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kyung sung NEWS LETTER

동학개미운동을 아시나요?

 

1894년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이 2020년에 다시 등장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주식 시장에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기관과 외국인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상황을 빗대 표현한 신조어 ‘동학개미운동’. 올해 한국 증시의 주인공인 개미투자자들은 하반기에도 그 위용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빚투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과열 투자의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맹활약 중인 동학개미들
지난해 말 나온 올해 코스피 전망은 대부분 상고하저였으며 코스피 밴드 상단 중 가장 높은 수치를 제시한 곳은 메리츠증권으로 2,500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고 코스피는 1,400선까지 위협받으면서 올해 전망들은 당연히 공수표가 되는 듯했으나 오히려 3월 20일 저점 1,457선까지 내려간 이후 빠른 상승세를 보이며 8월 11일 2,400선을 넘어섰다. 다시 코스피가 반년도 안 돼 60%가 넘게 오른 데에는 ‘동학 개미’라는 별칭을 얻은 개미투자자들이 있었다.

동학 개미 운동은 3월 폭락장에서 코스피 우량주를 둘러싸고 외국인과 기관들의 매도 매물들을 개인투자자들이 공격적인 매수세로 받아낸 상황에서 온 신조어다. 1894년 반봉건·반침략을 목표로 일어난 농민들의 ‘동학농민운동’에 빗대 온라인상에선 동학개미운동을 ‘대한민국 건국 101년(2020년)에 개인투자자가 중심이 돼 일으킨 반기관·반외인 운동’이라고 정의한다. 동학개미운동은 처음에는 외인들과 기관들이 쏟아내는 매도를 힘겹게 받아내는 개인투자자의 모습을 자조하면서도 응원하며 탄생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금이 늘어나고 결국은 증시 반등에 성공하면서 동학개미운동은 한국 증시의 체질을 바꾼 원동력으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기관과 외인에 결국 당하기만 한다는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고정관념도 사라졌다. 4월 초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면서 개인의 누적 순매수 규모가 22조 원에 이를 정도로 증가했다”며 “우리 기업에 대한 애정과 주식시장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신 투자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과거 개미투자자들이 주식에서 실패한 이유는 주식을 비싼 값에 샀기 때문이다”라며 “이번 동학개미들은 우량주를 저가에 매수한 만큼 성공 사례로 남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동학개미운동은 3월 폭락장에서 코스피 우량주를 둘러싸고 외국인과 기관들의 매도 매물들을 개인투자자들이 공격적인 매수세로 받아낸 상황에서 온 신조어다."

개미의 진화, 코스피를 끌어올리다
동학개미운동은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6월 발표된 자본시장 세제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국내 주식에 대해서도 2023년 양도세를 부과하며 기본 공제를 2,000만 원으로 발표했는데 국내 주식 투자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며 문재인 대통령까지 “투자자의 의욕 꺾지 마라”고 하면서 결국 기본 공제 한도가 5,000만 원(주식형 펀드 포함)으로 상향되기도 했다. 9월 공매도 금지가 풀리는 시한을 앞두고도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큰 중소형주나 코스닥 종목들은 공매도 금지가 그대로 연장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처음 저가매수에서 시작했던 동학개미운동은 증시가 2,400선을 넘어서도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증시(코스피, 코스닥, 코넥스)에서 개인투자자들은 46조 원(8월 10일 기준)을 매수했다. 연 초에 비해 이미 10%가량 오른 증시 수준에도 불구하고 추가 상승 여력이 더 남았다는 기대를 가진 것은 증시 대기 자금의 규모로 알 수 있다.

여전히 고객 예탁금은 49조 원에 이른다. 올 초 30조 원에 불과했는데 46조 원의 주식을 순매수하고도 오히려 19조 원이 늘어난 것이다. 8월 10일엔 2,350선이 넘은 코스피에도 개인투자자들은 3,523억 원을 매수해 증시를 1.48% 끌어올리기도 했다.

증시 유동성을 키운 요인은 한국 증시에 대한 기대 변화와 은행 예금금리 하락, 부동산 규제 등이 있다. 예금금리가 최근 0~1%대로 떨어지면서 사실상 예적금을 통한 재테크는 어려워졌다. 그동안은 부동산이 주식보다 항상 재테크 수단에서 선순위였으나 최근 각종 대출규제와 세금 강화로 상황은 달라졌다. 취득세 및 보유세 강화, 자금출처 조사 등으로 부동산 투자의 기대 세후 수익률이 낮아졌다. 그러다 보니 비대면 계좌 개설 등으로 접근성이 향상된 증시에 2030세대를 비롯해 신규 투자자들이 유입됐다.

동학개미운동이 우량주 저가 순매수로만 간 것은 아니다. 3월엔 삼성전자 등의 대형주를 매수했으나 4월부터는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동학개미들은 4월엔 곱버스(2배 인버스 ETF), 5월엔 원유 레버리지 ETN, 6월은 우선주, 7월은 제약 및 진단키트 테마주로 옮겨 다니면서 레버리지를 일으켜가며 위험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과거엔 선거를 앞두고 정치 테마주 몇 개가 출렁거렸다면 올해 들어서는 증시에 유입된 유동성 때문에 여러 개의 테마들이 동시에 움직인다는 것이 특징이다. 7월 들어선 세종시 이전(남선알미늄, 계룡건설 등), 극일(모나미, 신성통상), 코로나19 관련주들이 하루에도 동시에 주가가 널뛰기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테마주는 유통주식수가 작고 거의 개인들만 거래에 참여하는데 최근의 풍부한 유동성에 유통주식수가 작은 우선주와 같은 주식은 충분히 테마 소재가 되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증시 유동성이 풍부할 때는 많은 주식들이 테마주처럼 움직이곤 한다”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진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학개미운동이 우량주 저가 순매수로만 간 것은 아니다.
3월엔 삼성전자 등의 대형주를 매수했으나 4월엔 곱버스, 5월엔 원유 레버리지 ETN, 6월은 우선주, 7월은 제약 및 진단키트 테마주로 옮겨 다니면서 레버리지를 일으켜가며 위험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동학개미들의 아슬아슬한 빚투
과거에 비해 낮아진 신용거래 이자율과 상승장에 대한 기대로 개인투자자들이 ‘빚투(빚내서 투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달라진 부분이다. 3월 말 6조 5,000억 원 수준이었던 신용거래융자금액은 8월 초 15조 원으로 넉 달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일부 종목에서의 신용공여율(신용으로 투자한 주식 대비 전체 주식거래액의 규모)은 20%가 넘으면서 위험한 수준까지 왔다.

특히 밸류에이션과 상관없는 투자는 투자 리스크를 높인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원유레버리지ETN 순매수가 활발했던 5월에 증권사에서는 현재 ETN 주가가 실제가치(IIV)와 괴리되어 고평가 상태라고 수차례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광풍을 막지 못했다. 결국 유가는 배럴당 40달러 수준으로 돌아왔지만 오히려 가격은 5월 초 주가에서 반토막난 동전주 상태다.

이와 같은 동학개미들의 변신을 두고 올 초에 상승장에서 우량주 위주로 접근한 개인투자자들이 결국은 주가가 기대한 것만큼 빨리 오르지 않자 상승 속도가 빠른 곱버스, 원유ETN, 우선주, 테마주 등으로 몰리게 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특히 순매수가 아니라 거래대금으로 본다면 개인투자자들의 고위험 투자 성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개인거래대금 상위 1~5위는 KODEX200선물인버스2X(24조 원), KODEX레버리지(17조 7,443억 원), 삼성전자(15조 9,388억 원), 씨젠(14조 9,016억 원), 셀트리온(6조 5,644억 원)였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증시가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지수에 단기 베팅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셀트리온, SK하이닉스, 삼성SDI 등 대형주들이 거래대금 20위권에 드는 등 우량주의 거래도 컸다.

7월 되어서는 거래 상위 종목이 삼성전자와 카카오를 제외하고는 모두 바이오 및 진단키트주, 지수 ETF가 차지했다. 신풍제약이 15조 8,184억 원이었고 씨젠이 15조 3,186억 원, KODEX200선물인버스2배 ETF가 8조 6,326억 원, SK바이오팜이 8조 2,347억 원이었다. 삼성전자의 거래대금은 7조 5,000억 원, 카카오는 7조 4,000억 원으로 제약 및 진단키트주에 훨씬 못 미쳤다. 7월 한 달간 신풍제약은 128%, 씨젠 130%, 랩지노믹스 142%, 신일제약 123% 등 해당 업종들이 큰 폭으로 오르자 기업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일단 가격 상승만을 노리고 개인투자자들이 공격적 매수 행렬에 동참한 것이다. 이 때문에 결국 올 초 안전마진과 기업 펀더멘털을 믿고 투자하던 개인투자자들의 투자는 대출을 통해 고변동성의 고밸류에이션 주식에 고빈도로 투자하는 위험한 투자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부부장은 “스마트개미, 동학개미 등 올해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를 높이 평가해왔지만 저평가 우량주를 투자하더라도 다른 가벼운 종목들 주가가 올라가면 당장 거기로 갈아타는 행태는 반복되어 왔다”며 “한두 종목에 투자하기보다는 여러 자산에 분산투자해야 투자결정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7월 되어서는 거래 상위 종목이 삼성전자와 카카오를 제외하고는 모두 바이오 및 진단키트주, 지수 ETF가 차지했다."

[출처 : IBK웹진 With  IBK 9월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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