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색 바랜 풍경의 마을 부산 매축지마을 & 문현동 안동네 벽화마을 Write. 박영화 Photograph. 정우철 Video. 성동해 Illust. 청운 *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한 후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은 화려한 불빛으로 가득할 것 같지만 전혀 다른 모습도 남아있다. 다닥다닥 붙은 집들과 한 사람이 지나가기도 힘들 정도로 좁은 골목길이 이어진 매축지마을과 무너진 지붕 사이로 세간살이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문현동 안동네 벽화마을이 그곳. 흑백사진을 펼쳐 놓은 듯, 역사와 성장의 상처가 남아 있는 두 마을을 카메라에 담았다. 영화 속 그곳, 도시의 섬 매축지마을 천역 4번 출구로 나와 철길 육교를 지나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동네가 나타난..
만주, 최전선에 남은 흔적 근현대부터 중국 만주, 즉 서·북간도는 우리 독립운동의 외교, 투쟁, 생활을 아우르는 공간이 된다. 우리 민족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여기에는 애잔한 그들의 일상과 나라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독립투사들의 피와 땀이 서려 있다. 그곳에는 어떤 흔적들이 남아 있을까. 기억 속에서 흐릿해진 역사의 현장은 현재 어떤 모습일까. 글|사진. 김동우 다큐멘터리 사진가 논밭이 된 신흥무관학교 터 1910년 한일병합조약 이후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압록강과 두만강 건너 서·북간도에 자리를 잡는다. 서간도 유하현 삼원보에 이주한 대표 인물은 독립운동가 이회영 집안과 이상룡, 이동녕 등이었다. 그렇게 서간도에 모인 이들은 1911년 4월 삼원보 대고산에서 자치기관이..
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장터 우하하횡성한우시장 ‘횡성’이라고 하면 대개 횡성한우를 떠올린다. 그래서 횡성은 시장 이름을 ‘우하하횡성한우시장’이라고 지었다. 이름은 한우시장이지만 한우를 파는 정육식당이 줄지어 있는 곳은 아니다. 1일과 6일, 장날이면 시장을 빙 두른 도로에는 차 대신 장이 선다. 차가 다니던 도롯가에 상품들을 늘어놓고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모습을 보다 보면, 이게 사람 사는 풍경이구나 싶다. 왠지 200년 전에도 이곳 횡성시장의 사람들 사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0년 역사를 가진 장터 ‘우하하횡성한우시장’으로 불리는 횡성시장이 언제부터 열리기 시작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 1770년 조선 영조 때 완성된 에 따르면 횡성읍내 장이 1일과..
남도의 화양연화를 만난다 전남 구례 & 광양 봄꽃 여행 이른 봄 3월, 지리산 자락 마을에 화르르 꽃불이 난다. 폭죽 터지듯 만발한 산수유꽃이 구례 산수유마을을 온통 노랗게 물들인다. 옆 동네 광양 섬진강매화마을에는 매화 꽃잎이 눈송이처럼 날린다. 옥룡사 동백나무숲에 맺힌 새빨간 동백꽃은 적막한 숲을 환하게 밝힌다. 남도의 마을이 눈부신 꽃 잔치를 벌이는 시간은 고작 보름. 이때가 남도의 화양연화가 아닐까. 글|사진. 김혜영 여행작가 꿈길보다 고운 꽃길 광양 섬진강매화마을 광양 다압면 섬진강매화마을에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을 들어야 비로소 봄이 온 것 같다. 꽃샘추위가 매서워도 실크 스카프를 매고 매화 보러 갈 생각에 마음이 들뜬다. 다 같은 마음인지 매년 매화 개화 시기에는 섬진강매화마을 진입로가 차들로..
붓질로 그린 병풍 같은 풍경 속 한겨울 힐링 한탄강 협곡 대한민국 최북단 멀지 않은 곳, 경기도 포천. 요즘처럼 추울 때는 호수와 강물이 얼고, 협곡을 타고 삭풍이 몰아쳐 여행을 떠나기 전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한다. 하지만 한탄강이 품은 비경을 보노라면 한겨울 추위쯤은 거뜬히 참을 수 있다. 50만 년 세월이 빚었다는 한탄강 줄기를 따라 만나는 협곡과 주상절리는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을 만큼 장대한 절경을 자랑한다. 한탄강 하늘다리와 비둘기낭폭포는 한탄강의 비경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글. 한율 사진. 이정수 영상. 고인순 신비한 협곡을 만나는 낭만의 장소로! 한반도 허리를 휘감아 흐르는 한탄강(漢灘江)은 50만 년 전 북한 오리산의 화산 폭발로 분출한 용암이 굳어 만들..
풍경 너머 제주 Words. 최선주 Photograph. 정우철 얼마나 애쓴 한 해였는지 모르겠다. 2020년, 단언컨대 어느 누구도 애쓰지 않은 사람은 없다. 바이러스의 창궐로 당연했던 일상은 포기해야 했고, 소중한 인연들과의 만남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으니까. 안간힘을 다해 일상을 제자리로 돌려놓고자 모두가 노력 했지만, 안타깝게도 다시 제자리다. 만남이 조심스럽고 여행은 바람뿐인 이 때, 사진 속에 제주의 자연을 담아 작은 위로를 건네 본다. 비록 사진 속에서지만, 올해는 부디 풍경 너머 제주를 만끽하길 바라면서. 곶자왈 네 이름을 부르기까지 제주 한경면 일대를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장소가 곶자왈이었다. 몇 년 전, 곶자왈인지도 모르고 지인에 이끌려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간..
끝없는 감동과 경이의 대자연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은 섣부른 예측과 상상을 불허한다. 낮과 밤, 아침과 해 질 녘, 건기와 우기의 풍경 모두가 사람들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어떤 투어를 신청해도 만족스럽지 않은 것은 없다. “세상에 이렇게 가성비 좋은 투어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글|사진. 양영훈 여행작가 해발 3,600m의 안데스 고원에 형성된 소금사막 볼리비아의 행정수도 라파즈(La Paz)에서 포토시(Potosi)주의 우유니(Uyuni)시까지 거리는 550km쯤 된다. 2층 야간버스에 몸을 싣고 9시간쯤 달려야 도착한다. 도로 사정이 매우 열악해서 우유니시에 도착하면 그야말로 파김치가 된다. 우유니시는 바다처럼 넓은 사막의 한복판에 자리 잡았다. 도시의 첫인상은 ..
쿠바, 고향에서 가장 먼 곳으로 제물포를 떠나 멕시코에 정착한 1,000여 명의 한인들. 그들 중 274명은 또 다시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말을 믿고 1921년 3월 쿠바 마나티 항구에 도착한다. 이주 초기 이들은 사탕수수 농장과 제당 공장에서 힘겨운 이민 생활을 시작한다. 자연스레 한인 마을이 생겨나는데 아직도 마나티 항구에는 ‘라 꼬레아(La Corea)’라 불리는 길이 남아 있다. 글|사진. 김동우 다큐멘터리 사진가 임천택, 쿠바의 대표적 독립운동가 쿠바의 힘겨운 삶 속에서도 한인들은 조국 독립을 위해 노력해 나간다. 쿠바에서 활동한 많은 독립운동가 중에는 임천택이 대표적이다. 그는 1903년 출생으로 3살 때 어머니의 품에 안겨 멕시코행 배에 오른다. 멕시코에 정착해 살던 그는 18세 때 쿠..
신작로의 중심에서 수원 100년의 역사를 잇다 농업 수탈의 아픔을 간직한 근대문화공간, 수원 구 부국원 나라를 빼앗겨 혼란했던 시기,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일본인의 소유가 된 논과 밭에서 일을 하고 턱없이 부족하게 매겨진 노동의 대가를 받았다. 그렇게 생산된 쌀과 농작물들은 수원역을 통해 일본으로 전해졌다. 수원 구 부국원은 이러한 악순환의 시발점으로 농업에 필요한 종자와 종묘를 독점판매한 일본인 회사였다. 우리가 가진 것을 수탈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국원은 해방 후 법을 수호하고 사회질서를 바로 세우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더 나은 사회로 발돋움하고자 한 우리 민족의 바람이 이곳에 남아있다. Photo_ 수원시청 일제강점기, 신작로 따라 들어온..
눈 내린 산성의 겨울 청주 눈꽃여행 고즈넉한 산성에 함박눈이 내렸다. 소리 없이 내린 눈은 산성 위로 한 폭의 수묵담채화를 그려낸다. 메마른 산야는 새로운 흰옷을 입고 신비롭게 깨어난다. 겨울은 대지가 잠시 죽은 듯 정지하는 시간. 하지만 생명의 뿌리는 더욱더 깊어질 것이다. 눈 덮인 산성을 자박자박 걸으며 겨울을 음미한다. 글. 여행작가 임운석 / 사진. 여행작가 임운석 사계절 중 백미로 손꼽히는 상당산성의 설경 청주 상당산성에 눈이 내렸다. 사적 제212호 지정된 상당산성은 백제 시대 때 토성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조선 숙종(1716년) 때 석성으로 다시 쌓았다고 전한다. 상당산성의 사계는 다채롭다. 이른 봄에는 벚꽃이 팝콘 터트리듯 산성 곳곳에서 피어난다. 뒤를 이어 진홍빛 철쭉이 산성 주변을 물들인..
인제(麟蹄), 왜 인제왔니? 전국 군부대 주변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12사단, 을지신병교육대를 비롯한 수많은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인제는 다른 지역 여행길에 지나치기만 했지 여행지로 찾았던 적은 없다. 그러다가 문득 어디선가 봤던 겨울의 자작나무숲에 매료되어 꼭 가보겠노라고 다짐 아닌 다짐을 했다. 자작나무숲이 시작이었지만, 조용하고 한적한 이 마을을 둘러보며 깨달았다. ‘좀 더 빨리 왔더라면 좋았을 걸. 인제라도 와서 다행이다.’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인제군청 문화관광과 인제의 겨울왕국 원대리 자작나무숲 자작나무는 추운 곳에서 잘 자라는 특성 때문에 대부분 북한의 산간지역에 군락지가 많다. 인제 원대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자작나무 군락지로 꼽히는 곳. 그래서인지 인제를 검색했을 때 가장 먼저..
커피 애호가들의 핫플레이스 에브리선데이 한적한 시골길을 지나 아담한 집들 사이의 골목으로 들어서자 돌연 나타난 노란색 건물이 눈길을 끈다. 빈티지한 감성을 물씬 풍기는 카페, 에브리선데이다. 건물 벽에 붙어있는 COFFEE라는 글자들과 테라스에 자리한 야외 테이블을 보면 평범한 카페 같지만 빛바랜 외벽과 지붕에 자리 잡은 낡은 환기구가 범상치 않다. 글. 정재림 사진. 고인순 공간의 혁신을 이루다, 카멜레존 우리나라 최초의 화력발전소인 서울화력발전소가 세계 최초로 발전 시설 지하화를 결정함에 따라 지상에는 시민공원이자 예술공간인 문화창작발전소가 조성되는 공간 혁신을 이뤄냈다. 서천 장항도시탐험역도 이전 공간의 특성을 간직한 채 다른 용도로 탈바꿈해 공간을 혁신한 사례로, 대표적인 카멜레존이다. 카멜레존은..