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kyung sung NEWS LETTER

일생에 꼭 한 번, 오로라! 지상 최고의 경이로움을 만나다. 천체사진가 권오철

[출처 : 한국지역난방공사 따뜻한난 7+8월호 웹진]

 

 

잠수함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 유무선 인터넷 관리 등 다양한 일을 하며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다가 2009년 여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만난 오로라. 너울거리는 신비한 빛 앞에서 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고, 한바탕 빛의 소용돌이가 지나가고 난 뒤 결심한다. 밤하늘을 가득 채운 빛들의 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지상 최고의 경이로움을 카메라에 담는 천체사진가가 되기로! 권오철 작가는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고, 국내에서 유일한 천체사진가이자 행복한 우주먼지로 살아가는 중이다.

Text. 박영화 Photo.정우철 Video.최의인


Q 밤하늘을 찍는 천체사진가로 활동 중이신데요. 언제부터 밤하늘 촬영을 좋아하셨나요?
A 어릴 적에는 벌레나 새를 쫓아 다녔습니다. 별에 빠진 건 고등학교 때였죠. 그리고 대학 시절, 천문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별을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별은 따서 가질 수 없으니 사진으로 찍어서 오래 보고 싶었어요.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에 다니면서도 취미로 밤하늘 촬영을 하곤 했답니다.

Q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었다가 천체사진가로 직업을 바꾸셨는데요. 삶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회사를 다니면서 취미로 찍은 별 사진으로 개인전을 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낮엔 회사원으로, 밤에는 사진가로 10여 년을 살다가 문득 제가 우주먼지라는 걸 깨달았어요.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삶이란 하루살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광대한 우주 속에서 아주 짧은 순간을 살다 가는 거죠. 그래서 ‘어차피 우주먼지라면 행복한 우주먼지가 되자’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하면 행복한 우주먼지가 될 것인가?’, ‘내가 뭘 할 때 행복할까?’.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건 어렵지 않더라고요. 밤하늘을 찍을 때 행복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거든요. 그 길로 회사에 사표를 내고 전업 천체사진가가 되었습니다.



밤하늘에 신의 영혼이 춤추고 있었다.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눈 덮인 언덕 위, 

검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초록 빛깔 오로라가 떴다. 

어릴 적 만화에 나오던 오로라 공주의 이미지처럼, 

극지방의 차가운 밤하늘을 빛으로 물들이는 오로라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대상이다. 

그 동네 원주민들은 오로라를 ‘신의 영혼’이라 부른다고 한다.


<신의 영혼 오로라> 중

 


Q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서 작가님은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A 처음에는 그냥 디지털카메라로 밤하늘을 찍었는데, 경쟁력이 없더라고요. 사진을 연속으로 찍어서 영상처럼 만드는 타임랩스라는 걸 시도했습니다. 근데 세상이 너무 빠르게 바뀌더군요. 드론이 날아다니면서 촬영하니깐 타임랩스도 경쟁력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경이로움을 사진에 담아낼 수 없어서 동영상으로도 찍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 방법도, 실제로 봤을 때의 감동이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밤하늘 전체를 한 번에 찍기 위해서 카메라 여러 대를 연결했어요. 이게 바로 VR이에요. 세계 최초로 오로라 VR 동영상을 찍었고, 과학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만들어서 해외에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Q ‘대한민국 유일의 천체사진가’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지는 않으신가요?
A 별을 촬영하기 시작한 게 1992년이니까 30년이 넘었네요. 직업이 된 건 2010년부터고요. 천체사진은 수요가 워낙 적어서 세계적으로도 전업 천체사진가는 몇 명 되지 않습니다. 몇 년 전에 칠레에서 개기일식이 있었을 때 세계 곳곳에서 온 천체사진가 친구들과 번개모임을 가졌는데 그 수가 얼마 안 되더라고요. 제가 한국인 최초로 NASA에서 운영하는 ‘오늘의 천체 사진’에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그게 별을 촬영하는 사람들에게는 훈장 같은 느낌이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천체사진가라는 부담보다는 자부심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NASA가 선정한 ‘오늘의 천체사진’ 캐나다 옐로나이프의 오로라 빌리지 2013.12.


Q 저서 <신의 영혼 오로라>에서 오로라 폭풍을 만났을 때 표현하신 글들이 인상적입니다. 그 느낌을 다시 한번 말씀해 주세요.
A 오로라는 인간이 자연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경이로움입니다. 그냥 오로라는 눈물까지는 안 나니까 정확히는 ‘오로라 폭풍’이 그렇겠네요. 오로라는 밝을수록 빠르게 움직여요. 오로라가 춤을 추다 갑자기 폭발하듯 밝아지는 ‘오로라 폭풍’이 되면 가슴이 먼저 알게 됩니다. 저절로 비명이 나오고 울음이 터지기도 하죠. 오로라 빛으로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밝아지는데, 온 세상이 오로라 빛으로 물들고, 특히 겨울철에 눈이 쌓여 있으면 바닥도 오로라 빛으로 같이 공명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오로라는 사진으로만 보아도 환상적이지만 실제로 보면 훨씬 더 신비롭습니다.

Q 얼마나 자주, 어디로 오로라 촬영을 위해 가시나요?
A 지난 3월에 오로라를 촬영하러 캐나다 옐로나이프에 갔었고요. 4월에는 개기일식을 촬영하러 호주, 6월에는 백야를 촬영하러 노르웨이와 핀란드에 갔었어요. 9월에 다시 오로라를 촬영하러 갈 계획입니다. 대개 1년에 60일에서 150일 정도 해외에 나가 있습니다.

캐나다 옐로나이프의 에노다 로지 2012.10.


Q 한국지역난방공사 <따뜻:한난> 독자 중 오로라를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어느 시기에, 어디로 가야 할지 조언해 주세요.
A 오로라는 11년 주기로 극대기, 극소기가 나뉘어요. 근데 극소기에는 오로라 폭풍을 한 달에 한 번 볼까 말까 합니다. 극대기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오로라 폭풍이 나타나기 때문에 꼭 극대기에 가야 하는데, 다음번 극대기가 바로 올해부터 3년 정도입니다. 2024년이 피크일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겨울이나 다음 겨울 정도가 가장 좋겠네요. 일단 극지방을 가야 하는데, 극지방을 가기만 하면 오로라는 1년 365일 24시간 항상 떠 있습니다. 그런데 밤이 되어야 하고, 구름이 없어야 해요.

문제는 유럽 쪽이 날씨가 정말 안 좋아요. 극지방이 날씨가 좋을 때가 아주 드뭅니다. 아이슬란드, 다들 좋아하시지만 여름철에 가세요. 겨울철은 한 달에 기후통계를 보면, 20일 정도 비가 오거든요. 노르웨이, 핀란드도 마찬가지예요. 그나마 바다랑 좀 떨어진 캐나다 북쪽 아니면 알래스카 북쪽, 이런 곳이 날씨가 좋아요. 세계에서 오로라 보기 가장 좋다고 알려진 곳은 캐나다 옐로나이프입니다. 이곳의 날씨가 가장 좋은 시기가 3월 말, 4월 초예요. 이때는 비행기 값도 가장 싼 시기입니다. 그래서 그 시기에 캐나다 옐로나이프에 가시면, 저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내년 4월 8일에는 북미 대륙을 가로지르는 개기일식이 있어요. 자연이 선사하는 최고의 경이로움 두 가지를 동시에 볼 수 있죠.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기회입니다. 이 좋은 기회를 알고 계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으신가요?
A 극대기가 지나가고 나면 촬영한 영상들을 모아서 천체투영관 돔 스크린에서 오로라를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도록 영화로 제작해 상영할 계획입니다. 바람이 더 있는데요. 옐로나이프에 천체투영관이 있는 오로라박물관을 만들고 싶고, 국내에도 우주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데, 천체사진 촬영 50주년 정도 되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출처 : 한국지역난방공사 따뜻한난 7+8월호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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