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로의 중심에서 수원 100년의 역사를 잇다 농업 수탈의 아픔을 간직한 근대문화공간, 수원 구 부국원 나라를 빼앗겨 혼란했던 시기,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일본인의 소유가 된 논과 밭에서 일을 하고 턱없이 부족하게 매겨진 노동의 대가를 받았다. 그렇게 생산된 쌀과 농작물들은 수원역을 통해 일본으로 전해졌다. 수원 구 부국원은 이러한 악순환의 시발점으로 농업에 필요한 종자와 종묘를 독점판매한 일본인 회사였다. 우리가 가진 것을 수탈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국원은 해방 후 법을 수호하고 사회질서를 바로 세우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더 나은 사회로 발돋움하고자 한 우리 민족의 바람이 이곳에 남아있다. Photo_ 수원시청 일제강점기, 신작로 따라 들어온..
눈 내린 산성의 겨울 청주 눈꽃여행 고즈넉한 산성에 함박눈이 내렸다. 소리 없이 내린 눈은 산성 위로 한 폭의 수묵담채화를 그려낸다. 메마른 산야는 새로운 흰옷을 입고 신비롭게 깨어난다. 겨울은 대지가 잠시 죽은 듯 정지하는 시간. 하지만 생명의 뿌리는 더욱더 깊어질 것이다. 눈 덮인 산성을 자박자박 걸으며 겨울을 음미한다. 글. 여행작가 임운석 / 사진. 여행작가 임운석 사계절 중 백미로 손꼽히는 상당산성의 설경 청주 상당산성에 눈이 내렸다. 사적 제212호 지정된 상당산성은 백제 시대 때 토성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조선 숙종(1716년) 때 석성으로 다시 쌓았다고 전한다. 상당산성의 사계는 다채롭다. 이른 봄에는 벚꽃이 팝콘 터트리듯 산성 곳곳에서 피어난다. 뒤를 이어 진홍빛 철쭉이 산성 주변을 물들인..
인제(麟蹄), 왜 인제왔니? 전국 군부대 주변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12사단, 을지신병교육대를 비롯한 수많은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인제는 다른 지역 여행길에 지나치기만 했지 여행지로 찾았던 적은 없다. 그러다가 문득 어디선가 봤던 겨울의 자작나무숲에 매료되어 꼭 가보겠노라고 다짐 아닌 다짐을 했다. 자작나무숲이 시작이었지만, 조용하고 한적한 이 마을을 둘러보며 깨달았다. ‘좀 더 빨리 왔더라면 좋았을 걸. 인제라도 와서 다행이다.’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인제군청 문화관광과 인제의 겨울왕국 원대리 자작나무숲 자작나무는 추운 곳에서 잘 자라는 특성 때문에 대부분 북한의 산간지역에 군락지가 많다. 인제 원대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자작나무 군락지로 꼽히는 곳. 그래서인지 인제를 검색했을 때 가장 먼저..
커피 애호가들의 핫플레이스 에브리선데이 한적한 시골길을 지나 아담한 집들 사이의 골목으로 들어서자 돌연 나타난 노란색 건물이 눈길을 끈다. 빈티지한 감성을 물씬 풍기는 카페, 에브리선데이다. 건물 벽에 붙어있는 COFFEE라는 글자들과 테라스에 자리한 야외 테이블을 보면 평범한 카페 같지만 빛바랜 외벽과 지붕에 자리 잡은 낡은 환기구가 범상치 않다. 글. 정재림 사진. 고인순 공간의 혁신을 이루다, 카멜레존 우리나라 최초의 화력발전소인 서울화력발전소가 세계 최초로 발전 시설 지하화를 결정함에 따라 지상에는 시민공원이자 예술공간인 문화창작발전소가 조성되는 공간 혁신을 이뤄냈다. 서천 장항도시탐험역도 이전 공간의 특성을 간직한 채 다른 용도로 탈바꿈해 공간을 혁신한 사례로, 대표적인 카멜레존이다. 카멜레존은..
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 알프스를 잇는 몽블랑 트레킹 유럽 사람에게 알프스를 제대로 즐기는 법을 묻는다면, 주저 없이 몽블랑 트레킹을 이야기한다. 알프스 산맥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등 여러 나라에 걸쳐서 있다. 그중에서도 몽블랑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3개국에 연결되어 있어 뚜르 드 몽블랑 Tour du Mont Blanc(TMB) 트레킹을 하면 몽블랑의 색다른 매력을 즐길 수 있다. 백두산과 이름이 같은 ‘몽블랑’, 하얀 Blanc 머리의 산 Mont 몽블랑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누군가는 만년필을, 달콤한 케이크를 또 누군가는 눈 덮인 알프스와 리조트를 떠올릴 것이다. 유럽의 지붕인 알프스 여러 산 중 최고봉인 몽블랑은 우리나라의 백두산과 이름이 같다. 둘 다 ‘하..
겨울 바다 향이 담긴 맛 속초 별미 여행 ‘속초’를 떠올리면 짜르르 군침이 돈다. 겨울 바다 향이 나는 별미들이 물밀듯 생각나서다. 이 딱딱 부딪혀가며 먹는 물회, 알이 꽉 찬 도루묵을 넣고 자박하게 끓인 찌개, 새콤달콤하게 양념한 명태회를 얹어 먹는 함흥냉면, 그리고 바닷가 카페에서 호호 불어가며 마시는 차 한 잔이 있다. 당장이라도 짐을 꾸리고 싶지만, 기다린다. 겨울바람이 땡초처럼 매서울 때를. 글|사진. 김혜영 여행작가 바다 위 산책로 외옹치 바다향기로 ‘추우니까 바닷가에 아무도 없겠지?’라는 생각은 속초해수욕장에 도착하자마자 깨진다. 맨발로 파도와 밀당하거나 패들보드를 타는 사람들도 있다. ‘청춘이네. 청춘이야’ 혼잣말하며 삿갓 모양 조도(鳥島)를 벗 삼아 걷는다. 외옹치해수욕장에 다다르면 ‘외..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집콕이라니, 너무 가혹하다. 근질근질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사람에게 차박은 꼭 한 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여행이다. 혼자도 좋고 둘도 좋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소규모로 조용하게 즐길 수 있는 차박. 없으면 없는 대로,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상황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당신을 위한 차박 캠핑을 소개한다. 지금 떠날 준비가 되었는가? UV도 아닌데 차박이 될까?’, ‘차박은 장비발이라던데 비싸지 않을까?’, ‘차에서 잔다는 게 불편할 텐데 괜찮을까?’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지만, 한 번쯤 차박의 로망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이런 것쯤은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 차만 있다면, 차박은 정해진 기준 없이 자유로운 방식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차박을 위해서는 먼저 누구와 함께 떠나..
죽음의 공간 위에 삶의 의지를 뿌리내리다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가파른 산 중턱 비석 위에 지어진 마을. 이제는 비석문화마을이라는 이름 안에 담벼락 위로 벽화가 그려지고 조형물이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과거의 흔적을 기억하는 문화 공간으로 변화했다. 여전히 주민들이 생활하며 삶을 이어가고 역사를 기억하는 마을이 부산시 아미동에 있다. Photo_ 부산광역시, 부산관광공사 생계를 짊어진 이들, 죽음의 공간에 터를 잡다 갑작스러운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한 한국전쟁은 국민들의 삶을 한순간에 뒤바꿨다. 전쟁 준비가 되지 않은 남한은 인민군에게 국토의 절반 이상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인민군은 낙동강 방어선까지 남하했다. 전쟁 시작 단 며칠만의 일이었다. 게다가 한반도의 중심부에 있던 남한의 수도 서울 역시 인민군이 점..
단풍 비 맞으러 떠나는 아산 만추 여행 전국이 단풍놀이로 떠들썩할 때 호젓한 충남 아산을 찾아갔다. 집마다 감나무에 까치밥을 남겨놓은 외암민속마을의 돌담길을 걸으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공세리 성당을 지키는 아름드리 보호수와 봉곡사 천년의 숲길 앞에서 숙연해졌다. 곡교천 은행나무 비를 맞으며 가을을 배웅했다. 글/사진. 김혜영 여행작가 내 외갓집 같은 외암민속마을 송악면 설흘산 자락 외암민속마을은 예안 이씨들이 약 500년 동안 살고 있는 마을이다. 마을 사람들은 옛날 방식대로 농사를 짓고, 해마다 초가지붕을 새로 올린다. 정월 대보름 달집태우기, 장승제 같은 전통 행사와 세시풍속도 살뜰히 챙긴다. 외암민속마을에서 하는 달집태우기는 전국에서 구경꾼들이 모일 정도로 성대하게 치러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마..
더러운 물을 정화했던 정수장이 시민들을 위한 문화정원으로 변신했다. 긴 배수로를 따라 조성된 정원은 계절마다 운치 있는 풍경이 되어 사람들을 맞이하고, 85년의 세월을 간직한 오래된 정수 공간에서는 예술작품이 전시된다. 따뜻한 가을 햇살이 닿아 아름다움이 깊어지는 이곳, 조치원 문화정원의 시간을 따라 걸었다. 글.이성주 사진.이정수 역사와 문화를 기억하는 정원 녹이 슬고 빛바랜 낡은 조치원 정수장은 일제 침탈의 잔재로 남은 장소였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 수탈의 내륙기지로 활용한 조치원에서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지어진 정수장 시설이다. 1935년에 설립된 조치원 정수장은 빨간 벽돌과 나란히 뚫려있는 긴 창, 지붕 외관만 보아도 오래된 건물인 걸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졌으며 ‘감미로운 샘물이 흐르며..
아이슬란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오로라와 온천이다. 또 , , , , 와 같은 환상적인 영화 속 배 경지가 모두 아이슬란드라는 사실! 같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땅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 초자연적인 곳으로 떠나보자. Words. 이지홍 물과 불의 나라, 얼음의 땅 그리고 불의 땅 북대서양 한가운데에 있는 아이슬란드는 대서양 중앙해령이 지나는 곳에 발달한 열점에서 화산이 폭발하면서 만들어진 섬이다. 아직도 활화산이 많으며, 가이저라고 불리는 간헐천이 여기저기서 솟구쳐 오르고 있어 화산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이슬란드를 떠올리면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나라라는 이미지 때문에 ‘얼음의 땅’, ‘추운 나라’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아이슬란드는 1인당 지열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
풀이 무성하게 자라나 철로를 덮었다. 한눈에 봐도 더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 곳이다. 폐역이라니, 을씨년스러울 법도 한데 이곳은 뭔가 다르다. 철로를 건너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하고, 나들이를 나온 양 이따금 멈춰 서서 철로를 배경으로 인증샷도 찍는다. 오래된 역사가 새롭게 탈바꿈한 ‘장항도시탐험역’으로 함께 떠나보자. 글. 정재림 사진. 고인순, 장항도시탐험역 제공 공간의 혁신을 이루다, 카멜레존 우리나라 최초의 화력발전소인 서울화력발전소가 세계 최초로 발전 시설 지하화를 결정함에 따라 지상에는 시민공원이자 예술공간인 문화창작발전소가 조성되는 공간혁신을 이뤄냈다. 제주 아라리오뮤지엄도 이전 공간의 특성을 간직한 채 다른 용도로 탈바꿈해 공간을 혁신한 사례로, 제주도의 대표적인 카멜레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