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의 영역을 넓히다 ‘P의 거짓’ 총괄 디렉터 최지원 프로듀서
- 사람
- 2024. 6. 3.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N콘텐츠 매거진> Vol.30 웹진]
콘솔 게임으로는 20년 만의 대상인데, 게다가 6관왕! 2023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주인공은 ‘P의 거짓’이었다. 이 게임이 더 반가운 것은 MMORPG 위주인 K-게임의 영역을 ‘스토리가 있는 콘솔 게임’으로 넓혔다는 사실 때문이다. ‘P의 거짓’의 총괄 디렉터, 최지원 프로듀서를 만나보았다.
글. 곽경배(<데일리게임> 편집장)
한국에서 콘솔로, 그것도 소울라이크 장르의 게임을 만들겠다는 결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다행히 액션과 소울라이크 장르 게임을 좋아하는 개발 팀을 만나 도전해볼 수 있었어요. 우리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게임을 만들어야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고민에서 출발해서 ‘전투 본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보자’,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구현하고 싶다’, ‘한국에서 제대로 된 콘솔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열망이 더해져 ‘P의 거짓’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새로운 개발 흐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포부도 있었고요.
무엇보다 ‘재미’가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의 재미를 제대로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려면 ‘완성도’가 필수고요. 그래서 게임의 완성도를 위해 고민했고, 게임을 구성하는 부분 하나하나를 좋은 퀄리티로 선보이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최적화’의 경우는 ‘방망이를 깎는 노인’이 된 심정으로 신경을 썼습니다. 저도 게이머로서 많은 분들이 최적화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잘 알기에 개발하는 내내 꼼꼼하게 테스트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개발진의 노력과 진심이 플레이어들에게 좋은 결과로 잘 전달된 것 같아 기쁩니다.
게임 개발에서 제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중 하나가 ‘이야기’와 ‘설정’입니다. 게임 플레이를 해보지 않아도 내용만으로 관심이 가는 이야기여야 하고,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아도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설정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있었습니다. 거기에 주목받기 위한 전략으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차용하면 좋겠다’, ‘그 이야기를 흔히 알려진 것과 다른 방식으로 비틀면 흥미와 관심을 끌어낼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야기를 선택하는 세부 조건도 있었어요. 사람들에게 확실히 각인될 수 있을 것, 스토리가 유치하지 않으며 성인들이 몰입할 수 있을 것,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이 등장할 것. 이런 사항들을 고려하다 보니 <피노키오의 모험>이라는 동화가 제가 찾는 조건에 부합했습니다. <피노키오의 모험> 원작을 읽어보면 블랙코미디, 잔인함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가득합니다. 돌이켜 보면 정말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소울라이크, 싱글 액션 RPG, 콘솔이라는 조건으로 개발하는 데 있어 가장 힘든 점은 저희와 이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는 개발자 동료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극복했다’라고 말씀드리기보다는 ‘극복해 나가고 있다’라고 말씀드리는 게 정확하지 않나 싶네요. 저희 개발진 역시 ‘P의 거짓’을 개발하며 한 단계 성장했고, 앞으로도 더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시작인 것 같다는 생각도 해요.
특정 수치에 대한 욕심보다는 ‘우리나라에서도 콘솔 게임 수작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P의 거짓을 개발한)라운드8 스튜디오의 차기작을 기다리는 팬들을 만들고 싶다’라는 열망이 더 컸습니다. 그래서 ‘P의 거짓’에 대한 피드백 중에 저희 스튜디오와 개발진을 응원해주시는 내용이나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표해주시는 내용을 볼 때마다 무척 감사합니다.
‘성공’이라는 단어를 벌써 붙여주시니 부담이 커지네요. ‘특별한 노하우나 기술보다는 게임의 기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한 점이 통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전투 액션과 타격감, 무기 조합, 세계관과 스토리, 사운드 등 개발진이 최선을 다하려고 했던 게임 요소들을 플레이어분들은 알아보시고 즐겨주시더라고요. ‘진심을 다하면 언어와 상관없이 어떻게든 전달이 되는구나!’라고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저는 모바일 게임과 콘솔 게임은 각각 다른 매력으로 게이머에게 사랑받는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모든 게임이 꼭 글로벌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니겠죠. 저희는 콘솔을 주력으로 하기 때문에 당연히 한국 콘솔 시장이 커질수록 유리할 수 있지만, 시장의 변화를 위해서는 시간과 큰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콘솔 게임 개발이 너무 힘든 작업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도 콘솔 게임이 더 다양해지지 않을까’라고 쉽게 말을 하기 힘든 부분도 있어요. 콘솔 개발 경험이 있는 개발자들이 아직 한국에서는 너무 귀한 존재일 정도죠. 하지만 이런 허들을 알면서도 더 많은 국산 콘솔 게임이 나왔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이 또 저희가 아닌가 싶습니다. 많은 한국 게이머들이 애정을 갖고 업계를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개발자 이전에 게이머가 되어야 합니다. 게이머로써 받은 감동과 재미를 잘 간직하고 그 경험을 개발자 입장에서 게이머들에게 잘 전달하려는 그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과서적인 얘기 같지만, 우리가 잊지 않고 반드시 기억해야 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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