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의 정토에 나부끼는 영롱한 문장들, 동리목월문학관 글. 윤진아 사진. 정우철 맹렬했던 더위가 자취를 감추고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 날, 경주 동리목월문학관을 찾았다. 시에 이끌려 찾아왔다가 소설이 읽고 싶어지는 여행길. 바람에 나부끼는 영롱한 시어 사이로 어디선가 ‘엇쇠! 잡귀야, 물러가라’는 무녀의 굿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토속감성에 민족 영혼 담은 동리 석굴암 본존불상이 지그시 내려다보는 불국의 정토 위에 목월의 시와 동리의 소설이 놓여있다. 불국사 앞 작은 연못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돌계단을 오르면 너른 마당에 푸른 기와를 인 두 문학관이 마주보고 있다. 왼쪽이 동리문학관, 오른쪽이 목월문학관이다. 김동리와 박목월에게 천년고도 경주는 삶과 문학의 모태이자 영감을 불어넣는 중요한 공간이었..
봉평의 메밀꽃 필 무렵 text. 최선주 photo. 정우철 타향살이가 고될 때면 아무것도 몰랐던 고향에서의 시절이 그리워지곤 한다. 가산 이효석의 마음도 그러했을까. 그의 작품에는 유독 고향에서의 이야기가 많다. 메밀 꽃 필 무렵 그의 고향 봉평에서, 향수를 대신해본다. 아름다운 축제를 떠올리며 봉평은 ‘메밀꽃’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동네다. 사실, ‘메밀꽃이 다했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메밀꽃과 관련이 깊은 곳. 특히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는 조금은 애매한 시기인 9월 초부터 ‘평창효석문화제’를 열어 메밀꽃의 절정을 보여주기에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효석문학관과 효석달빛언덕 일대에서 열리는 평창효석문화제는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방문할 정도로 이름난 봉평의 전통 축제. 자연과 문학..
달도 머물다 가는 절경, 영동 한반도의 한가운데 자리한 충청북도 영동은 총면적의 약 78%가 숲과 들로 이뤄진 임야다. 그만큼 산이며 하천이 많다. 각 산에서 발원한 하천은 다 금강으로 흘러든다. 이를 따라 양산팔경, 한천팔경 등 숨은 절경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데, 가을이면 그 정취가 절정에 달한다. 글. 이소영 사진 제공. 영동군 신비로운 수채화 속으로 양산팔경이란 충청북도 영동군 양산면을 꿰고 굽이치는 금강 주변의 아름다운 절경 여덟 곳을 가리킨다. 그중 다섯 곳은 2017년 개통된 ‘금강 둘레길’을 걸으며 만끽할 수 있는데, 송호관광지를 중심으로 이뤄진 6km가량의 순환형 코스다. 느긋하게 돌아봐도 2~3시간이면 충분하다. 참고로 송호관광지는 28만㎡ 부지에 조성된 힐링공간으로 캠핑장과 물놀이장..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통영에서 청마를 그리다 청마문학관 글. 박영화 사진. 정우철 여름이 파랗게 익어 가면 마음은 어느덧 길을 찾아 나선다. 푸른 바다와 낭만적인 항구, 알록달록한 벽화가 있어 여행하기에 더 없이 좋은 통영. 시선을 돌리는 곳마다 작품이 되어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이곳에서 자란 청마 유치환의 마음도 이러했을까. 통영의 어느 곳 하나 청마 시의 산실이 아닌 데가 없다. 망일봉 기슭에 지은 청마문학관 청마 유치환은 근대 시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얼마나 대단한 시인이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차치하더라도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시작하는 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청마문학관에 도착하니 신기하게도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렸던 시 구절이 조금씩 떠올랐다. 청마문학관은 경상..
노을은 오늘의 엔딩 크레디트인 동시에 내일을 위한 가장 찬란한 예고편이다. 섬과 섬 사이로 노을이 내려앉는 진도를 찾았다. 태초의 신비로운 자연, 소박한 삶의 정서, 임진왜란 승리의 역사와 기개, 한여름 절정의 풍경까지. 섬은 이 모든 것을 한 몸에 웅숭깊이 품었다. 진도가 또 다른 이름 보배섬으로 설명되는 이유다. text 김주희 photo 이수연 진도대교를 가로지르는 역사와 정취 ‘섬’ 여행이 주는 특유의 여운이 있다. 작고 외딴 땅에 발을 디디는 것만으로 신비로우면서 아늑한 정서를 선사한다. 진도는 땅끝마을 해남에서도 다리를 건너서 더 깊이 들어가야만 닿을 수 있는 섬이다.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 큰 섬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성근만큼 청정한 자연이 옹골차게 들어차 있다. 진도 여행은 뭍과 연결된 쌍둥이..
태백산맥 등지에 자리한 평창은 이른바 ‘한국의 알프스’로 불린다. 해발고도 700m 이상인 곳이 전체 면적의 약 6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다양한 풍경과 역사, 문화, 미식을 고루 즐길 수 있어 사계절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글. 이소영사진 제공. 평창군 발왕산 정기로 행복 충전 100% 해발고도 1,458m 발왕산은 우리나라에서 열두 번째로 높은 산이다. 여름에도 시원하다 못해 서늘함을 느낄 수 있어 이곳을 여행할 때는 가벼운 겉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여건이 된다면 발왕산 정상까지 트래킹을 해도 좋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케이블카로 아름다운 절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국내 최장 길이 케이블카로 무려 7.4km에 달한다. 능선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며 운행되는 케이블카에 탑..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한가로운 구읍의 풍경을 품은 자그마한 문학관은 정지용의 시와 많이 닮았다. 꿈엔들 잊을 수 없는 고향에는 발길 닿는 곳마다 시인의 향취가 흩날린다. 키 낮은 담벼락마다 영롱한 시어들이 말을 건네니, 걷다가 쉬다가 시인을 만나거든 그 처연한 아름다움에 맘껏 탄복하면 그만이다. 글. 윤진아 사진. 정우철 한국 대표 서정시인·현대시의 선구자 정지용문학관으로 가는 길은 마치 떠나온 고향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마을을 가로질러 실개천이 흐르고, 천변을 따라 키 낮은 집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다. 향수마을아파트, 향수식품, 향수요양원, 향수주유소, 향수사계절식당, 옥천향수 100리길…. 옥천 구읍은 간..
푸르른 동해 바다를 보고 있자면 청춘으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 젊게 물결치는 파도와 용감하게 부서지는 포말, 싱그럽게 반짝이는 수평선 때문일까. 이 기분을 살려 동해 바다의 숙박은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낯선 사람들과 부대끼며 저녁에 맛있는 음식으로 파티를 열고, 이야기를 나누며 기꺼이 마음의 온도를 주고받아 보자. 그 순간이 바로 청춘이다. Write. 강초희 Photograph. 홈페이지 제공 오에노테라 한번 오면 자꾸만 생각나는, 오에노테라만의 시간을 가진 게스트하우스 특징 : 원룸형 게스트하우스 객실 형태 : 2인실 트윈베드, 2인실 싱글베드, 가족실(최대 3인) 혜택 : 조식 제공, 개별 바비큐 체크인 : 15:00 체크아웃 : 10:30 주소 : 강원 동해시 초원1길 5 전화 :..
키움 히어로즈의 홈구장인 고척스카이돔은, 계절이나 날씨에 상관없이 야구 경기를 즐길 수 있길 바라는 국내 야구팬들의 오랜 숙원을 이룬 국내 최초 돔구장이다. 대한민국 경기장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고척스카이돔을 찾았다. 글. 구지회사진. 이동진사진 제공. 키움 히어로즈 국내 최초 돔구장 고척스카이돔의 자랑은 뭐니 뭐니 해도 국내 최초의 돔구장이라는 점이다. 고척스카이돔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키움 히어로즈 팬 마케팅/디지털마케팅 박찬훈 팀장이 돔 구장의 장점을 설명했다. “돔 구조의 실내 구장이다 보니 계절이나 날씨 때문에 경기가 영향 받을 일이 없습니다. 관람 환경도 훨씬 쾌적해요. 땡볕에 앉을 필요가 없는 것은 물론, 실내 온도가 항상 25도로 일정하죠. 그런데 공기 안전은 야외 시설과 다를 바 없..
다시 여행길이 열렸다.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떠날 준비를 한다. 그간의 여행에 대한 갈증을 풀기라도 하듯. 너도나도 계획을 세우기 바쁜 걸 보니 아마도 휴가철 전국 여행지는 사람들로 붐빌 모양새다. 올여름, 호들갑스럽지 않게 조용히, 한곳에 집중하는 여행을 하고 싶다면 걷기 좋은 섬이자 섬 자체가 미술관인 연홍도를 선택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Text. 임혜경 Photo. 정우철 익숙한 듯 낯선 고흥 전라남도 고흥군. 남도는 워낙 이것저것 볼거리가 많아 여행으로 자주 찾지만, 고흥에 머물러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남도여행 중 지나가는 길, 이정표에서 많이 봤던 곳이라 익숙한 정도였을 뿐. 서울 기준으로 먼 곳이라서 가려거든 큰 결심을 하고 가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여행의 백미는 떠나는..
노랫말처럼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고 싶은 꿈.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보지 않았을까.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 대지에 아름다운 들꽃들이 넘실대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아그로랜드 태신목장에서라면 가능할지도. 글. 임혜경사진. 정우철 이런 계절이라면 단연코 아그로랜드 태신목장 산과 들, 바다, 하늘 어느 곳을 봐도 아름답다는 계절, 5월. 그래서 사람들은 5월을 두고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르나 보다. 자연이 제멋을 뽐내는 이때. 사람들은 이 자연에 흠뻑 취해 산으로 바다로 떠나기 바쁘다. 바다는 좀 뻔하고, 산은 큰마음을 먹어야 하고…. 어디로 떠날지 고민된다면, 망설임 없이 아그로랜드 태신목장을 추천한다. 서울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충남 예산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주말을 이용해서 ..
작은 것들에 대한 예찬 62년. 풀꽃문학관은 16살 때부터 시를 써온 나태주 시인이 ‘다시 일어서게 하는 말’들을 나누는 사랑방이다. 우리 곁 별것 아닌 것들에서 삶을 이어갈 생명력을 발견해온 시인의 위로가 저마다의 닫힌 마음을 두드린다. 무심한 땅 위로 힘차게 꽃대를 밀어 올린 풀꽃들이 꽃들판을 이룬 봄날, 공주를 찾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은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시 가운데 하나다. 꽃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기도 하다.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풀꽃이라도 오래도록 눈을 맞추다 보면 예쁘고 사랑스런 모습으로 한 걸음 다가온다. 어디 풀꽃뿐이랴. 바라보는 마음가짐은 세상의 모든 대상을 아름답게 보이게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