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누티비, 근절은 가능할까?
- 문화
- 2023. 5. 25.
변희원 조선일보 테크부 기자
논란이 키운 화제, 누누티비
국내외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를 불법 스트리밍 해왔던 ‘누누티비’가 폐쇄 선언을 한 지 사흘 만에 방송 재개 계획에 대한 소식이 들려왔다. 누누티비를 운영하는 스튜디오유니버셜은 지난 13일 “걷잡을 수 없는 트래픽 요금 문제와 사이트 전방위 압박에 의거 심사숙고 끝에 서비스 종료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2021년 6월에 정식 서비스로 인사드려 지금까지 많은 분의 사랑으로 함께할 수 있었다”며 “다시 한번 저희 서비스를 이용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17일 “이달 30일 오전 2시부터 누누티비 시즌 2(를 시작한다)”는 내용의 공지가 올라온 것이다. 이후 스튜디오유니버설팀측이 시즌2 재오픈을 부인하면서 누군가 누누티비를 사칭해 벌어졌던 해프닝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설령 누누티비가 ‘시즌2’를 재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제2의 누누티비’는 계속 나오고 있어 빠른 시일 안에 문제가 해결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언론계에선 누누티비와 같은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의 존재를 알고도 기사로 다루지 않았다. 기사화가 되는 순간 누누티비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질 수 있단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로 누누티비를 기사로 다루기 위해 취재에 들어가자 몇몇 콘텐츠 업체들은 “비판 기사라고 할지라도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홍보 효과가 날 수 있다”며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을 걱정했다. 지난달 누누티비 이용자가 1,000만 명이 넘는다는 게 알려진 이후 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단 판단하에 콘텐츠 업계도 강력한 대응에 나섰고, 언론도 이 문제를 주요 이슈로 다루기 시작했다. 한 OTT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다는 기사가 나온 뒤로 불법 사이트 이용자가 늘었다”고 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플랫폼으로
누누티비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더 글로리> 때문이었다. 지난달 10일 <더 글로리 파트2>가 넷플릭스에 공개되자 구글에서는 누누티비의 검색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방송사의 콘텐츠를 불법으로 무료 스트리밍하는 누누티비의 검색량은 한 달 전에 비해 20배가 증가했다. <더 글로리 파트2>를 넷플릭스 대신 누누티비로 시청하려는 이용자가 몰렸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드라마가 나온 뒤 주말 새 누누티비의 편당 조회는 200만~300만 회였다.
누누티비 불법 접속 횟수는 최소 8,300만 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차단된 주소들의 접속 건수를 계산한 결과 총 8,349만 회의 접속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같은 우회 통로를 고려하면 실제 접속 횟수는 1억 건이 훌쩍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누누티비 이용자 수가 1,0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는 넷플릭스(1,151만 명)의 지난달 국내 이용자 수와 맞먹는 데다 국내 OTT인 티빙(475만 명), 쿠팡플레이(401만 명), 웨이브(376만 명)의 두 배 이상이다.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제작 드라마 <카지노 시즌2>도 누누티비에서 볼 수 있는데, 편당 조회가 약 380만 회에 이른다. 디즈니플러스의 지난달 이용자가 208만 명임을 감안하면 이 드라마를 디즈니플러스로 시청한 이용자보다 누누티비로 시청한 이용자가 더 많은 셈이다.
누누티비에는 한국 공중파·종편·OTT의 최신 드라마·예능 프로그램과 한국 영화가 주로 올라오기 때문에 국내 콘텐츠 업계에 돌아갈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저작권보호협의체에 따르면 누누티비로 인한 국내 콘텐츠 업계의 피해 규모가 조회 수와 VOD(Video On Demand·주문형 비디오) 구매 가격을 고려해 계산할 경우만 해도 무려 4조9,0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콘텐츠 부가 판권과 해외 수출을 고려하면 피해액은 훨씬 커진다.
국내외 OTT 업계에선 누누티비와 같은 무료 불법 스트리밍 때문에 OTT 구독 해지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누누티비를 이용한 어느 이용자는 “OTT 두세 채널을 보느라 매달 2만~3만 원 나가는 구독비도 부담이 큰 데다, 누누티비는 여러 OTT의 콘텐츠를 한데 모아 보여줘서 편하다”고 했다. 누누티비의 콘텐츠 공개 시점은 방영 후 이르면 2~3시간, 늦어도 이틀 이내다. 심지어 누누티비 운영진은 이용자들의 수요에 맞춤형으로 응대하기도 한다. 사이트 내 댓글로 특정 작품을 요청하면 언제 업로드할 것인지 친절하게 답변을 다는 식이다. OTT 업체 관계자는 “OTT 업체들은 콘텐츠에 돈을 쏟아가며 경쟁하고 있는데 막상 그 콘텐츠로 벌어야 할 수익을 불법 사이트들이 가로채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누누티비는 무료로 영상을 스트리밍하면서 어떻게 돈을 벌까. 누누티비에서 스트리밍되는 영상 위아래에는 스포츠 게임 관련 불법 도박 광고 배너가 여럿 붙어 있다. 누누티비는 이를 주 수입원으로 삼아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도박 광고를 1회 클릭하면 평균 200~600원의 수익이 나는데, 접속해서 한 번씩만 클릭한다고 가정해도 최소 수백억 원의 수입을 거둔 셈이다.
단속을 앞지르는 대처와 꼼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자료에 따르면, 방심위는 2021년 10월부터 누누티비와 그 대체 사이트 30곳에 대해 접속 차단 조치를 해왔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누누티비의 기본 접 속 주소(URL)는 ‘noonoo.tv’인데 여기에 숫자를 더해 ‘noonoo10.tv’와 같은 대체 사이트를 만들기 때문이다. 국내외 OTT와 콘텐츠 업계는 지난달부터 누누티비에 강경 대응을 하기 시작했다. 국내 콘텐츠 업계는 협의체를 중심으로 법적 대응을 하고 있으며, 넷플릭스는 세계 최대 불법 복제 대응 조직 ACE에 참여했다. ACE는 세계 주요 저작권사 50여 곳으로 구성된 저작권 보호 전문 조직으로 각종 글로벌 저작권 침해에 대응한다. 정부는 뒤늦게 누누티비 차단 횟수를 주 1회에서 최근 1일 1회로 늘리며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높지 않다. 통신사의 협조를 받아 매일 오전 10시 누누티비 URL을 차단하고 있는데, 30여 분 만에 새로운 접속 경로가 텔레그램 등을 통해서 배포되기 때문이다. 또 누누티비 이용자들이 다른 불법 사이트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도 발생했다. 콘텐츠 구성이나 유저 인터페이스(UI), 광고 배치 등이 유사한 ‘짝퉁’ 누누티비가 생겨났고, 접속 링크도 적극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국내외 콘텐츠 업계가 누누티비에 대해 공동 대응에 들어가고 경찰도 수사에 나서자 누누티비는 “국내 OTT의 콘텐츠를 삭제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누누티비는 지난달 23일 “티빙·쿠팡플레이·웨이브·왓챠를 포함한 국내 OTT가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삭제하겠다”고 공지한 데 이어, 다음 날인 24일 삭제한 콘텐츠 명단도 공개했다. 실제로 명단에 올라온 콘텐츠들은 26일 현재 누누티비에서 더 이상 검색되지 않는다. 누누티비는 “국내 OTT 자료가 아직 남아있는 경우 고객센터 이메일로 연락 주면 즉시 삭제 조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누누티비는 국내 OTT의 인기 작품 일부나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와 같은 해외 OTT 내 한국 드라마·예능에 대해선 불법 스트리밍을 멈추지 않았다.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 디즈니플러스의 <카지노>나 각각 국내 OTT 웨이브와 채널 ENA에서 인기를 얻은 드라마 <모범택시>와 예능 <나는 SOLO>는 여전히 검색이 됐다. 조회 수가 돈이 될만한 콘텐츠는 내버려 두고 일부 국내 OTT의 콘텐츠만 지우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OTT 업계 관계자는 “누누티비 자체가 불법인데, 마치 선심을 쓰듯이 일부를 지워주겠다고 하는 행태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영상산업 생태계 파괴, 피해는 콘텐츠 이용자들에게
OTT 업계는 이미 누누티비로 입은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에 운영자를 특정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법 공유 사이트 때문에 한차례 홍역을 치른 웹툰 업계 관계자는 “2018년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가 기승을 부렸을 때도 운영자가 잡히고 난 이후에야 상황이 나아졌다. 누누티비도 운영 주체를 검거하면 불법 스트리밍에 대한 경각심을 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국회에선 국내에 캐시서버를 설치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사업자들도 불법 사이트의 정보 유통을 차단하는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불법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이 이뤄져도 사용자가 국내 IT 서비스 제공자가 설치·운영하는 데이터 임시저장 서버를 활용하면, 해당 불법 사이트에 우회 접근할 수 있다는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에서 활동 중인 CDN 사업자 대부분이 해외 기업이기 때문에 이 법안이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더 큰 문제는 누누티비와 같은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늘어나면서 콘텐츠 이용자들이 불법으로 무료 드라마나 영화를 접하는 데 둔감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누누티비는 서비스 종료 공지문에서 “사용자분들께서 입으셨을 상실감을 감히 헤아릴 수 없다”며 “저희를 믿고 이용해 주신 한 분 한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린다”고 했다. 이미 ‘이용자들은 우리 편’이라고 확신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OTT 업계 관계자는 “누누티비와 같은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계속 살아남는다면 앞으로 OTT 업체들은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콘텐츠 투자를 하지 못하게 된다”며 “그 피해는 결국 콘텐츠 이용자에게 돌아갈 것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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