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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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눌러 담은 목소리, 강산에

진심을 눌러 담은 목소리

강산에

삶의 파도가 와도 기꺼이 이겨낼 수 있다는 위로가 담긴 곡이 있다. 세대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노래, ‘넌 할 수 있어’이다. 거칠면서도 담담한 목소리, 삶의 철학이 담긴 메시지로 사랑받는 가수 강산에. 시간이 갈수록 더욱 빛나는 그의 유쾌하고 솔직한 음악 세계를 만나본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사진 제공.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따뜻한 위로가 되는 가수, 강산에

유튜브를 보다가 하마터면 울뻔했다. 아니, 결국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장소는 노래방처럼 꾸민 세트장. 수능을 막 마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앉아있다. 가수가 한 명 등장한다. 강산에다. 나에게는 최고 뮤지션 중 한 명이지만 학생들은 그가 누구인지 모르는 눈치다. 당연하다.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학생들은 강산에에 대해 잘 모른다. 오히려 잘 아는 게 더 이상하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어려운 형편, 고생했던 수험 생활 이야기를 들어주던 강산에가 어린 학생의 앞날을 축복하며 노래를 한다.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이다.

과연, 진짜배기 가수는 클래스부터가 다르다. 고수가 도구를 가리지 않듯 노래방을 콘서트 홀로 슥 바꿔버린다. 그렇다. 강산에는 천상 무대형 가수다. 그대, 혹시 강산에의 라이브를 직접 들어 본 적 있나.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금껏 수많은 라이브를 들어봤다. 거기에는 평생 아로새겨질 강렬한 경험도 있었고, 피 같은 내 돈이 아까워 화를 참지 못한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단언컨대 강산에는 전자(前者), 그것도 맨 앞줄에 위치하는 뮤지션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그의 라이브를 본 사람이라면 동의할 거라고 확신한다. 그의 라이브는 그냥 최고다.

강산에의 라이브는 그의 캐릭터를 거의 그대로 반영한다. 자유롭다. 유쾌하다. 그러면서도 탄탄하다. 그는 어설프게 흐느적대지 않는다. 중심이 꽉 잡혀 있는 상태에서, 즉 음악의 기반이 어긋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유롭다. 간략하게 표현해볼까. “어쩜 저리 분방하면서도 끝내주게 잘 할까.” 오늘도 나는 경탄의 눈길로 그를 바라본다. 그저 앙망한다.

 

가장 한국적인 내추럴 포크록의 대가

음반도 마찬가지다. 그의 스튜디오 레코딩은 라이브만큼이나 자연스럽다. 1992년 등장한 데뷔 앨범[Vol.0]부터 2021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강산에 음악을 정의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면 ‘내추럴’이다. 지금 당장 그가 발표한 히트곡들을 들어보길 바란다. 예를 들면 ‘…라구요’, ‘넌 할 수 있어’, ‘와그라노’ 등을 선택해 감상해보라. 거기에 인위적인 편곡이라고는 없다. 그의 편곡은 언제나 곡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으로 이뤄진다.

한국적이라는 뉘앙스도 언급해야 마땅하다. 그의 노래를 듣다 보면 설령 그것이 서양 악기로 작업한 결과물일지라도 ‘우리 것’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이해하기 쉽고, 보편적인 노랫말이 더해져 강산에 세계의 바탕을 완성한다. 맨 위에 언급한 영상이 증명하듯 그의 음악이 세대를 뛰어넘어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배경이다. 참고로 이 영상은 유튜브에 ‘강산에 노래방’이라고 치면 만날 수 있다. 꼭 한번 검색해서 보기를 권한다. 눈물을 닦기 위한 휴지나 손수건 준비는 선택 아닌 필수다.

 

돌아서 갈 수밖에 없는 / 꼬부라진 길 일지라도 / 딱딱해지는 발바닥 / 걸어 걸어 걸어가다 보면 / 저 넓은 꽃밭에 누워서 / 난 쉴 수 있겠지
━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중에

 

 

추천! 강산에의 바로 이 곡

명태 2002
어디에서 온 음악일까. 서양 악기, 리듬은 펑크(Funk)이고 힙합 스크래치를 섞었지만 의심할 여지없이 한국 가수의 음악이다. 곡의 앞뒤에 성악가 오현명의 중후한 가창을 따와 ‘명~태~’라는 구절을 삽입했다. 중간에 나오는 아쟁 소리가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명태를 소재로 하는 노랫말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수준. 심지어 우리는 이 곡을 통해 명태에 대해 공부할 수도 있다. 곡을 감상하면서 웃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곡은 음악이라는 형식 위에서 펼쳐지는 한바탕 놀이다.

넌 할 수 있어 1994
강산에의 음악 중 내가 유일하게 선호하지 않는 곡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얼마 전 생각을 바꿨다. 계기는 유튜브의 4분 47초 짜리 라이브 영상이었다. 강산에가 거주하는 제주도에서 찍은 영상인데 텅 빈 벌판에 있는 거라곤 강산에와 기타, 소박한 오디오가 전부였다. 그런데 영상을 보다가 다시 또 눈물을 흘렸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굴하지 않는 보석 같은 마음’이 여전히 내게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음악을 제대로 만나면 듣는 이는 어쩔 수 없다. 무장해제 될 수밖에.

떡 됐슴다 2011
주기적으로 찾아 듣는 노래다. 왠지 그냥 킥킥대며 웃고 싶을 때 이만한 곡이 없기 때문이다. 연주는 전형적인 뿅뿅 사운드다. 촌스러움을 의도적으로 지향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싸구려처럼 들리질 않고, 최신 감각이 돋보이는 곡이다. 아마도 강산에라는 뮤지션의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 덕분일 것이다. 만약 요즘 통 웃을 일이 없었다면 해학으로 넘치는 이 곡을 꼭 한번 감상해보기를 권한다. 어느새 빙긋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

 

[ 출처 : 사학연금 3월호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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