그룹의 변금옥 여사가 기증한 것이다. 벼루, 탁자, 의자, 옛날 과자 상자 등 타임갤러리를 구경하고 있으면 시간을 거스르는 느낌을 받는다. 통유리로 되어있어 앉아서 서킷을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맛있는 걸 인제 먹어봤니?!
여기가 인제 맛집
용바위식당
황태마을까지 와서 황태요리를 먹지 않으면 섭섭하다. 용대리 황태마을에는 황태요리 전문 식당이 많다. 그중에서도 용바위 식당은 다수의 TV 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로 가장 인기 있는 곳. 식당과 황태 직판장을 운영하고 있다. 부드러운 황태구이와 깔끔한 황태국은 지친 여행길을 든든하게 해준다.
자작나무숲의 투데이
원대리 자작나무숲 바로 옆에 있는 카페다. 자작나무숲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날씨가 좋을 때는 야외 테라스나 옥상 자리가 인기인 곳. 1층은 자작나무 공방으로 운영 중이다. 사장님의 자작나무 작품들을 구경하며 시간 보내기 좋다. 자작나무숲을 둘러보고 나와 잠시 쉬어갈 곳이 필요하다면 들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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