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October

kyung sung NEWS LETTER

레트로 감성과 귀여운 캐릭터의 만남군산

군산세관 인문학창고 정담

북으로는 금강, 남으로는 만경강, 서쪽으로는 바다로 둘러싸인 고장, 군산. 서해 바다와 금강이 합쳐지는 이곳의 물길을 소설가 채만식은 ‘탁류’라고 했다. 옛 군산세관은 군산의 과거, 혼탁했던 시대를 상징하는 슬픈 장소였지만 이제는 시민들이 쉬어가는 곳으로 변화해 자리 한편을 내주고 있다.

글.이성주 사진.이정수

 

인문학창고 정담의 입구 전경
인스타그램 포토존으로 인기 있는 정담의 뒷마당

 

군산의 스토리텔링, 먹방이 이야기

군산은 기름진 평야와 문화를 간직한 항구도시로 일본의 대표적인 수탈 지역이었다. 대한제국 1899년 5월에 조계지로 개항하며 일제강점기의 풍파를 고스란히 겪었다. 일제의 잔재가 묻어나는 군산의 풍경을 보노라면 한국 역사의 축소판과 같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그 수탈의 흔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군산세관’이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옛 군산세관은 대한제국 1908년 6월에 세워진 건물이다. 세관의 독특한 양식은 여전히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이곳은 서양식 단층 건물로 준공 당시 많은 부속 건물이 있었지만, 현재는 본관만 남아 있고, 국내에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로 서울역사, 한국은행 건물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고풍스러운 근대건축 양식의 외관과 달리 옛 군산세관은 일제가 우리의 자원을 수탈하고, 세금을 걷었던 건물이다. 그래서 ‘일제의 잔재’인 이곳은 우리에게 아픈 손가락처럼 남아있고 때때로 불편한 기분을 준다. 최근에는 불편한 과거일지라도 당시를 기억하는 공간으로 남겨두자는 목소리와 함께 보존하고 의미 있는 공간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옛 세관 건물의 경우 당시 물건을 전시한 박물관으로 남았지만, 시민들이 쉬어갈 공간은 아니었다. 옛 군산세관의 숨겨진 창고가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변신한 일은 군산에 있는 GM대우가 철수하는 위기를 맞이한 이후다. 어려운 순간을 극복하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과 아이디어가 인문학창고 정담을 만들었다.

시민들을 안내하는 ‘먹방이와 친구들’ 캐릭터

 

인문학과 관광이 만나는 쉼터

2017년 5월, 파피앙페논 프랑스대사를 초대해 ‘인문학창고 정담(情譚) X 카페 먹방이와 친구들’ 개관식을 열었고, 2018년 12월에 관세청 경쟁 입찰과 문화재청의 승인을 받았다. 110년 만에 돌아온 세관의 창고공간은 ‘시민과 함께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목표로 문을 열었다. 이곳을 인문학창고로 변신시킨 것은 군산문화협동조합 로컬 아이 박형철 이사장의 아이디어였다. 세관과 문화재청을 설득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박형철 이사장은 군산만을 위한 스토리텔링을 생각했다. 군산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세관의 숨겨진 창고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군산세관에 대한 역사 고증을 비롯해 이야기를 발굴하고자 노력했다.

“당시 군산세관에 프랑스에서 온 프렌치 불독 이야기를 캐릭터화하기로 했어요. 군산세관사로 온 ‘라포트’를 따라온 돼지코를 닮은 프렌치 불독을 ‘먹방이’라고 이름 짓고 조선사람들의 친구가 되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현재 전시관으로 활용되는 옛 군산세관을 지나서 뒤에 있는 창고에 들어서면 새롭게 변신한 인문학 창고 정담을 만날 수 있다. 인문학창고 정담의 입구에 들어서면 귀엽고 거대한 캐릭터 먹방이가 시민들을 맞이한다. 먹방이와 친구들이 이야기가 담기자 수탈의 상징이었던 옛 군산세관의 창고가 친근한 장소로 변화했다.

1908년에 지어진 붉은 벽돌의 옛 군산세관

 

시민들의 쉼터이자 인문학 공간으로 쓰이는 실내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먹방이와 친구들

시민의 힘으로 재탄생한 인문학창고 정담은 새로운 문화예술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 군산대학교 산학혁력단의 주최로 문화, 음악, 여행, 미술 등 다채로운 일상을 주제로 인문학 강의를 열고 있다. 또한, 토요일마다 ‘즐거운 군산의 토요일 밤’ 행사를 개최해 뮤지컬 및 마술 공연 등 여행객들과 시민들을 위한 공연을 열고 있다. 토요일 오후 3시에는 먹방이와 친구들 캐릭터와 포토타임을 즐기고,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 군산의 캐릭터인 ‘먹방이와 친구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군산을 배경으로 한 뮤직비디오와 애니메이션, 유튜브 영상 등 관광콘텐츠를 개발하며 협업하고 있다. 군산의 특산물과 캐릭터를 연계해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를 지원하며 지역의 매출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군산찰보리, 군산 딸기주스 등 로컬푸드를 개발·홍보하고, 군산 관광을 위해 스탬프 투어 앱을 지원하고 있다. 나아가 ‘군산 시니어클럽’과 제휴해 은퇴한 시니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박형철 이사는 “군산의 근대유산 관광이 도보여행으로 이뤄지는 코스인 만큼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오가며 이곳에서 쉬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먹방이와 친구들’이란 희망 메시지로 군산의 역사를 기억하고, 평화의 도시를 만들어 가겠다는 바람이다. 여행의 노곤한 피로를 풀어주고, 군산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장소. 군산의 맛집과 역사 공간을 따라가다 발견하게 될 이곳, 인문학 창고 정담에 들러보길 바란다. 이곳에 가면 우리가 몰랐던 흥미롭고 재밌는 군산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다.

즐거운 군산의 토요일밤 뮤지컬 모습

 

먹방이 캐릭터와 연계한 군산지역 상품

[출처 사학연금웹진 사학연금지 8월호 바로가기]

댓글

웹진

뉴스레터

서울특별시청 경기연구원 세종학당재단 서울대학교 한국콘텐츠진흥원 도로교통공단 한전KPS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한국벤처투자 방위사업청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한국중부발전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지역난방공사 국방기술진흥연구소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지방공기업평가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Designed by 경성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