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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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정취가 물드는 생태문화도시 : 시흥

 

가을 정취가 물드는 생태문화도시 : 시흥

경기도 시흥시를 보면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산업도시라는 이미지에 가려 문화관광지로서의 매력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다. 시흥갯골, 호조벌, 오이도 등 다양한 역사문화자원과 환경자원이 도시 곳곳에 분포해 있는 시흥 구석구석을 거닐어본다.

글. 이지연사진 제공. 시흥시청

생명이 숨쉬는 자연의 보고

시흥시는 지리적으로 인천, 부천, 광명, 안양, 군포, 안산 등 경기도 주요 도시들과 접해 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에 걸쳐 시화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제조·기계 분야의 중소기업들이 자리잡으면서 시흥시 하면 산업도시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도시개발이 급속히 이뤄지면서 배곧신도시, 목감신도시 등이 조성되고, 도시와 도시를 잇는 새로운 교통망이 생겨나며 도시 풍경도 달라졌다. 젊은 층이 유입되고 각종 편의시설이 조성되는 가운데 시흥시가 보유하고 있었던 문화관광자원들의 가치도 더욱 빛나기 시작했다.

시흥시 장곡동 일대에 위치한 시흥갯골생태공원은 그 면적만 축구장 200여 개를 합쳐놓은 약 150만㎡에 달한다. 썰물 때 바닷물이 빠지면서 드러나는 물길을 갯골(갯고랑)이라고 하는데 시흥갯골의 경우에는 내륙 깊숙이 들어와 있는 내만갯골로 이러한 형태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물다. 칠면초, 나문재, 퉁퉁마디 등 모양과 색상이 다채로운 각종 염생식물과 사람 발자국 소리에 놀라 작은 구멍 속으로 재빨리 몸을 숨기는 붉은발 농게, 방게, 짱뚱어 등 각종 어류, 양서류가 살아 숨쉬는 자연의 보고다. 자연 생태가 온전히 보존돼 있는 시흥갯골은 2012년 2월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갯골에서 들려오는 생명의 소리

찬바람이 섞여 불어오는 이 계절, 시흥갯골생태공원은 은빛 억새 물결로 출렁인다. 코스모스 진 자리를 가을의 전령 핑크뮬리와 댑싸리들이 채운 덕에 아름다운 풍경을 담겠다는 관광객들로 줄을 잇는다. 갯골 위에서는 철새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유유히 날며 먹이를 사냥 중이다. 철새들의 비행을 아는지 모르는지, 갯벌 위를 해맑게 점프 중인 짱뚱어의 몸짓에 배시시 웃음이 난다.

공원을 걷다가 1930년대 중반 조성한 소래염전의 흔적과 만난다. 일제강점기에 완성된 소래염전은 민영화, 수입소금 등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1996년 7월 문을 닫았다. 염전에서 수확한 소금을 자연건조하고 간수를 뺄 목적으로 만든 목조식 소금창고가 시흥갯골생태공원 내 아직 남아 있다. 원래 75채 정도였던 소금창고는 현재 2채만 남아 소래염전의 역사를 증명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소금창고라는 역사성을 인정받아 경기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염전체험장, 해수체험장, 갯벌생태학습장, 염생식물 복원지 등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두루 갖춘 시흥갯골생태공원의 랜드마크는 나선형 형태로 하늘을 향해 빙빙 감아 올린 흔들전망대다. 건물 6층 높이의 목조식 흔들전망대에 오르면 360도로 확 트인 도시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바람이 지나가며 만든 흔들거림도 온몸으로 전해진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갯골에 기대어 살아 숨쉬는 수많은 생명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평온하고 고요하다.

 

다채로운 빛깔로 물드는 도시

시흥시를 흐르는 물길은 육지에서 바다를 향해 나와 있는 모습이 마치 ‘반달’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 ‘월곶’에서 시작된다. 서해 물길의 입구 격인 월곶포구에서 시작된 물길은 시흥갯골생태공원을 지나 300년 역사를 간직한 호조벌, 우리나라 최초로 연꽃 씨가 뿌리내린 관곡지와 그 역사성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연꽃테마파크, 인공습지와 수변둘레길이 어우러진 물왕호수로 이어진다.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며 전국적으로 농토가 황폐해짐에 따라 백성들이 굶주림으로 고통받을 때 국가에서 바다를 간척해 농토로 만든 호조벌은 수확철이 되면 황금빛 물결로 뒤덮인다. 농부들의 삶터인 호조벌은 시흥시 매화동을 포함 10개 동, 약 456ha 농토를 당시 조선(경종 1년, 1721)의 행정기관 6조 중 하나였던 호조에서 조성했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호조벌의 너른 들판을 보고 있자면 색채의 마법사라 불리는 클림트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호수에 반사된 불빛과 달빛이 밤이면 더 반짝이는 물왕호수 주변에는 맛집, 카페들이 줄지어 늘어서 식도락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호수를 가로질러 조성한 데크를 산책하다 보면 늦가을의 온도와 바스락거림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옥구공원 낙조대에 올라 뉘엿뉘엿 지는 석양을 바라보거나 오이도 빨간등대에서 바다를 붉게 물들인 석양을 감상하고, 바다가 내어준 싱싱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고 나서야 비로소 시흥 여행에 마침표를 찍는다

 

컬러풀 시흥에서의 1박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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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민건강보험 평생건강지킴이 11월호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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