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싱그러움을 마시는 하동 차(茶) 여행 우리나라에서 차 재배가 가장 먼저 시작된 하동은 차(茶)의 본향이라 불린다. 서기 828년 당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온 김대렴이 차 종자를 가져와 쌍계사 주변에 심은 것에서 시작해 약 1,200여 년에 달하는 차의 역사와 문화가 스며있는 곳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녹차를 생산하는 하동의 녹차 중에서도 4월 중순 이후에 따는 우전(雨前)을 찻잎 중 최고로 여긴다. 겨울을 지나며 굳건하게 푸른 잎을 지켜낸 최고의 차, 하동의 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꿈결 같이 흩날리는 십리벚꽃길의 벚꽃 비를 만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하동의 봄이다. 글, 사진. 장은정 여행작가 세상에 하나 뿐인 지리산 뷰 찻집, 하동 차마실 하동의 녹차를 조금 더 특별하게 만날 수 있는 ‘차..
진정 바라던 바다 인천 신시모도 신도, 시도, 모도가 연결된 삼형제 섬을 차로 달리다 풍경에 이끌려 차를 멈춘다. 에메랄드빛 바다 위를 오가는 배와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나는 갈매기, 그리고 아득하게 이어지는 수평선. 누구라도 붉은빛의 노을 진 이곳의 바다 풍경을 보았다면, 하룻밤 더 머물렀을 것이다. 수식어가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찬란하기 그지없는 신시모도의 풍경. 가만히 넋을 잃고 바라본다. Text. 박영화 Photo. 정우철 뱃길 따라 십분 만에 도착한 섬 햇살도 바람도 공기도 더없이 완벽한 4월의 어느 봄날. 삼목선착장에는 영종도 북도면으로 가려는 차들이 줄을 서서 출항을 기다리고 있다. 뱃고동 소리를 내며 여객선이 서서히 바다로 미끄러져 나갔다. 육지에서 바다를 건너 섬에 이르는 시간은 십분 남..
나라가 공산당 맹글고 지주덜이 빨갱이 맹근당께요 태백산맥문학관 글. 임혜경 사진. 정우철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인 꼬막은 봄의 끝자락, 4월까지가 가장 맛이 좋다. 그래서 이맘때 벌교는 그야말로 꼬막의 향연이 펼쳐진다. 하지만 꼬막이 아무리 맛있다 한들 벌교를 찾았다면 ‘태백산맥문학관’이 먼저다. ‘80년대 최고의 작품’ ‘한국 최고의 소설 1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1위’ ‘21세기에도 빛날 20세기 책’ 등 출간 이후 많은 사람에게 극찬을 받은 의 모든 기록이 바로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역사 “가난하고 무식헌 것덜이 믿고 의지헐 디 웂는 판에 빨갱이 시상 되먼 지주 다 쳐웂애고 그 전답 노놔준다는디 공산당 안헐 사람이 워디 있겄는가요. 못헐 말로 나라가 공산당 맹..
매화마을에 봄이 오면 햇볕이 제법 따뜻하다. 길목마다 먼저 핀 이름 모를 꽃들을 보니 그저 반갑기만 하다. 쭉 뻗은 섬진강 줄기 따라 달리며 맞은 바람. 살결을 스치는 그 바람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따뜻한 기운을 가득 머금은 광양 매화마을에서 마주한 봄이었다.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봄에 흩날리는 눈꽃, 매화 봄을 알리는 꽃들은 많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저마다 모양도, 색깔도, 향기도 다르지만 아름다운 건 매한가지가 아닐까. 그래도 이토록 많은 봄꽃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꽃을 하나 선택해보라면, 단연코 매화를 선택하고 싶다. 화려하진 않지만, 봄바람 따라 흩날리는 모습은 마치 눈꽃이 흩날리는 것 같기 때문이다.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서 조매, 도매, 설중매, 백매, 홍매 등 부르는 이름..
봄날, 손잡기 딱 좋은 한옥 산책 중앙지사 고객지원부 이민아 과장 부부 Text. 윤진아 Photo. 정우철 보일 듯 말 듯 몽환적인 풍경이 맞닿는 처마 사이로 봄기운이 넘실거린다. 바닷가에 안착한 한옥펜션에서 이민아 과장 부부가 로맨틱한 시간여행을 하고 왔다. 빠른 속도전 속에 호젓하게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곳, 강원도 동해에 위치한 동안재는 세상과 한 발짝 떨어져 호흡을 가다듬기에 제격이다. 전통한옥에서 붙잡아 온 ‘신상’ 행복 바람이 달다. 도시 한가운데 거짓말처럼,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울창한 수림이 펼쳐진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새소리, 바람 소리가 머무는 길모퉁이에 그야말로 ‘님과 함께 살고 싶은’ 그림 같은 집이 나온다. 이번 여행지는 흙과 소나무로 지은 한옥펜션이다. “둘 다 여행을 참 ..
빼앗긴 땅에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안동 이육사 문학관 글. 윤진아 사진. 정우철 264. 이육사는 교도소 수인번호다. 본명은 이원록이지만 1930년대 이후에는 이육사로 살았다. 40년이라는 짧은 생에 무려 17차례 옥살이를 했지만, 꺾이지 않고 독립투쟁을 하다 해방 전 해인 1944년 베이징 주재 일본총영사관 감옥에서 순국했다. 독립운동의 최선봉에서 저항의 시(詩)를 놓지 않은 이육사는 ‘칼날 위에 선 민족시인’이자 ‘백마 타고 떠난 우리 시대의 초인(超人)’이었다. 수인번호 264의 저항문학 안동 시내를 벗어나 도산면에 들면 길가에 포도밭이 보인다. 청포도 단지다. 이제 몇 달 뒤면 시인의 유산이 투명하게 익어갈 터이다. 원촌마을 초입에 자리한 문학관은 육사가 태어난 지 100년, 순국 60주년을..
남해의 봄 봄의 느낌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설렘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독한 추위를 견디고 봄을 기다리는 설렘, 지난겨울의 나는 뒤로하고 새로운 나를 맞이하겠다는 설렘…. 이런저런 설렘으로 가득 찬 계절이니까. 봄을 조금은 먼저 맞이하고 싶어 따뜻한 남해로 갔다. 남해에서 맞이한 봄, 역설하자면 남해는 설렘 그 자체였다.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한적한 독일마을로의 나들이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1074-2 남해에는 잘 알려진 여행 명소가 몇 곳 있다. 독일마을도 그런 곳 중 하나. 유명한 만큼 그 이름값을 하겠지만, 사실 별 다른 기대는 없었다. 뭔가 뻔할 것 같다는 기우에서다. 봄이라기엔 볕은 따뜻했지만 바람이 어마어마하게 불었던 지라, 사람이 없을 거란 생각이 착각일 뿐. 휴일을 맞아 독일마..
마음속 울림을 준 권정생의 동화나라 동화는 흔히 아이들을 전유물로 알려져 있지만 때로는 어른들에게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던 순수한 마음을 일깨워주고, 삶을 돌아보게 하는 깨달음을 남기기도 한다. 이번 쉼표 여행에서는 각박한 삶 속에서 하루하루 지친 이들에게 희망의 꽃을 피워주던, 권정생 선생의 권정생 동화나라를 찾았다. 글. 김민주 사진. 고석운 모든 생명을 귀히 여기는 마음 청량리역에서 KTX 기차를 타고 약 2시간 정도 달린 끝에 안동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내린 후 차를 타고 30분 정도 더 들어가면 일직면 한 시골마을에 폐교된 초등학교를 고쳐 지은 권정생 동화나라가 보인다. 이곳은 권정생 선생에 관한 기록과 주요 작품을 전시한 문학관으로 선생이 지으신 주옥같은 작품뿐만 아니라 유언장, 책상, ..
글. 윤진아 사진. 정우철 발길 닿는 곳마다 이야기가 흐르는 땅, 남원을 여행하려면 이맘때가 좋다. 춘향과 몽룡의 사랑 이야기를 품은 말간 봄기운이 난분분하게 길목마다 낭만을 실어나르기 때문이다. 걷다가 쉬다가 최명희(崔明姬, 1947~1998)의 혼불을 만나거든, 그 처연한 아름다움에 실컷 탄복하면 그만이다. " 거기다 거북이 등짝처럼 갈라져 금이 간 벽이라니. 그 삭막 황량한 집안에 혼자 앉은 청암부인은 허리를 곧추세우고 말했다. ‘내 홀로 내 뼈를 일으키리라’ - 소설 중에서" 인생살이, 살아서도 죽어서도 눈물바람이니! 서도역에서 차로 5분 거리, 마을을 비스듬히 굽어보는 자리에 혼불문학관이 있다. 돌계단을 오르면 널찍한 잔디마당이 잠시 쉬었다 가라고 청한다. 문학관 안으로 들어가면 작가의 목숨과도..
캐나다와 로키 산맥을 구석구석 여행하는 법 글·사진.장용준(여행작가 겸 유튜버) 어릴 적 SUV를 타고 세계 일주를 떠나는 자동차 광고를 본 뒤 ‘로드 트립(Road Trip)’이라는 꿈이 생겼다. 그래서 캐나다로 이주 후 가장 먼저 한 것이 캐나다와 미국을 오로지 자차만으로 횡단한 여행이었다. 오랜 꿈과 캐나다라는 조합은 상상 그 이상을 연출했다. 가이드북에 나오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싶다면 로드 트립이 제격 서고 싶을 때 서고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다는 것은 로드 트립의 가장 큰 매력이다. 단순히 관광지를 나열하는 여행이 아니라 길 위에서 보고 들은 것들, 만난 이들 모두가 여행의 일부가 된다. 캐나다는 로드 트립 초보자가 여행하기 좋은 나라다. 길이 비교적 단순하고 치안이 우수하며 유럽보..
따뜻했던 제주의 어느 날처럼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절로 몸이 웅크려지는 날들의 연속. 겨울이고, 1월이니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추위가 너무 혹독하다 싶을 때는 따뜻함이 그리워지곤 한다. 따뜻함을 생각하니 그날의 제주가 떠오른다. 겨울답지 않게 유난히 포근하고 따뜻했던, 제주를 담았다. 제주의 따뜻함이 올겨울 추위에 시달리는 누군가에게 조금은 위로가 되기를, 올 한해는 따뜻한 날들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형제섬 일출, 시작이 좋아 서귀포 안덕면에 자리한 형제섬. 바위처럼 크고 작은 섬 2개가 형과 아우처럼 마주보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제주를 꽤나 찾았지만, 형제섬에 대한 존재를 알지 못했다. 마침 일출 명소를 찾던 중 형제섬이 일출로 유명하단 사실을 알게 된 후 ‘잘됐다’ 싶었다. 형..
“알싸하고 향긋한 냄새에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춘천 김유정 문학촌 글. 윤진아 사진. 정우철 마을 따라 늘어선 생강나무가 새순을 틔우며 좋았던 옛 시절을 더듬는다. 겨우내 움츠렸던 자연이 기지개를 켜는 시간, 봄을 마중하러 간 길 끝에서 소설가 김유정(1908~1937)을 만났다. ‘온 마을이 김유정’인 춘천 실레마을에서 절로 걸음이 느려지는 이야기길을 따라 삶의 쉼표를 찍어본다. 남도에서 불어온 바람결에 노란 동백이 환히 꽃등을 밝힐 즈음엔 부디 우리의 마음도 만개하여 모두 유정(有情)하기를! 무정했던 유정의 사랑 춘천 신동면 실레마을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소설가 김유정의 고향이다. 봄을 기다리는 실레마을은 아늑하고 평온하지만, 김유정의 삶은 그렇지 못했다. 만석꾼 집에서 태어났지만 어머니를 일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