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October

kyung sung NEWS LETTER

TV가 시청률을 위해 버려야 할 것들

[출처: 한국방송작가협회 방송작가 웹진 VOL. 219 2024년 6월호]

뉴미디어 시대, TV의 시선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

닐슨미디어코리아 황성연 박사
취재 및 정리. 김윤양 편집위원


10%에 이르던 시청률이 5%대로 반토막 난 지 오래다. 더구나 봄, 여름이 오고 시청률 춘궁기가 되면 위기를 지혜롭게 넘길 묘안이 필요하다. 특집을 넣을까, 코너를 바꿔볼까, 확 눈길을 사로잡을 이벤트는, 화제의 주인공은 없나. 그뿐인가. 자고 일어나면 몇백만 뷰를 자랑하는 유튜브 콘텐츠가 목을 조여 오고, 물량을 쏟아 부은 OTT 오리지널 콘텐츠가 압박해 오면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열패감에 시달리기 일쑤다. 스트리밍 서비스와 실시간 방송 사이에서 시청률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리고 변화하는 시청패턴 속에서 지상파 TV가 고민해야할 문제는 무엇인지 시청률조사기관인 닐슨미디어코리아 황성연 박사를 만났다.

 

시청률에 초연한 제작진이 있을까. 방송 다음 날, 성적표처럼 받아 드는 시청률표에 대해 하소연을 하기도 전에 황성연 박사는 제작진이 시청률만 보는 건 안하는 게 좋겠다라고 잘라 말했다. 시청률표가 절대적인 기준이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시청률은 시청자(가구) 수를 모집단으로 나누어 100을 곱한 수예요. 다시 말해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 상대적인 수치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시청률이 절대적인 수치인 것처럼 생각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같은 프로그램이 ‘어떤 날은 시청률 5%, 점유율이 10%이고, 다음 날은 시청률 5%, 점유율이 15%’라면 어떤 날이 더 잘한 걸까요? 시청률로 보면 같은 성과지만, 점유율을 고려하면 점유율 15%인 날이 더 잘한 겁니다. 왜냐하면 시청률은 프로그램을 본 사람들(가구)을 모집단으로 나눈 수치이고, 점유율은 프로그램을 본 사람들을 전체 TV 시청자 수로 나눈 값입니다. 따라서 같은 시청률인데 점유율이 늘었다면 이는 전체 시청자 수가 줄어든 것입니다. 그런데도 같은 시청률인 5%를 유지했다면 점유율이 10%인 날보다 잘한 것입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포인트가 뭐냐면, 하나만 보면 줄을 세우지만 지표를 두 가지 이상 보면 상황이 보이거든요. 그리고 제작진이 꼭 알아둬야 할 게 뭐냐면 ‘도달률’이에요. 이건 얼마나 봤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프로그램을 봤는지, 안 봤는지를 따지는 거예요. 시청률은 되게 높은데 도달률이 낮다면 소수만 보는 프로그램이라는 얘기에요. 보는 사람은 재미있는데 새롭게 보는 사람은 적은 거죠. 시청률은 떨어졌는데 도달률은 높다면 그 프로그램이 재미없는 거예요. 들어갔다가 ‘재미없네’하고 빠진 거니까요. 따라서 시청률, 점유율, 도달률. 세 가지 지표를 비교해 보면 시청률만으로 볼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전체 TV 시청 경향이 어떠한지, 우리 프로그램을 시청하려고 온 사람들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얼마나 시청하게 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청률을 기반으로 다른 지표도 봐야 프로그램과 관련된 전반적인 상황을 알 수 있는데, 시청률만으로 마치 성적표처럼 보니까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 겁니다. TV 시청은 일상생활 속의 특별한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일상이 변화하는 계절적 특성, 출퇴근 시간, 날씨, 그리고 올림픽, 월드컵 같은 대형 이벤트의 영향을 받습니다. TV 시청에 영향을 주는 많은 변수를 이해하고, 분석해야 시청패턴을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시청률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과 같습니다.

 

보지 말라는 게 아니라 여러 지표를 동시에 살펴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 사실 데일리 프로그램을 오래 하다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날씨가 궂은 날은 시청률이 높아진다거나 계절상 여름보다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높다거나 하는 내용들이다. TV가 집에 있으니 시청자가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 시청률이 높아지겠지만, 문제는 절대적인 수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 실시간으로 지상파 TV를 보는 사람들이 확연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일까.

단순히 시청자가 확 줄었다, 그건 아닙니다. 비율지표인 시청률은 감소하지만 시청자 수는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요. 시청률은 상대적인 수치입니다. 다시 말해 전체 중에 우리 프로그램 본 사람들의 비율입니다. 우리 프로그램 본 사람이 그대로라도 전체가 바뀌면 시청률이 변합니다. 전체의 변화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 가구시청률이에요. 최근 10년간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1인 가구가 엄청 늘어난 거죠. 그러니까 시청률을 내는 분모인 ‘전체’가 달라진 거예요. 가구시청률의 분모인 가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가구에서 TV를 볼 사람 수는 줄어들고 있어요. 그러니 가구시청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까지 가구시청률을 본 이유는 TV 시청이 가구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인시청률보다 높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제 1인 가구가 늘고, 젊은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가구시청률은 감소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변화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에 일어난 것이 아니에요. 2010년부터 꾸준히 변화해서 지금도 그 경향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많은 방송사가 주로 보는 수도권 기준 시청률은 더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이주하면서 급격히 가구가 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도권에 모여살면, 이동거리가 길어져 출퇴근 시간이 늘어나고,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늦어지고, 머무는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이런 수도권 가구는 가족 수가 더 적을 수밖에 없죠. 따라서 가구 시청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전까지 가구 시청률을 보셨다면 이젠 다른 지표를 생각하셔야 할 때입니다. 사회변화에 의해 지표의 안정성이 낮아진다면 다른 지표를 생각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가구보다 개인을, 시청률보다 시청자수를 추천합니다. 이제까지 가구시청률 몇 %로 프로그램을 평가했다면 이제는 몇 명이 본다고 변화해야 할 시점입니다. 물론 가구시청률을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변화를 염두에 두고 사용하셔야 합니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려든다는 건 미디어에는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다. 출퇴근 시간은 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드니 TV시청률이 증가할 수가 없다.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 하나. 시청자들이 실시간 TV가 아니라 스트리밍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기 때문이 아닐까. 실시간 TV시청자들이 모두 유튜브로 옮겨간 건 아닐까.

요즘 많이 받는 질문이 ‘유튜브에서 본 것을 시청률에 더할 수 없느냐’는 것입니다. 간단히 그냥 더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시청률은 가구기준인데, 유튜브는 개인 기준이기 때문이고, 실시간 시청보다 비실시간으로 더 많이 시청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기준없이 시청률에 더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싸이 뮤직비디오 사례로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100억 뷰’라고 가정해 봅시다. 100억 뷰의 시청률이 얼마나 될까요? 이 영상을 100억 번 클릭해서 영상을 봤다는 것이고, 뮤직비디오가 업로드 된 후로 누적된 수치이기도 하죠. 이 수치를 1분 단위 평균인 시청률로 만들려면 먼저 업로드 후 몇 년 되었는지로 나누고, 거기에 365일, 다시 하루 24시간, 다시 60분으로 나눠볼까요? 엄청 작아질 겁니다. 거기에 우리나라 인구 5000만으로 나누어 주면 거의 0.0000%보다 작아질 겁니다. 이걸 뮤직비디오 시청률에 더한다고 얼마나 늘어날까요? 그렇다고 해서 유튜브의 노출수가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지표를 산출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TV시청지표는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동안의 1분 단위 평균수치인 반면 유튜브는 업로드 후의 누적입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조사되고 집계된 자료를 그냥 더할 수는 없습니다. 변화한 시청행태를 반영한 새로운 측정방법과 합산방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아직은 합의되거나 결정된 방식은 없는 상황입니다.

자료: 닐슨미디어코리아 TV지표(2022, National 모든 플랫폼 기준)

 

콘텐츠는 실시간, 비실시간, 또한 축약본 등 다양한 형태로 소비되고 있다. 황성연 박사는 시청경로가 다양해지는 만큼 대응에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제 정말 신경 써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유통이에요. 공들여 만든 콘텐츠에 시청자들이 주목할 수 있게 고민을 해야 하는데 지금의 방송시스템은 거기에 신경을 안 써요. 재방송은 몇 번 하는지, 콘텐츠가 어떻게 팔려나가는지 신경을 안 쓰는 거죠. 콘텐츠가 재방송과 VOD와 스트리밍으로 다양하게 공유되잖아요. 비유하자면 어제의 내가 한 달 전의 나, 일 년 전의 나와 오늘 싸워야 해요. 이제까지 만드는 데만 공을 들였다면 이제부터는 어떻게 유통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하고, 유통을 한다고 하면 어떻게 시청률을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해요.

그리고 또 하나 고민해야할 것은 프로그램 제작 목표 연령대에 관한 것이다. 많은 지상파 프로그램들은 타깃 연령을 2049에 한한다. 과연 이게 최선일까.

2049라는 개념이 생긴 게 2002년 월드컵 때예요. 20대가 우리나라 문화의 번영기를 거치며 거리 응원을 펼쳤는데, 사고 하나 없이, 쓰레기 하나 없이 정리되는 걸 보고 기성세대가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게 월드컵이었어요. 그로부터 20년이 지났어요. 그때 20대였던 사람들이 이제 다 빠지죠. 그러면 거꾸로 2049라는 타깃이 문화와 소비 형태를 계속 이끌어갈 수 있는 세대인 건가 체크를 해봐야 해요. 특히 20대는 아닌 것 같고요. 지상파는 모든 사람들이 보라고 만들어놓은 채널이잖아요. 연령대도 다양하게 하고, 프로그램 형태도 다양하게 만들어서 다양성을 담보해야하는 지상파 방송사가 왜 모두 2049에 맞추는지 모르겠어요. <미녀와 순정남>이라는 KBS 2TV 주말 연속극에 어떤 광고가 들어올까. 광고주가 진짜 원하는 타깃은 몇 세일까. 아무도 모릅니다. 2049, 이렇게 브로드한 걸 잡을 수 있는 광고주가 몇이나 될까요. 2049라면 10대 빼고 50, 60대 빼면 절반이에요. 그런데 실제로 이 세대가 절반이냐 하면 27-28%밖에 안 됩니다. 실제 인구수가 그래요. 그런데 왜 2049에 저렇게 열심히 갖다 맞추려고 애를 쓰는지 모르겠어요.

시청률로 보면 50대 시청률과 2049시청률은 비교가 안돼요. 세대별로 시청률을 보면 답이 나올 텐데, 우린 그냥 시청률로 이야기하니까 ‘3.7% 나왔대’ 이러잖아요. 2049에서 3.7% 나오면 전인구에서 3.7%본 걸까요? 아니거든요. 우리가 시청률을 분석해보면 2049는 전체 시청 경향하고 다릅니다. 모든 프로그램을 단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면 2049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2049는 전체 시청자와는 다른 경향을 보이는 시청층입니다. 프로그램을 50대가 몇 만 명이 보고, 60대가 몇 만 명이 보는지 분석해보고, 이 프로그램의 진성시청자는 이 세대니까 이 세대들을 타깃으로 만들어야 돼, 이렇게 대응전략을 세워야 하는데, 2049라는 툴을 만들어두고, 시청률이 올라가기만을 바라는 거예요. <통일전망대>와 같은 프로그램에 20대는 관심도 없어요. 보지도 않아요. 그런데 그 프로그램도 목표는 2049로 봐요. 2049를 목표로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에요. 2049도 볼만한 어르신들용 프로그램을 만들면 되거든요. 특정 채널들은 채널별 타깃에 맞게 제작하면 돼요. 그렇지만 지상파는 모든 시청층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역할을 하라고 허가해준 채널인데,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상파가 2049만 바라보고 있어요.
예전에 지금 제 나이일 때 저희 아버지는 뭐하셨지, 생각해보면 집에서 할아버지처럼 계셨단 말이에요. 주변을 봐도 우리사회가 전반적으로 ‘나는 나이에 비해 젊다’고 생각해요. 우리 윗세대들이 임영웅이나 트로트를 좋아하잖아요. 그분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지내던 기억을 떠올리고 소비와 경험을 같이 하려고 하세요. 프로그램도 같이 보려고 하시고요.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부모님과 같이 보고 싶지 않거든요. TV를 함께 보는 경험이 없어요. 개인화된 매체로서의 TV가 존재하지 않던 한국사회에 개인 중심의 매체로 TV를 쓰는 아이들이 올라오고 있는 중이에요. 그런 면에서 가족이 함께 보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건 방송사에게는 절체절명의 마지막 처방이거든요. 그런데 그 2049라는 지수 때문에 ‘TV는 같이 보는 거야’라는 생각을 안 하시는 거죠.

백세시대가 되면서 TV의 주된 시청자가 변화하고 있다면, 이제까지 그랬듯 2049에 맞출 게 아니라 변화하는 주력 시청층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시청형태가 실시간인가, 비실시간인가, 실시간 TV로 보는가, 스트리밍으로 보는가··· 중요한 문제지만, 더 중요한 것은 주된 소비 기기가 PC와 모바일이 아닌 여전히 TV라는 점이다.

드라마 시청순위를 보면 석 달 전만 해도 두어 개 빼고는 다 지상파 프로그램이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없어요. 주목해야할 말 중에 ‘OTT에도 스트리밍에도 편성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어요. 드라마를 업로드할 때 한꺼번에 다 올리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일주일에 하나씩 올리는 게 좋을까요? 한꺼번에 다 올리는 건 스프린터처럼 폭발력이 있고, 일주일에 한편씩 올리는 건 장거리 선수처럼 길게 유지해 주니까, 스트리밍 입장에서는 길게 유지시켜주는 게 훨씬 좋은 거예요. 스트리밍 입장에서도 결국 실시간 TV처럼 꾸준히 이용자가 모객이 되는 게 필요하고, 이들이 일정시간에 새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꾸준히 스트리밍채널에 들어오는 루틴이 필요한 거예요. 그런데 실시간 TV채널들은 이미 그런 습관을 구축한 상태잖아요. 그러니까 기존의 시청자들이 빠져나가지 않게, 재방이나 VOD가 아닌 본방에 집중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수도 없이 재방송을 돌려서 어느 채널이 본방인지, 재방인지 혼란스럽게 하면 안 되고요. 시청자들이 오래 가져온 시청 습관을 유지하면서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해요. 뉴스를 전략적으로 7시에 편성해놓고 젊은 시청자가 들어오길 바라면 안 됩니다. 젊은이들이 한창 일하고 퇴근해서 집까지 이동하는 시간만 생각해도 7시 뉴스 시청은 불가능합니다. 반대로 드라마를 어르신들 보는 뉴스 시간대에 편성하면 시청층이 나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너무 늦은 시간에 편성하면 취침시간이 이른 어르신들은 볼 수가 없죠. 도달률이 낮은데 시청률만 잘나오는 드라마는 없어요. 시청률이 도달률을 능가할 수는 없으니까요. 새 드라마를 편성한다면 초반 1, 2회에 홍보를 주력해 최대한 많은 시청층이 유입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합니다. 그리고 제작 과정에 대한 기록도 필요해요. 체계적이지 않은 부분에 대해 점점 체계화시켜야 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요.

드라마는 물량을 쏟아 부은 넷플릭스 대작만으로 충분할까. 그렇지 않다. TV 시청률이 줄어들면 장기적으로 OTT시청률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결국 넷플릭스가 TV를 점령한 것 같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지상파는 그만의 길을 가야한다. 또한 TV는 여전히 중요하다. 지상파가 주저하거나 좌절하면 안 되는 이유다.

KBS 주말 드라마 ‘미녀와 순정남’을 보는 시청자가 평균 380만 명입니다. 380만이면 그냥 골드버튼이에요. 지상파가 재정이 좋지 않아 드라마 개수를 줄였잖아요. 그럼 넷플릭스 시간도 같이 줄어요. 그래서 흔히 볼 게 없다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3-4주면 시청이 감소하지만, 방송 프로그램을 1주 단위로 업로드하면 지속적으로 시청이 이루어집니다. 또한 넷플릭스가 알고리즘에 따라 나만의 취향에 맞는 드라마를 추천해줘서 본다? 아닐걸요, 넷플릭스 톱텐에서 골라보시잖아요! 결국 우리는 요즘 뜨는 드라마가 뭔지, 사람들과 공유하려고 보는 거거든요.
지상파는 ‘OTT 얼마나 보세요’, ‘휴대폰 얼마나 쓰세요’ 이런 거 연구하지 말고, ‘집에서 TV를 누구와 보세요?’, ‘아이가 볼 때 엄마, 아빠도 같이 보세요? 지도를 해주세요?’ 이런 걸 물어보면서 TV보는 환경을 연구해야 해요. 이제까지 말씀드렸듯 OTT보다 지상파 TV가 아직까지 훨씬 좋은 조건이에요. OTT의 비상을 겁내지 마세요.
미국은 요즘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방송시장으로 들어오고 있어요.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방송이라고 하는 올드패션을 더 이상 사람들이 소비하지 않을 거 같잖아요. 그런데 미국은 철저하게 TV중심이에요. PC랑 모바일만 보고 TV는 안 볼거다, 아니요. 미국은 팬데믹 이후 TV를 더 많이 봅니다. 우리는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소중함을 잊어버린 지가 너무 오래되었어요. 그렇지만 아직 많은 가정에 가장 중심이 되는 곳에 TV가 있어요.
겁내실 필요가 하나도 없어요. 나쁘게 표현하면 방송사가 만든 콘텐츠를 팔아먹을 창구가 하나 더 생긴 거예요. 그렇잖아요? 그리고 창구가 많아지면 당연히 만든 제작진의 ‘협상력(Bargaining Power)’이 강해지는 것인데 이걸 지레 겁내시는 거예요. 저쪽으로 다 뺏긴다? 예전에 스스로 만들기도 했어요. PC 홈페이지 만들었고, 모바일로 DMB 만들고요. 하지만 여전히 미미합니다. 결국 영상 시청은 여유로운 시간에 집에서 보는 TV예요!

 


유튜브 100만 뷰, 넷플릭스 몇 백 만. 이 수치에 흔들리기보다 지상파는 지상파만의 갈 길을 가면 된다는 것이다. 다만 2049의 삶을 이해하지 않고, 그들을 TV를 봐야할 타깃 연령으로 설정하는 건 그만하자. 기술발전으로 미디어가 디지털 전환과 혁신에 직면해도 TV 앞에 따로 또 같이 앉을 시청자가 중요한 거라면 지상파 TV의 목표는 명확해진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콘텐츠가 아니라 세대를 아울러 모두가 좋아하는 양질의 컨텐츠를 만든다면 시청률은 절로 따라올 테니 말이다.

 

[출처: 한국방송작가협회 방송작가 웹진 VOL. 219 2024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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